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류 구축 vs 도약 발판, 본격 레이스친노직계 鄭과 결합, 세력 분화·캐스팅 보트 역할 여부 주목

전대 후 '鄭·金의 전쟁' 제2라운드
신주류 구축 vs 도약 발판, 본격 레이스
친노직계 鄭과 결합, 세력 분화·캐스팅 보트 역할 여부 주목


정동영 장관.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여권 내 유력한 대권후보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힘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당대회를 통해 정 장관이 ‘신(新)주류’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며 한발 앞서나갔지만 김 장관도 장영달 의원의 지도부 진입을 계기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이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양측의 숨막히는 대결이 서서히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정ㆍ김의 대리전으로 흐른 전당대회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정ㆍ김 두 대권후보의 대리전이었다. 정 장관을 정점으로 한 구 당권파는 친노직계인 문희상ㆍ염동연 의원을 지원하면서 당내 신주류를 형성했고, 김 장관의 재야파는 장영달 의원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친노직계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는 개혁당그룹과의 연대를 모색했다. 한 중진의원은 “두 사람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대선후보 경선의 전초전을 치른 셈”이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측은 전당대회 내내 ‘실용’을 화두로 내세워 친노직계와의 연대를 적극 추진했다. 문희상 후보 캠프에는 전병헌ㆍ박영선 의원 등 정 장관의 핵심측근 현역의원들이 대거 결합했고, 염동연 캠프에는 구 당권파의 실무진 20여명이 조직적으로 합류했다. 정 장관측은 당내 계파인 ‘바른정치모임’에서 직접 후보를 내세우진 않았지만 문희상ㆍ염동연 후보를 각각 1,2위에 당선시키면서 다시 한번 ‘당권파’의 위치를 점하게 됐다.

반면 김 장관측은 ‘개혁’을 화두로 내세워 이에 맞섰다. 국민정치연구회 이사장인 장영달 의원을 재야파의 단일후보로 내세운 것. 김 장관의 사조직인 ‘한반도재단’의 실무진들이 장 후보 캠프에 대거 결합함으로써 재야파의 단일대오를 과시했다. 또 유시민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 친노직계의 한 분파인 개혁당그룹과의 ‘개혁 연대’에도 공을 들이면서 외연 확대를 꾀했다.

16개 시ㆍ도당 위원장 선거에서도 양측은 전면전을 펼쳤다. 영남의 경우 정 장관이 친노직계와 적극 결합하며 앞서갔고, 호남에서는 김 장관이 개혁당그룹과의 연대를 통해 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최대 격전지였던 수도권의 경우 경기도당위원장을 정 장관의 핵심측근인 김현미 의원이 차지하자, 재야파는 친노직계이면서 자신들과 친분이 두터운 유인태 의원을 적극 지원해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겼다.

정 통일, 신주류로 진열 재정비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정 장관측은 당내에 신주류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친노직계인 문희상 의원이 당 의장에 취임한 직후 첫번째 당직인사를 통해 정 장관의 핵심측근으로 꼽히는 전병헌 의원을 당 대변인에, 박영선 의원을 의장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무총장에 선임된 박기춘 의원도 정 장관 계보로 분류된다.

사실 이번 전당대회 초반만 해도 정 장관이 구 당권파의 입지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자신이 반대해온 신기남 의원의 출마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정 장관이 당 바깥에 있는 상황에서 구 당권파의 일부가 신 의원을 지지하고 나설 경우 천정배ㆍ신기남ㆍ정동영 등 3인의 강고한 연대는 깨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정 장관의 영향력 약화로 귀결될 상황이었다굅?설명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친노직계와의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하는 동시에 신 의원을 매몰차게 내쳤다. 일부의 이탈을 각오하면서도 당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열을 짜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방식은 성공했다. 신 의원은 예비경선조차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구 당권파의 이탈이 거의 없었음이 증명됐고, 문희상 의원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 의장에 당선됨으로써 문희상ㆍ정동영의 신주류가 무사히 안착했음을 보여줬다.

새 의장에 선출된 문희상(가운데)의원이 상임중앙위원들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김주성 기자

김 장관, 당권 분점하며 개혁연대 가시화
김 장관측도 장영달 의원을 3위로 상임중앙위원에 진출시킴으로써 당권을 분점하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물론 정 장관측에 비해 다소 뒤지는 성적이긴 하지만 당내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창당 이후 지금껏 비주류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대권행보에서 이전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 셈이다.

정 장관에 기울어진 친노직계의 분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외연을 확대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친노직계이면서 개혁당그룹으로 분류되는 유시민 의원,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과의 ‘개혁연대’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反)정동영, 친(親)김근태’ 발언 이후 유 의원이 수세에 몰렸을 때 김 장관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간당원제도를 옹호하는 글을 게재함으로써 유 의원을 옹호하고 나섰다. 또 대의원들의 투표 과정에서도 장영달 캠프는 수도권과 영남에서 각각 유시민 캠프, 김두관 캠프와 적극적인 공조를 펼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같은 개혁연대의 가시화는 그동안 김 장관의 약점으로 꼽혔던 노무현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김 장관측 핵심인사는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워 좋을 게 없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별다른 해소방안이 없었는데 유시민 의원 등과의 연대가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직계, “한 쪽으로 기울지는 않을 것”
이처럼 정ㆍ김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단연 주목받는 것은 친노직계의 행보다. 당정분리의 원칙이 세워졌다고는 하지만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은 여전히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문 의장 등과 신주류를 형성한 정 장관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친노직계 의원들은 한결같이 “한 쪽으로 기울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 장관에 대한 선호로 비칠 경우 김 장관측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대권경쟁이 조기에 과열될 수 있고, 결국은 노 대통령의 레임덕도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문 의장과 유인태 의원이 역할을 분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활성화라는 노 대통령의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문 의장은 코드가 맞는 구 당권파와 함께 ‘실용주의’ 노선을 본격화하는 데 주력하되, 유 의원은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유인태 의원이 유시민 의원의 지도부 진입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전당대회 직전 “정 장관에 대한 유시민 의원의 비판에는 일리가 있다”고 거든 것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2기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는 다른 의미에서 대권을 향한 정 장관과 김 장관의 제2라운드가 시작됐음에 다름 아니다.

양정대 기자


입력시간 : 2005-04-14 15:17


양정대 기자 torc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