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없이 채찍만 만지작6자 회담도 안되고…안보리 회부·경제제재도 '산 넘어 산'

美, 북핵 압박수단이 없다
당근없이 채찍만 만지작
6자 회담도 안되고…안보리 회부·경제제재도 '산 넘어 산'


협상이냐 강경이냐. 부시 행정부의 북핵 해법이 중대 기로에 섰다.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위한 미국의 압박전략이 실패했다는 전망이 짙어지자 부시 행정부 책임론 부상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대책 없는 일방주의가 주변국의 협조도 얻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북핵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

북한은 2월 10일 핵무기 보유 선언에 이어 6자 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전환 제의,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등 위기를 고조시키며 핵무장의 길로 가는데도 미국은 이렇다 할 대응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뉴욕타임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26일자 칼럼에서 미 행정부가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를 거론되고 있지만 중국과 한국의 반대로 제대로 안될 것임을 지적한다. 그는 또 북한이 비밀리에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맞서 미 행정부 매파는 전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영변에 군사공격 가능성을 검토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을 우려했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 8년 재임기간에는 북한이 한 개의 핵무기도 만들지 않았으나 부시 대통령 집권 4년에 약 6개를 만들었으며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으로 2~3개는 충분히 더 만들 플로투늄을 갖게 될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가 결과적으로 북한 다루기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한·중, 대북교역 증가로 미·일 의도 퇴색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다시 한국을 찾은 크리스토프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베이징 방문 결과를 설명하면서 “6자 회담이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미국이 머지않아 관련국들과 6자 회담 실패 선언 시기 결정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6자 회담 실패 분명해지면 미국의 일단 북핵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의 반대도 있겠지만, 북한이 2003년 1월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해 유엔에 가더라도 북한을 국제법 위반으로 마땅히 제재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결국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카드는 대북 경제봉쇄를 겨냥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이다. 그러나 이것도 중국과 한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결국 미국이 어떻게 중국과 한국의 협력을 유도할 것이냐가 문제로 남는다.

북한이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물자는 식량과 유류이다. 그리고 북한은 이를 한국과 중국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 정부에서 2002년부터 매년 50만 톤의 곡물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중단되면 북한의 곡물 수급은 대기근 시기인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전락한다.<표1 참조>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 탓에 식량 부문에서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은 2000년 이후 점차 낮아졌다.

특히 올해 한국의 식량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북한으로선 치명적이다. 미ㆍ일 등 세계식량기구(WFP)를 통한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5~7월 중 적절한 시기에 외부의 식량지원이 없다면 또 다시 끔찍했던 ‘고난의 행군’을 되풀이 해야 한다.

유류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은 절대적이다. 북한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70%를 중국에서 들여 온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표3 참조> 무역진흥공사(KOTRA) 자료에 의하면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원유 도입은 2002년 한 해 러시아로부터 들여 온 12만 톤을 제외하고 100%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중국 무역은 2000년 이후 연 평균 30%로, 한국과 15.9%, 일본과 8.6%에 비해 급성장 추세를 보였다. 현재 중국은 북한의 제1교역국으로 확고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대북 압박 일환으로 중국의 지렛대 역할에 매달리는 이유도 중국의 대북한 경제적 영향력에 있다. 그러나 미국과 전략적 이해를 달리하는 중국과 북한과 특수관계에 있는 한국이 미국이 구상하는 PSI에 동참하기 위해선 분명한 명분이 필요하다. 북핵 위기의 교착화에 북한도 문제지만 미국이 성의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시각이 엄존하는 상황에선 힘든다는 얘기다. 즉 미국이 명분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현재 상황은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의도와 달리 한국과 중국의 대북 교역은 증가 추세다.

무역협회가 지난 28일 발표한 ‘2005년 1.4분기 남북교역 동향’에 따르면, 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관광, 꾸준한 상업적 거래에 힘입어 1.4분기 남북한 간의 교역은 전년 동기대비 58%가 증가한 1억 6,575만 달러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연평균 15.9%의 성장에 비하면 올해 들어 기록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산 조개류 수입은 100% 이상 늘었다. 일본의 대북한 제재로 대일 수출이 어려워진 조개류를 남한에서 대량 수입한 결과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모시조개 등은 대북한 무역의 정부 승인대상 품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간차원의 상업적 거래를 현재로선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지난 3월부터 ‘선박 유탁(油濁) 손해배상보장법’을 도입해 북한산 모시조개 등의 수입을 막고 있다. 이 법은 좌초한 배를 방치해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100톤 이상 선박은 선주책임보험 가입을 입항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 선박들이 대부분 노후 선박으로 보험 가입을 하지 못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결국 이 법은 북한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경제적 타격을 위한 경제 제재의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북한산 조개류 대일 수출 감소분을 소화해 줌으로써 일본의 대북 제재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의 협력 만으론 PSI가 효과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

6월 한·미 정상회담이 중대 분수령
결국 미국은 북한을 압박 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셈이다. 지금 북한 핵을 둘러싼 긴장은 고조되고 있지만 중국을 지렛대 삼은 대북한 압박은 한계에 부닥치고, 한국 역시 대북한 제재에 부정적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미 정상은 오는 6월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전격 합의했다. 특히 ‘6월 위기설’이 흘러나오는 시점에 양국 정상의 만남은 북한 핵 위기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과연 1년 전 3차 6자 회담에서와 같이 미국측의 ‘대담한' 대북 접근법을 도출해 내느냐, 아니면 북핵 불용 원칙에 따라 대북 강경책을 논의 하느냐 하는 ‘담판’의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5-04 15:38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