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달구는 '호남 삼국지'2007 대선 분수령 인식, 지분·맹주 자리놓고 여야 3당 혈전

호남을 거시기 해불면 대권 쥔다?
정치권 달구는 '호남 삼국지'
2007 대선 분수령 인식, 지분·맹주 자리놓고 여야 3당 혈전


5월30일 민주당에 입당한 최인기 의원(가운데)이 당 지도부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종철 기자

정치권에 ‘호남 삼국지’가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호남의 지분과 맹주 자리를 놓고 여야 3당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호남 전쟁’은 각 당의 생존 내지 2007년 집권의 향배가 호남에 달려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직접적인 배경이다.

지난달 호남 유일의 무소속 최인기 의원(나주ㆍ화순) 영입을 둘러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의 3파전은 황산벌 전투의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최 의원은 각 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고민 끝에 5월 24일 민주당 입당을 선언했다.

당시 우리당에서는 총리직을 제의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한나라당 역시 최고위직을 보장했다는 후문이다. 최 의원은 입당과 동시에 당 부대표를 맡았고, 현재는 전남도 지부장을 요구하고 있다.

차기대권 향배 가를 호남표심
호남 전투는 우리당과 민주당의 맹주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당-한나라당, 민주당- 한나라당의 측면전이 병행하는 양상이다. 우리당-민주당의 싸움은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당의 생존과 2007년 집권 여부가 좌우될 전망이다.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우리당은 광주(7석), 전북(11석)을 석권하고 전남 12석 중 7석을 차지하는 등 호남 맹주로 부상했다. 전체 득표율에서도 46.%를 차지, 민주당 38.4%를 앞질렀다. 그러나 총선 이후 5차례에 걸친 단체장, 재보선의 평균 득표율에서는 민주당 53.7%, 우리당 33.5%로 역전됐다.

민주당은 4ㆍ30 재보선과 최인기 의원 입당 등에 힘입어 호남 맹주를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리당 의원들의 영입에 힘을 기울이면서 특히 고건 전 총리의 영입에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민주당 활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총력을 쏟기로 했다.

최근 국회 주변에서는 최 의원 입당 후 우리당 ㅇ의원을 비롯해 2~3명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 우리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입당 기능성을 부인했지만 지역 여론이 민주당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을 불안해 하는 눈치다.

고건 전총리 거취 초미의 관심사
고건 전 총리의 거취는 민주당 뿐만 아니라 우리당, 한나라당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고 전 총리는 2007년 대선 후보 관련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 대선 후보나 킹 메이커로 나설 경우 차기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광주 CBS가 5월31일 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광주·전남 지역 여론조사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고 전 총리는 25.7%로 다른 주자들(정동영 통일부 장관 8.8%,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5.8%)을 압도했다. 이렇다 보니 여야 3당의 고 전 총리 구애전이 치열하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쪽은 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는 “고 전 총리가 입당하는 순간 차기 대선 후보로 급부상할 뿐만 아니라 호남 민심도 민주당쪽으로 급격히 기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최근 입당한 최인기 의원이 관료 생활을 고 전 총리 밑에서 시작한 ‘고건 인맥’이라는 점을 내세울 정도로 민주당은 고 전 총리 입당을 목놓아 고대하고 있다.

5월26일 정의화 한나라당 지역화합발전특위위원장(가운데 오른손 든 사람)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남 하의면 후광리 김대중 전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생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당은 겉으로는 고 전 총리의 ‘대선 후보 1위’ 현상을 ‘거품’으로 보고 특별한 공을 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다른 당에 입당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나 2007년 대선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대책을 마련하는 수준이다.

한나라당은 정치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고건 카드’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영입에 긍정적이다. 박근혜 대표는 5월11일 한 방송에 출연, 고 전 총리 영입에 관한 질문에 “당의 노선과 일치하고 좋은 평가를 받는 분들은 모셔올 수 있다”고 해 그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중진인 H 전 의원이 고 전 총리의 한나라당 입당을 타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당은 호남을 잃고서는 2007년 재집권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호남 공들이기’를 지속하는 한편 민주당과의 합당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호남 배려론이 제기되고 정부의 S프로젝트(전남 서남해안개발계획) 추진, 전남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 지원 등은 이런 맥락에서다.

민주당과의 합당론은 당내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4ㆍ30 재보선 참패 후 힘을 얻고 있다. 문희상 의장과 염동연 최고위원이 합당파의 선봉으로, 염 위원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당료 출신의 우리당 의원 20여 명이 결성한 ‘월요회’의 좌장을 맡아 합당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이해찬 총리 교체설과 관련, 민주당 중진(김종인 의원 등) 기용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서다. 이밖에 호남 인사(민주당 의원 포함) 중용론 등이 호남 배려 방안으로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호남에 올인
호남 전투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대선에서 연이어 패한 한나라당이다. “호남이 없으면 대권도 없다”는 기치 아래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올인(all in)’하는 양상이다.

박 대표는 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광주 5ㆍ18 행사에 참석했는가 하면 한달 뒤인 6월17에는 서진(西進) 정책을 주도할 ‘지역화합발전 특별위원회(위원장 정의화 의원)’를 출범시키고 8월12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서진’의 상징적인 행보를 보였다. 한나라당의 ‘호남 민심 파고들기’행보도 두드러져 지난해 8월 창당 후 처음으로 의원 연찬회를 전남 구례ㆍ곡성에서 열고 지역민들과 스킨십을 나눴다. 소장 개혁파 의원들이 중심이 된 ‘수요 조찬모임’소속 의원들은 매년 호남에서 ‘농활’을 하면서 바닥 민심을 청취하고 있다.

올해에도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 의원들이 광주 5ㆍ18 국립묘지를 참배했고, 1주일 뒤인 5월26일에는 정의화, 심재철, 김재경, 김애실, 박세환 의원 등 지역화합특위 소속 의원들이 DJ 생가를 방문하기도 했다. 6월15일에는 DJ정부의 역사적 공과를 재조명하는 토론회를 열기로 해 한나라당의 ‘호남 껴안기’는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5월1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5.9%로 종래 2%대보다 4%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박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51.4%를 기록해 ‘호남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기도 했다.

정가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지역통합론’을 제기하는 것을 주목, 두 당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영ㆍ호남 결합을 매개로 연대할 경우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과연 호남 전투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지, 여야 3당의 쟁탈전은 수면 위 뿐 아니라 아래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6-09 18:2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