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가공복무총국이 남북경협 총괄'아태'산하 '민경련'에서 박봉주 내각총리 휘하 '고려민족경제위원회'로 이관

[단독보도] 북한 대남창구가 바뀌었다
임가공복무총국이 남북경협 총괄
'아태'산하 '민경련'에서 박봉주 내각총리 휘하 '고려민족경제위원회'로 이관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 본 개성공단. / 최흥수 기자

북한의 대남 경협 창구가 일대 변화에 돌입했다. 그 동안 대남 경협을 총괄하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산하의 조선민족경제연합회(민경련) 대신 박봉주 내각 총리 휘하의 ‘고려민족경제위원회’ 가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2004년 7월 출범한 ‘고려민족경제위원회’는 산하에 ‘임가공복무총국’을 두고 있는데 이 기관이 실질적인 대남경협을 맡게 된다. 이 사실은 주간한국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변화는 그 동안 민경련이 대남 경협의 창구 역할을 해 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도 별로 없고, 북한도 이제는 남한과의 진정한 경협만이 가능성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남북 간에는 임가공 위주의 경협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에 진출해 실패한 한국 임가공 기업들이 북한과 손을 잡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고, 북한 역시 남북이 ‘윈 - 윈(win - win)’전략으로 나아가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보아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선민족화합연합회(민화협)는 사회ㆍ문화ㆍ체육 교류를 그대로 주도하지만 종래 민경련이 맡아왔던 남북 경협은 고려민족경제위원회로 주도권이 넘어가게 됐다. 특히 장차 대남경협 창구를 주관하게 될 박봉주 내각 총리는 2002년 4월 장성택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박남기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등과 함께 북한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남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인물이어서 향후 남북경협과 관련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경협의 변화 조짐은 이미 작년부터 가시화됐다. 그 동안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북 투자 창구 역할을 했던 민경련 베이징 사무소(대표 허수림)가 철수를 시작한데 이어 신의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랴오닝성 단둥(丹東) 사무소(대표 오광식)의 철수도 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을 비롯한 대남 관련 사업을 총괄하던 아태가 대남경협 창구를 내각으로 이관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당을 슬림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동당 조직 개편과 맞물려 있고 내각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 김일성 전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 등을 이유로 남북교류가 중단된 이후 남북 교류 실적이 없었던 점도 조직 개편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의류 전문업체 신원이 개성공단에서 첫 생산된 의류를 10일 오후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통관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중국사무소 철수는 경협창구 개선 이전 수순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의 대북 지원 중단과 핵포기 압력에 반발한 북한이 6자 회담 거부와 핵 보유 선언을 공표했지만 남북 경협의 문은 열어놓고 있다”면서 “내각 산하의 임가공 복무총국이 남북 경협에 나서도록 한 것은 앞으로 남북 경협이 활발해 지리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도 북한이 중국의 사무소를 국내로 옮기는 것과 관련, 이를 남북 경협 창구를 개성으로 옮기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남북 경협 활성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2003년 11월 제7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경협 관련 실무적 문제를 협의 하기 위한 ‘남북 경협 협의 사무소’를 2004년 상반기 안에 개설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 사무소 설치는 남북경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과 오랜 교역을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이 중국 내 사무소를 국내로 옮긴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으로 연락 사무소 정도면 몰라도 베이징이나 단둥에 있던 것과 같은 경협 사무소는 아직 이르다”고 전망했다. 정부 한 당국자는 “북한이 조직 개편에 나선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 동안 남북 관계를 도맡아 왔던 김용순 아태 위원장과 송호경 아태 부위원장이 사망한 공백을 메우려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과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은 오히려 남북 경협의 기회와 규모를 확장할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북한이 경협 창구를 새롭게 단일화한 것은 그 같은 의지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경협 창구를 종래 아태 민경련에서 고려민족경제위원회 임가공복무총국으로 이관, 전문성을 강화한 만큼 한국에서도 총리실 산하에 전문위원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북한의 대남경협 창구 변화
남북 경협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반 대남 사업을 통괄하던 아태가 박경윤 금강산국제그룹 회장에게 ‘고려민족발전위원회’ 설립을 위임하면서부터다. 박 회장은 80년대 후반부터 중국 베이징을 무대로 남북간 사회ㆍ문화 교류, 남한 민간 단체의 대북 지원 사업 중개 등을 활발히 전개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경협 과정에서 고려민족발전위원회에 문제가 발생하자 아태는 평양에 삼천리총공사와 광명성총공사를 두고 대남경협을 담당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실적이 저하하자 아태가 직접 나서 중국 베이징에 민경련과 민화협 등을 설립하고 각각 경제와 사회ㆍ문화ㆍ체육 교류를 주관토록 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 역시 전문성이 떨어지고 금전적인 비리 등이 발생해 지난해 7월 민경련을 대신해 내각 총리 아래 고려민족경제위원회를 신설하고 대남 경협을 담당토록 했다. 특히 산하에 임가공복무총국을 두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임가공에 주력하면서 대남 경협을 확대해 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3-17 17:05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