한명숙 의원 출사표로 '문희상 대세론' 흔들, 성대결 양상후보간·계파간 합종연횡이 대세 가를 듯

우리당 당권 향배 안개 속 판세, 점입가경 속으로
한명숙 의원 출사표로 '문희상 대세론' 흔들, 성대결 양상
후보간·계파간 합종연횡이 대세 가를 듯


4월 2일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한명숙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히면서 ‘문희상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야파는 장영달 의원의 성적표를 자파의 명운과 직결시키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기남 의원의 득표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전대에서 탄탄한 고정표를 입증한 유시민 의원의 파괴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3월 10일 치러질 예비선거 이후 후보간ㆍ계파간 합종연횡에 따라 당권의 향배가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희상(왼쪽), 한명숙

-초반 최대변수는 한명숙 출마
지난해 말부터 당 안팎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문희상 대세론’은 설 연휴 동안 한명숙 의원이 출마 결심으로 주춤하는 양상이다. 구 당권파와 친노직계를 중심으로 하는 문 의원의 핵심 지지기반이 한 의원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한 의원이 출마를 결심이 ‘노심’(盧心)을 등에 업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도 친노직계의 좌장을 자임하던 문 의원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전대에서 자력으로 상임중앙위원에 당선됐던 이미경 의원이 한 의원 지지를 선언한 뒤 여성후보 단일화 여론이 상당한 것도 한 의원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또 한 의원의 민주화운동 경력이 같은 여성인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와 쉽게 대비된다는 점 때문에 당 대표의 이미지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의원측은 좀더 공세적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개혁’과 ‘실용’의 대결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김근태 복지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리전에 불과하다”면서 “조만간 참여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새로운 화두를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혁규 출마 여부가 복병
물론 문 의원측 관계자는 “대권에 대한 사심이 없고 3선 중진인데다 참여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경력 등으로 볼 때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다른 측근은 “솔직히 한 의원은 대의원 1인 당 2표씩을 행사한다는 점 때문에 각 진영으로부터 2등표를 모으는 전략 아니냐”고 까지 평가절하 한다.

이처럼 친노직계 대표주자들이 출마 결심을 굳힌 가운데 최근 들어 김혁규 의원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역시 핵심적인 친노직계 인사인데다 영남지역 대표성을 갖고 있는 김 의원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전국적으로 ‘365 포럼’을 결성하는 등 밑바닥 표를 훑어온 그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누구와 손을 잡느냐가 전대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지지기반이 엇비슷한 문 의원이나 한 의원은 물론 재야파의 장영달 의원측에서도 김 의원과의 연대문제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김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고 어느 한쪽과 손잡을 땐, 전대 판도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후보가 저급한 정치를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지인들과 출마 여부를 심도 깊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장영달 성적표가 재야파 생존 좌우”
‘국민정치연구회’를 중심으로 당내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지만 창당 이후 항상 비주류에 머물렀던 재야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심각했다. 일찌감치 장영달 의원으로 후보를 단일화한 뒤 서둘러 캠프까지 꾸렸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순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김혁규(왼쪽), 신기남

최근 국정연 지도위원 회의에서는 “이왕 시작했으면 제대로 해야지 이러다간 정통민주세력 자체가 우스운 꼴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쓴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장 의원측은 문학진 의원을 선대본부장으로 내세운 뒤 각 지역의 중앙위원 출마예정자들을 중심으로 정례회의를 마련해 매일 조직상황을 점검키로 하는 등 총력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2월 하순께부터 김근태 복지장관의 외곽조직인 ‘한반도재단’의 핵심인력들이 장 의원 캠프에 합류하기로 해 서서히 탄력을 받아가는 모습이다.

또 친노직계이면서 재야파와 가까운 유인태 의원이 서울시당위원장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도권 공략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국정연의 한 핵심의원은 “당초 2등 전략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무시 못할 신기남ㆍ유시민의 득표력
최근 신기남 의원의 초반 강세 분위기가 주목받고 있다. ‘천신정 그룹’(천정배ㆍ신기남ㆍ정동영)의 한 축이었음에도 한때 내부에서 불출마를 종용받기도 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문희상 대세론’은 이미 깨졌다”며 “3월 들어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문희상-신기남의 ‘양강 구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지난해부터 지역기반 다지기에 상당한 공을 들였고 특히 수도권은 물론 영ㆍ호남에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 당권파의 전폭적인 지원이 쉽지 않고, 지난해 부친의 친일경력이 드러난 뒤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상승기류가 끝까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소위 개혁당파의 구심 역할을 해온 유시민 의원의 득표력도 당 의장을 거머쥐는 데 손색이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노사모’가 있다면 유 의원에게는 ‘유사모’가 있을 정도로 여권에서 가장 열렬한 매니아층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그러나 참여정치연구회에서 김원웅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예비선거 치러봐야 윤곽 드러날 것”
이처럼 최근 들어 ‘문희상 대세론’이 주춤하는 사이 유력 후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3월 10일로 예정된 예비선거를 치러봐야 본격적인 판세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반 기간당원이 대의원으로 참여하는 전당대회와 달리 예비선거는 국회의원과 중앙위원, 시도당 선출직 상무위원 등이 투표권자여서 사실상 조직표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앙당 총괄조직실 관계자는 “후보자간에 합종연횡을 통해 특정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한 ‘배제투표’에 나설 경우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되던 후보가 탈락하는 이변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입력시간 : 2005-02-22 14:22


양정대 기자 torc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