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게이트 핵심인물¨페트로사 계약파기로 무산
[정치] 전대월씨 홈스크 유전에도 손 대 오일 게이트 핵심인물¨페트로사 계약파기로 무산
“지난해 10월 만남에서 전대월씨가 유전사업 얘기를 했지만 사할린 페트로사 유전이 아닌 홈스크 유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5월25일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이른바 오일게이트)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전대월 아이앤드 대표를 만난 것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유전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 3부 홍만표 부장검사는 전씨가 사할린 유전과 관련된 코리아크루드오일(KCO) 지분을 84억원에 처분한 뒤 10월8일 새로 홈스크 유전사업을 검토해달라며 이 의원을 찾아갔다고 밝혔다. 반면 이 의원은 전씨와의 관계에 대해 “지난해 7월 의원회관으로 찾아온 전씨가 유전사업과 관련해 협조 요청을 해 석유전문가인 허문석(71) 박사를 소개했으나 그 후로 일절 유전사업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전씨가 이 의원 사무실을 방문한 것도 전씨 개인의 행동일 뿐이라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었다. 그 동안 이 의원과 전씨와의 관계는 오일게이트의 또 다른 축인 허문석씨로 인해 ‘7월 만남’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10월 만남과 홈스크 유전의 의미는 간과돼 왔다. 그러나 오일게이트를 촉발시킨 전씨가 페트로사 유전사업을 남겨 둔 채 홈스크 유전사업을 앞세워 이 의원을 찾아간 것은 주목할 대목으로 분석된다. 사할린 페트로사 유전사업은 지난해 6월 전씨와 쿡에너지 권광진 대표가 만나 싹을 틔운 뒤 한달 뒤인 7월7일 이 의원이 자신의 에너지 정책 자문위원이던 허문석씨를 소개해 줌으로써 속도를 냈다. 그러나 페트로사 유전사업은 전씨가 지난해 8월 중순 러시아 전문가 K씨와 사할린을 방문한 게 결정적으로 힘을 받았다.
그곳에서 러시아 동포 발레리 최씨를 만난 전씨는 최씨의 사할린에서의 위상(인적 네트워크)과 세계적 석유탐사 전문가인 초르네를 통해 페트로사 유전사업의 경제성을 확인하고 곧바로 허씨에게 연락, 귀국 다음날인 8월17일 KCO를 설립했다. 전 날인 16일에는 김세호 전 건교부차관(당시 철도청장)이 우리은행에 채권보전 확약서를 발급, 철도공사가 페트로사 유전사업에 개입하는 단초를 마련했다. 이어 전씨와 권광진 대표, 왕영용 당시 철도공사 사업본부장은 9월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알파에코사와 페트로사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철도공사는 전씨와 권씨의 지분 60%를 120억원에 인수하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NG뱅크 등을 접촉하며 러시아에 지급할 자금마련에 주력했다. 반면 전씨는 페트로사 유전사업과는 별개의 홈스크 유전사업을 추진했다. 9월 중순, 사할린을 재차 방문해 발레리 최와 함께 홈스크 광구 현지를 답사했다. 홈스크 유전의 경제 규모는 페트로사보다 1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씨는 10월8일 이광재 의원을 찾아가 홈스크 유전사업을 전하고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데 나섰다. 허문석ㆍ왕영용 등이 이 의원을 만나 석유개발기금 융자를 부탁하고(10월20일),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이 이 의원을 찾아가(11월8일) 철도공사의 유전사업에 협조를 부탁하는 등 러시아에 지급할 자금을 마련하는데 전력하는 동안 전씨는 홈스크 유전사업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그러나 철도공사와 은행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순항하던 페트로사 유전사업은 11월15일 철도공사진흥재단이 갑자기 알파에코사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막을 내렸다. 바로 직전인 11월8일 신광순 전 사장이 이 의원을 찾아가 협조를 부탁한 것과는 배치되고 국제관례인 10일 간의 비즈니스 데이(유예기간)를 무시한 점, 그리고 KCO 허문석 대표도 모른 채 서둘러 계약해지를 한 것은 오일게이트의 최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전씨의 한 측근에 따르면 페트로사 유전사업이 무산된 뒤 전씨는 크게 분개했다고 한다. 홈스크 프로젝트라는 엄청난 사업의 성사를 목전에 두었는데 페트로사 유전사업이 깨지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는 것. 측근은 전씨가 페트로사 유전사업이 파기된 것도 모른 상태에서 투자자를 모았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홈스크 프로젝트와 관련,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10월 하순 김세호 전 차관이 철도공사의 유전사업을 건교부의 뉴딜정책에 포함될 수 있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검토지시를 내린 점이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뉴딜정책에 포함된 사업의 주체가 되는 회사는 자금지원은 물론 세금도 감면 받는 이중혜택을 누리게 된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지난해 10월 초 이 이원을 찾아가 전달한 홈스크 프로젝트가 뉴딜정책에 포함될 유전사업의 핵심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본래 홈스크 유전사업은 페트로사 유전사업의 성공을 전제로 추진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김세호 전 차관이 유전사업을 뉴딜정책에 포함시키려고 적극 나선 것도 두 유전사업의 연계성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페트로사 유전사업이 무산되면서 전씨의 홈스크 프로젝트도 불발로 끝났다. 홈스크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보고 전씨에게 투자자를 소개한 한 화교는 “전씨가 투자자를 모으면서 너무 엄청난 얘기를 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화교가 전한 ‘엄청난 얘기’는 권력실세와 관련된 사항이다. 화교에 따르면 투자자 중에는 ‘엄청난 얘기’를 청와대쪽에 확인하기도 했다고 한다. 화교의 말을 액면 그대로 인정한다면 철도재단이 느닷없이 페트로사 유전사업을 파기한 데는 전씨가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발설했다는 ‘엄청난 얘기’가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해진다.
입력시간 : 2005-10-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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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