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권 대표 폴리코프스키 면담 시도 배경 촉각

[단독보도] 이광재, 남북정상회담 특사?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권 대표 폴리코프스키 면담 시도 배경 촉각

열린우리당 의정연구센터 소속 국회의원과 3월 11~16일 까지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광재 의원.(왼쪽부터 이화영, 한병도, 이광재, 윤호중 의원)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의 전권 대표를 만나려다 제동이 걸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의원은 3월 28~31일 극동러시아를 방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권 대표인 콘스탄틴 폴리코프스키를 만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폴리코프스키가 개인 사정을 내세워 이 의원과의 면담을 꺼려 회동은 무산됐다. 이 의원실의 심규호 보좌관은 “폴리코프스키가 모친상을 이유로 모스크바에 가는 바람에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1~16일 이 의원과 함께 모스크바를 방문한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폴리코프스키의 모친상 때문에 3월 말 미팅이 4월13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3월초 한-러 경제협력 차원에서 사할린을 방문했을 때 폴리코프스키의 에너지 담당관인 슈베들로프와 만나 약속한 일정”이라며 “4월에 이광재 의원과 폴리코프스키가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연치 않은 회동목적 설명
이광재 의원이 폴리코프스키를 만나려는 목적에 대해 심 보좌관은 “이 의원은 오래 전부터 에너지 문제를 포함한 극동 러시아에 관심을 가져왔고 그런 차원에서 이 지역 책임자인 폴리코프스키를 만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화영 의원도 “한-러 경제협력을 위해서”라며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폴리코프스키측의 반응은 이광재ㆍ이화영 의원의 설명과 다소 차이가 있다. 폴리코프스키와 절친한 사이인 국내의 한 인사는 “폴리코프스키의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편한 마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오일게이트(철도공사가 추진한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 의혹)’와 관련이 있는 것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일게이트에 대해 “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진 격”이라며 역설적인 해석을 했다. 그리고 한국철도공사가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회사인 알파에코사측과 페트로사 정유공장 문제를 잘못 처리해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신뢰가 깨진 게 가장 큰 불행이라고 덧붙였다.

사할린 지역 자원 전문가인 러시아 동포 A씨는 “러시아가 자국 에너지 보호를 강화하고 미국, 영국, 일본이 사할린 지역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에서 페트로사 유전개발은 한국에게 마지막 남은 기회였다”며 “러시아는 더 이상 한국을 신뢰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A씨는 오일게이트의 중심인물로 등장한 하이앤드 전대월 사장이 작년 8월 중순 사할린을 방문했을 때 이 지역 에너지 전문가들과 함께 코리아크루드오일(KCO)이 투자를 추진한 니트로 페트로사 정유공장의 6광구 현장을 찾은 장본인이다.(4월4일 발행 주간한국 2067호 보도)

이광재 의원이 폴리코프스키를 만나려는 것과 관련, 주목되는 것은 ‘시기’ 문제다. 3월 말이면 노 대통령이 5월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한달 가량 앞둔 시점이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모스크바 방문 후 귀국 중에 극동 러시아를 거쳐서 올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극동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폴리코프스키와의 면담은 필연적이다. 그런 폴리코프스키를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이 접촉에 힘을 쏟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남북정상회담 모종 역학설
폴리코프스키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가까운 몇 안 되는 러시아 내 친북인사로 알려졌다.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김 위원장을 두 번이나 크렘린까지 수행해 친분을 과시했고, 김위원장의 부름을 받고 평양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폴리코프스키는 작년 11월 한국을 방문, 노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국내에 머무는 동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러시아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후 남북정상회담 러시아(연해주) 개최설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주간한국은 지난호(2067호)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 ‘라손’이라는 조직을 단독 보도?바 있다. 라손은 2000년 7월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2003년에 결성된 조직이다. 극동 러시아를 중심으로 북-러 간 경제교류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장차 한국의 참여가 예상되고 있다. 극동 러시아를 중심으로 남-북-러시아가 결합하는 시나리오는 노 대통령이 취임 전인 2003년 1월 초 사할린 에너지를 북핵 해법으로 활용하겠다고 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 라손의 위원장은 폴리코프스키다. 일각에선 오래전부터 폴리코프스키가 남북정상회담의 밀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광재 의원의 러시아행 발길이 잦은 것이 폴리코프스키와의 접촉, 나아가 남북정상회담에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그래서 나온다.

오일게이트는 KCO 대표 권광진씨가 2003년 페트로사 인수전에 뛰어든 게 계기가 됐지만 작년 6월 KCO 최대 주주였던 전대월 사장과 권씨가 만나면서부터 구체화됐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오일게이트는 게이트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9월3일 모스크바로 가 페트로사 지분을 갖고 있는 알파 에코와 지분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KCO의 페트로사 주식인수 계약이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오일게이트의 한 관계자는 “KCO의 허문석 전 대표가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9월20~23일)에 맞춰 성과를 내야 한다며 사업추진을 재촉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에서 ‘동북아중심국가’를 강조하면서 극동러시아의 중요성을 부각한 바 있다. 참여정부가 중점을 둔 동북아중심국가 프로젝트에는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광재 의원과 김세호 건교부 차관(전 철도청장)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일게이트와 연관, 의혹의 눈길도
작년 7월 전대월씨의 움직임을 포착한 이후 KCO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을 추적한 결과 순조롭게 진행되던 러시아 사할린 유전 개발사업은 KCO와 관련된 전대월-권광진-허문석씨와 철도공사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 등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게이트로 비화한 측면이 크다. 작년 8월17일 사할린을 다녀온 전씨는 러시아 유전개발에 확신과 경제성에 들떠 있었고 허문석씨와 이광재 의원을 자주 거론했다. 그러나 이광재 의원이 오일게이트에 관련된 흔적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새우 싸움에 등이 터진 고래를 분석하는 과정에 이 의원의 그림자가 더 크게 어른거렸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4-14 15:48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