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제임스 킴'으로 통했다캄보디아 교민사회에 '안기부 사람'으로 알려져, 이력 등 실체 여전히 미스터리

행담도 의혹의 핵심, 김재복은 누구인가?
'국정원 직원 제임스 킴'으로 통했다
캄보디아 교민사회에 '안기부 사람'으로 알려져
이력 등 실체 여전히 미스터리


행담도개발(주) 김재복 사장이 5월25일 판교 한국도로공사에서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조사를 받고 조사실을 나서고 있다.

“김재복(40)이란 이름은 잘 모른다. 그는 제임스 킴(James Kim)으로 통했다. 안기부(국정원) 사람들과 친했고 그들의 정보망으로 활동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하다 2000년 초 귀국한 K씨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행담도게이트(충남 당진군 행담도 개발사업 투자 의혹)’의 당사자인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을 그렇게 평했다.

K씨는 또한 “제임스 킴은 캄보디아 주재 싱가포르 대사와 골프를 같이 칠 정도로 친했다”고 해 행담도게이트에 싱가포르 대사관측이 연루된 사연을 가늠케 했다.

행담도게이트에서 가장 관심을 불러일으킨 인물은 단연 김재복 사장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공개된 신분조차 사실과 달라 그의 실체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행담도게이트에 대한 온전한 접근을 가로막아 왔다.

김 사장이 밝힌 그의 이력은 이렇다.

‘1965년 대구 출생으로 83년 경기 부천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83년 충청권 H대 통신공학과에 입학했다. 85년부터 이듬해 초까지 육군 단기사병으로 6개월간 군 복무한 뒤 87년에 복학했지만 89년 대학 중퇴를 하고 고시 공부를 하다 90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학업을 중단하고 개인사업을 하다 91년부터 1년 간 국내 모 대기업 체코 프라하 지점 현지 직원으로 일했고 93년 독일의 환경 관련 기업에서 근무했다. 96년부터 2년 간 캄보디아의 다국적 호텔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99년부터 2년 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 컨설턴트, 2002년부터 현재까지 싱가포르 파워의 시니어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K씨에 따르면 김 사장이 밝힌 이력엔 다소 사실과 다른 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 사장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국내의 한 이탈리아계 수녀원에서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등학교를 마친 김 사장은 국내 H대학에 2학년까지 다니다 누나가 있는 독일로 건너갔다. 김 사장은 그곳에서 공학 분야의 명문인 아헨공대를 진학했다고 했는데, 국내 동문들은 그의 이름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K씨에 따르면 김 사장이 싱가포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한 다국적 호텔 체인 업체 계열사의 캄보디아 지사 선임 엔지니어로 파견되면서부터라고 한다. 김 사장은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호방한 성격으로 주 캄보디아 주재 대사와도 가까워졌다는 전언이다.

실제 김 사장은 독일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95년부터 아코르 아시아 퍼시픽(태국 및 캄보디아 호텔 산업)이라는 회사에서 기술부장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싱가포르와 인연을 맺게 된다.

행담도 해양복합관광휴게시설 개발공사 현장

김 사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싱가포르 파워 시니어 어드바이저’(Singapore Power Senior Advisor)로 소개했지만 이 기업은 싱가포르 산하 공식 정부 기관이 아닌 사기업이다. 싱가포르 정부 산하 공식 전력 담당 기구는 EMA(Energy Market Authority of Singapore)로,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정보망, 사실 아니다" 밝혀
K씨는 김 사장이 한국과 캄보디아의 국교 수립 과정(1996~97년)에서 통역을 맡으면서 국정원(당시 안기부) 관계자들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특히 98년에 귀국한 한 관계자와는 호형호제 할 정도로 친분을 유지했다는 것.

실제 캄보디아 교민 사회에서 김 사장은 ‘제임스 킴’으로 통했으며 국정원 직원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오가며 여행업을 하는 교민 C씨는 “ 제임스 킴이 안기부 사람들과 친한 것은 교민 사이에 다 알려진 사실이고 그를 안기부원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공보담당자는 “김 사장?국정원의 정보망이라는 것은 소문에 불과할 뿐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사장에 대한 평가에서는 K씨와 C씨 간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K씨는 “제임스 킴은 자신을 안기부원이라고 허풍을 치고 다녔고 빈털터리”라고 말했다. 99년 한국에 갈 때까지 주로 영어를 사용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반면 C씨는 “머리가 뛰어나고 의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사장이 재력가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사장의 이름이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충남 서산의 한 공단에 진출한 싱가포르 전력청의 현지 관리책임자로 귀국하면서다. 김 사장은 캄보디아에서 그곳 싱가포르 대사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주한 싱가포르 대사와 친밀한 사이가 됐으며, 결국 행담도 사업까지 이어지게 됐다.

김 사장의 행적과 관련해 주목되는 그가 귀국한 99년은 김대중(DJ) 정부가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투자 유치에 전력하던 때다. 당시 싱가포르는 해외투자와 관련, DJ 정부로부터 귀빈 대접을 받았다.

행담도 개발사업은 99년 6월 도로공사와 싱가포르 투자회사 EKI의 모회사인 ECON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ECON그룹은 DJ 정권의 권유를 받고 ‘자신감을 갖고’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캄보디아 교민들에 따르면 김 사장은 99년 귀국 당시 “앞으로 내 얼굴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에서 큰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행담도 불똥, 정치권으로 튈 수도
행담도 개발사업은 초기부터 ECON사에 대한 ‘특혜’ 시비가 있었다. 2002년 감사원이 도로공사의 573억원의 손실에 대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대충 넘어갔던 것. 당시 ‘외압’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와 여권 고위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또한 당시 ECON사 특혜 시비에 김 사장의 이름이 거론된 바 있어 김 사장에 대한 수사에 따라 현 정치권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담도게이트와 관련, 김 사장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은 △2004년 1월 한국도로공사와 맺은 불평등한 ‘풋백옵션’계약(도로공사가 이익이 나면 10%를 챙기고 실패하면 100% 책임을 지기로 한 계약)의 체결 배경 △올 2월 채권발행과정에 대한 청와대 개입 배경 △경남기업(전 대아건설)으로부터 120억원을 빌린 과정 등 크게 세가지다.

이가운데 풋백옵션 계약은 도로공사가 책임질 문제이고 채권발행과정에서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등이 정부지원 의향서를 써준 것도 김 사장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

김 사장이 직접 관련된 것은 경남건설에서 빌린 120억원이다. 김 사장은 2002년 대선 직전인 11월 대아건설로부터 120억원을 빌렸다. 대아건설은 2004년 1월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2002년에 비자금을 조성해 여야에 정치자금을 조달한 혐의가 있다’고 나왔다. 그리고 2004년 5월 회사 대표가 2002년 자민련에 16억원을 준 혐의로 구속됐다.

김 사장이 자신의 사업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하면서 검은 돈 거래를 했을 개연성도 없지 않으나 감사원은 계좌 추적권이 없어 이에 접근을 못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행담도게이트의 ‘뇌관’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6-16 14:1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