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월 홈스크 광구에 더 관심, 한·러 신뢰 깨진게 가장 큰 손실"

"한·러 신뢰 깨진게 가장 큰 손실"
[인터뷰] 전대월·왕영용과 접촉한 러시아 자원전문가 발레리 최

오일게이트에 연루된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는 지난해 9월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알파에코사와 페트로사 유전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귀국하자마자 극비리에 사할린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러시아 동포 발레리 최(55)를 만나 사할린의 주도(州都)인 유즈노사할린스크의 홈스크 광구를 찾았다.

자원전문가를 통해 홈스크 광구의 경제성을 확인한 전씨는 한국에 돌아와 투자자를 물색했다. 하지만 오일게이트가 터져 전씨가 구속되면서 홈스크 프로젝트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9월 말 가까운 인척이 사망, 장례를 위해 한국을 찾은 최씨는 기자에게 “오일게이트의 가장 큰 손실은 한국(정부, 개인)과 러시아 간의 신뢰 상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왕영용 전 철도공사 사업본부장과 통화한 새로운 사실도 들려줬다.

최씨를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 날 만나 홈스크 프로젝트와 오일게이트를 둘러싼 여러 의문점에 대해 들어봤다. 최씨는 일제강점기때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부친에 이은 교포 2세로 사할린에서는 드물게 블라디보스토크대학을 나와 수산업과 자원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 전대월씨를 만나게 된 것은.

▲전씨와는 지난해 8월 처음 만났다.

- 당시 전씨와는 무슨 얘기를 나눴나.

▲전씨는 페트로사 정유공장 인수와 사할린 6광구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온 세계적 석유탐사 전문가이자 지질학자인 초르네를 소개해줬다. 초르네의 설명을 들은 전씨는 들뜨고 확신에 차서 서울로 연신 전화를 했다.

- 전씨가 서울 누구와 통화를 했나.

▲허문석씨라고 들었다. 전씨는 내 사위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설해 수차례 서울쪽과 통화를 했다.

- 통화내용은.

▲페트로사 유전의 경제성과 정유공장 인수에 관한 것이었다. 전씨는 허문석씨에 대해 얘기하면서 한국이 인수할 수 있다고 확신을 갖고 말했다.

- 전씨가 한국 정치인이나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나.

▲(망설이다) 내가 그것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국 언론에서 오일게이트 운운하며 본질적인 문제는 제껴두고 정치적으로 다룬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지금 전씨에게서 들은 얘기를 거론하면 또 파장이 생길 수 있고 러시아와 한국 간 에너지 협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관련 당사자들과 한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정도만 해두자.

- 전씨가 지난 9월에 다시 사할린을 방문한 목적은.

▲홈스크 광구 때문이다. 전씨는 처음 사할린을 방문했을 때 들은 바가 있어서인지 페트로사 정유공장 인수보다 홈스크 광구에 더 관심이 많았다. 경제적으로도 홈스크 광구는 페트로사보다 10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 전씨는 나와 직접 홈스크 광구까지 다녀왔다.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크게 성공할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 왕영용(전 철도공사 사업본부장)씨와는 어떻게 연락됐나.

▲지난해 9월 초쯤 모스크바에서 왕영용씨가 연락해왔다. 그때 처음 알게 됐는데 페트로사 유전에 대해 자세히 물어왔다. 그리고 나서 11월 경 영국의 석유 메이저인 BP(British Petroleum)가 페트로사를 인수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이를 전하자 그에 대한 자료를 달라고 해 왕씨의 부인을 통해 전달했다.

- 왜 한국(철도공사)이 페트로사 인수계약을 해지했다고 보나.

▲그것은 한국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지금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언론을 볼 때 정상적이지 않은 내막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보지만 한국은 경제 손실 외에 러시아로부터 신뢰라는 더 큰 가치를 잃게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한국에서는 페트로사 정유공장이 개발하는 6광구가 경제성이 없다고 보고 있고 비전문가, 철도공사 등이 권력실세를 업고 들어왔다 돈만 떼였다고 하는데.

▲그것은 한국의 판단일 뿐이다. 6광구는 영국의 BP가 1억2,000만달러에 인수해 전체 주식의 86%를 확보한 상태다. 석유매장량도 한국의 석유공사가 추정한 양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제성이 없다면 세계적 석유 메이저가 한국이 계약을 해지하자마자 인수를 했겠는가.

입력시간 : 2005-10-11 19:5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