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승자가 본선 8할의 승리?!









내년 5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지망생들의 경선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아직 7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출판, 이슈 선점, 얼굴 알리기 등이 경쟁적으로 이뤄진데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쟁이 때이르게 점화된 데는 내년 5월 지방선거의 비중과 당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 평론가들은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정국 주도권의 향배 뿐만 아니라 2007년 대선의 윤곽을 가늠할 시금석으로 평가한다. 그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싸움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게다가 10ㆍ26 재선거에서 확인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바람(朴風)이 세고 이명박 서울시장의 후광이 존재하는 한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은 낙관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자천 타천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3선의 이재오(60)ㆍ맹형규(59)ㆍ홍준표(51) 의원과 재선인 박계동(53)ㆍ박진(49) 의원, 초선인 진영(55) 의원 등이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온 오세훈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 후보들은 서울시장 출마선언 전부터 경쟁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체육대회가 열린 지난달 29일. 행사장인 국회 대운동장에는 서울시장 선거에 뜻을 둔 이재오, 맹형규, 홍준표, 박계동, 박진, 진영 의원 등이 얼굴을 내밀었다. 48개 원내·외 당원협의회장(옛 지구당위원장)과 지방의원, 당원 등이 모인 만큼 최적의 ‘선거운동’ 무대였던 까닭이다.

지난 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수도분할반대 범국민대회에는 이재오, 맹형규, 박계동, 박진 의원 등이 참석해 서울시장 경선장을 방불케 했다.

서울시장 경선은 지난달 27일 홍준표 의원이 첫 발을 내딛으면서 본격화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출판기념회에서 “당파를 위한 열정은 접고 이제 조국을 위한 열정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이제 나는 한반도 개조를 꿈꾸면서 서울 대개조, 서울 혁신을 첫 번째 과제로 삼기로 했다”고 밝혀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나타냈다.

뒤이어 맹형규 의원이 30일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하고 서울시장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한강사랑시민연대’ 창립총회를 열고 ‘중국 한나라 한(漢)자로 한자표기된 한강(漢江)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한자인 한강(韓江)으로 바꾸는 운동’을 추진,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3일에는 이재오 의원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2002년 서울시장후보 선거대책 본부장과 이명박 서울시장 직무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해 서울시의 인사, 예산, 조직 등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며 ‘준비된 시장’임을 강조해 의지를 불태웠다.

박계동 의원은 1일 서울시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시를 철학이 깃든 도시로 바꾸겠다”며 우회적으로 출마 의사를 표시했다. 15일 출판기념회를 갖고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박진 의원은 14일 20㎏ 가까이 감량한 다이어트의 성공기를 엮은 '박진감 있는 돌고래'와 한나라당의 새로운 이념 좌표로 제시해 주목을 받았던 '우익국가(Right Nation)' 번역본을 나란히 출간하는 것을 계기로 서울시장 출마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진영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에 아직 고민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서울시장 경선은 이재오, 맹형규, 홍준표, 박계동, 박진, 진영 의원 등 4~6파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 초를 전후해 여론조사와 후보들의 공약과 토론, 후보 간 연대 등을 통해 경쟁 구도는 훨씬 압축될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가 2007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데다 서울시장 후보들이 당내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관계에서 ‘친박근혜파’(맹형규, 진영)와 ‘친이명박파’(이재오, 홍준표, 박계동)로 분류되고, 강북(이재오,홍준표, 박진, 진영)ㆍ강남(맹형규, 박계동) 후보로 나뉜다는 점도 변수다.

정가 일각에서는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서로 선호하는 서울시장 후보와 짝을 이뤄 대선 전초전식으로 시장후보경선을 치를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박 대표나 이 시장 모두 자기 사람을 서울시장으로 심을 수만 있다면 대선 구도가 한층 유리해지고 기선제압의 효과도 있다. 그래서 대권 주자들이 직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입김’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계동의원, 박진의원,진영의원 (왼쪽부터)









반면 박 대표나 이 시장이 특정 후보를 지원할 경우 그 후보가 이기든 지든 대권 가도에는 역풍이 불 것이 뻔해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찮다. 특정 인사의 승리가 확실해진 뒤에야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일각에서는 이 달 중순에 개정되는 당헌ㆍ당규에서 시장후보를 대의원 투표 50%, 국민참여 경선 30%, 여론조사 20%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근거로 표의 향배를 분석하기도 한다.

즉 대의원 중 상당수는 서울시 의원들로 이명박 시장의 의중을 따를 가능성이 높고 친이명박파 후보에 기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서울시 25개 구 중 3분의2 이상이 강북 지역이고 '강남표=한나라당'이라는 인식도 강북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후보 간 '연대' 여부도 서울시장 경선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정가에서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여론조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후보 간 연대론이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관련, 이재오ㆍ홍준표ㆍ박계동 의원이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소속이고, 맹형규ㆍ박진 의원이 각각 당내 최대 계파인 '국민생각'의 전 회장과 현재 공동 회장이란 점이 주목 대상이다.

박계동 의원은 1일 "이재오 선배와는 대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홍준표 의원도 "재오 형과는 끝까지 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맹형규ㆍ박진 의원은 '완주'입장을 나타냈다.

정가에서는 비주류 3인방이 단일 후보로 연대할 경우 승산이 있지만 표가 분산될 경우 멩형규ㆍ박진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홍준표 의원과 맹형규 의원이 다소 앞서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다른 주자들은 "경선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본격적인 경선이 펼쳐져 비전과 토론에서 진면모가 나타나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11월은 서울시장 후보들의 출마선언과 화려한 공약이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내년 3월 초로 예상되는 경선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 지 경선은 이미 후끈 달아 오른 상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