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쟁점입법·7월 전대 등 놓고 당 안팎서 거센 도전, 갈등 극복 시험대에이명박·손학규 약진으로 대권가도에도 빨간불, 정면돌파 의지불구 앞길 험난

시련의 박근혜, 도약이냐 도태냐
3대 쟁점입법·7월 전대 등 놓고 당 안팎서 거센 도전, 갈등 극복 시험대에
이명박·손학규 약진으로 대권가도에도 빨간불, 정면돌파 의지불구 앞길 험난


호남 민생투어에 나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전남 신안군 주민과 만나고 있다.

4월이지만 정가는 아직 늦겨울이다. 대표 취임 1년을 갓 넘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4월이 그러하다. 당 안팎에서 박 대표에 도전하는 바람이 심상찮다.

4월 1일 한나라당 의총은 박 대표를 둘러싼 꽃샘 추위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 날 한나라당내 소장파 의원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수요모임)과 수도권 재ㆍ3선이 중추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국발연) 소속 의원들은 3대 쟁점 입법(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과 7월 전당 대회 개최 등을 놓고 일제히 박 대표를 공격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이른바 친박(親朴)진영도 강력히 맞섰지만 박 대표의 앞날이 녹록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특히 박 대표를 향한 공격 진영이 점차 확장되고 공격의 세기와 다양성도 예리해지고 있는 점이 주목됐다.

1년 전, 4ㆍ15 총선을 전후해 ‘박다르크(박근혜 + 잔다르크)’의 질주가 계속될 때만해도 박 대표에겐 거칠 것이 없었다. 높은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2007년 대선의 확실한 주자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다르크의 질주는 중반을 넘으면서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행정수도특별법 대응과 4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보인 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게다가 한나라당 대권 ‘빅3’로 평가 받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의 급부상과 이들의 발 빠른 행보는 박 대표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서는 작년 말을 전후해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 서울시장이 박 대표를 넘어 차기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친박 vs 반박 주도권 다툼 확산
박 대표는 당 안팎의 도전 속에 당장 3대 쟁점입법 처리 문제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수요모임과 국발연 소속 의원은 3대 입법의 전향적인 합의와 4월 국회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의원)도 “국가보안법을 국가안전보장법으로 바꿔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표는 “당론에는 변함이 없다. 3대 법안은 시기보다는 내용이 문제”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무성 사무총장, 맹형규 정책위의장 등 친박 진영도 “혁신위가 원내 전략상의 문제를 일방적으로 제시한 것은 잘못”이라며 반박, 당내 개혁 그룹 대 강경ㆍ보수 세력, ‘친 박근혜’ 대 ‘반 박근혜’ 세력간 주도권 다툼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7월 전당 대회 소집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박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간주되고 있다. 홍준표 당 혁신위원장은 “ 당 혁신안이 확정되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수요모임은 3월 27, 28일 이틀간 긴급 모임을 갖고 당 혁신위가 지도 체제, 당명 개정 등을 포함한 ‘당 개혁안’을 5, 6월쯤 내놓으면 그 때 맞춰 재창당에 버금가는 전당대회를 하자는 입장을 정리했다. 모임 대표인 정병국 의원은 “ 누가 되든 대표를 다시 뽑는 등 당이 확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 재신임은 없다”며 조기 전당 대회 개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무성 사무총장 등도 “7월 전대 소집론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3월 9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투명사회협약 체결식에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악수하고 있다.

당내 친박 - 반박 진영 간의 7월 전대를 둘러싼 대립은 사실상 대권 대리전 성격이 농후하다. 현행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내년 7월 전대까지 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게 돼 ‘빅 3’의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홍준표 위원장이 “ 혁신위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공정한 대선 게임의 룰을 확정하는 것”이라며 “ 특정 주자에게 유리한 구도는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은 박 대표를 겨냥한 측면이 없지 않다. 작년 말 국보법과 과거사법 문제를 계기로 친박에서 멀어진 수요모임이 “ 7월 전대를 통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박 진영은 7월 전대론을 혁신위와 수요모임의 박 대표에 대한 협공으로 의심하고 있다. 올 초 행정도시법의 국회 통과를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으며 ‘ 두 나라당’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터에 수요모임과 국발연이 ‘ 수도지키기 투쟁위(수투위)’ 를 이끌고 있고 여기에 ‘ 당 혁신위’까지 가세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신당설 등으로 박 대표측 긴장
최근 불거지고 있는 ‘ 이명박 신당설’도 박 대표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3월28일 발족한 ' 수도 분할 반대 범국민운동본부(공동대표 장기표)’가 이명박 신당의 모태가 아니냐는 정가의 의혹 때문이다. 범국민 운동 본부에는 한나라당 수투위가 공식 단체로 참여하고 있고 58개 시민 사회 단체와 서울시의회, 경기도 의회 등이 소속돼 있다. 그러나 장기표 운동 본부 공동 대표는 ‘이명박 신당설’과 관련, "운동 본부는 '이명박 신당'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수도 분할에 반대하는 순수한 시민 단체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범국민운동본부의 수도 분할 반대 투쟁이 한나라당 수투위와 정치적으로 연계할 가능성이 높고 시민단체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운동본부가 친이명박 성향의 정치 세력화, 나아가 이명박 신당의 모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당내 수도권과 강원지역 초선의원들이 중심이 된 '중초회'(중부지역 초선의원회)의 결성도 박 대표에게 부담스럽다. 모임을 주도해 온 진영 의원은 " 당이 영남권 위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식과 함께, 수도권에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느껴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해 영남권 중심의 박 대표 체제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중초회 소속 의원 대부분은 정서적으로 수투위 노선에 동조적이고 이명박 시장이나 손학규 지사와 가까워 박 대표의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박 대표는 그러한 당 안팎의 거센 도전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3월 29일 당 현안과 관련한 비주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과 목포를 방문하는 등 ‘호남 다가가기’ 에 나서 ‘마이 웨이(My Way)’ 의 일면을 보여줬다.

박 대표는 최근 3대 법안과 관련해 “당론과 다른 얘기는 자제해 달라”며 당 혁신위와 소장파 주장을 일축하고 “나보다 더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 줄 사람이 나타나면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있다”고 자신을 겨냥한 견제론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시험대에 오른 박 대표가 ‘잔인한 4월’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가의 춘풍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4-07 17:46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