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당권대전' 카운트 다운우리당 전당대회서 양대세력 정면대결, 2007 대선구도의 시금석

"승자없는 상처뿐인 전쟁" 이라며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극구 만류했던 정동영(DY) 통일부 - 김근태(GT) 복지부 장관의 '빅매치'는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무대는 열린우리당의 2월 18일 전당대회. 그러나 이날 혈투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의 승패에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두 잠룡간의 희비는 곧바로 당내 세력 재편으로 이어지고 5월 지방선거라는 고비를 거쳐 멀리 2007년 대선의 행로를 가늠케 할 것이다.

그래서 DY와 GT를 축으로 하는 당내 양대세력은 이미 전면전을 진행중이다. 자파 그룹을 결속하고 우군 확보, 계파 간 연대 등을 통해 세력확대에 나서고 있다.

DY측은 구랍 27일 원내 ‘바른정치모임’ 소속 의원들이 부부동반 송년 모임을 갖고 결의를 다졌다. 이 자리에는 이강래 회장을 비롯해 김한길 민병두 박영선 김현미 의원 등 DY를 지지하는 핵심 의원들이 모였다.

DY의 복심으로 통하는 정기남 전 보좌관이 2월로 예정된 미국 연수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점도 주목된다. 양기대 이재경 김갑수 전 우리당 부대변인 등 기획통들의 전략 회의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DY의 대선 예비캠프로 알려진 ‘나라비전연구소’는 경희대 부총장을 지낸 박명광 의원이 공동 이사장을, DY의 친구이자 브레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권만학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가 연구소장을 맡아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계파간 연대 등 세불리기 분주

GT측 역시 원내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연, ‘국민정치연구회’ 후신)’ 가 중심이 돼 GT 세력화에 나서고 있다. 민평연 이호웅 이사장을 비롯, 장영달 문학진 최규성 의원 등 재야파 출신 40여 명이 주축이다.

GT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한반도재단’에서는 전대협 1기 의장인 이인영 의원을 비롯해 정봉주 우원식 의원 등이 활동하고 있다. GT의 최측근인 윤천원 전 보좌관도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연구하다 최근 급거 귀국했다.

DYㆍGT 양측은 2ㆍ18 전대를 겨냥한 대중 정파조직들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GT측에서는 지난해 11월26일 GT를 지지하는 ‘국민정치연대’(공동대표 정봉주ㆍ권혁철)를 발족했다. 국정연은 350여명에 달하는 20~30대 기간당원을 주축으로 전국 16개 시ㆍ도 조직까지 갖췄다.

열린우리당은 2005년 12월26일 국회에서 국회의원·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당헌, 당규 개정 방안 및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열린우리당은 2005년 12월26일 국회에서 국회의원·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당헌, 당규 개정 방안 및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DY측은 구체적인 조직이 없으나 올초에 출범할 발족할 ‘평화개혁연대’(평개련·대표 정병원)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평개련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 경선팀의 지역조직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미 1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원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지지 후보를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당 안팎에서는 인적 구성상 DY쪽과 친화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DY-GT측이 2ㆍ18 전대를 향해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당내 여러 세력들의 분화와 연대도 가속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범친노그룹의 분화가 주목된다. 이광재ㆍ이화영 의원 등 친노 직계가 주축인 의정연구센터가 중립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노사모에서 출발한 국참은 DY쪽에, 유시민ㆍ유기홍 의원 등 재야파 출신이 주축인 참정연은 GT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내 중도파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은 사실상 와해돼 DYㆍGT 양측이 우군화를 위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전대를 계기로 DY계에 비판적인 신기남 전 의장이 이끌고 있는 ‘신진보연대’는 GT쪽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12월 63명의 현역 의원들이 주도하는 ‘민주개혁지도자회의’(공동대표 장영달 신기남 이호웅 장영달)를 열어 여권 내 '개혁 블록'의 본격적인 세구축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세몰이에 나선 DYㆍGT 양측은 지난해 12월26일 개최한 의원ㆍ중앙위원 워크숍과 중앙위원회에서 당헌ㆍ당규 개정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2ㆍ18 전당대회 룰과 당 의장 권한 강화 문제, 기간당원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DY측은 내년 전당대회를 중앙위원 및 대의원까지 모두 바꾸는 정기 전대로 할 것과 당의장ㆍ최고위원 분리선거, 1인1표제 표결방식을 주장했지만 GT계와 참정연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에 따라 2ㆍ18 전대는 중앙위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도부만 새로 뽑는 임시전당대회 형식으로 치르게 됐으며 표결방식은 1인 2표제, 최고위원 중에 최대 득표자가 당의장이 되는 현행 유지로 결정됐다

DY측은 대폭 물갈이를 통한 새판짜기로 강력한 당의장 체제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반면 GT측은 현행 집단지도체제 성격과 1인2표제를 유지함으로써 정동영계 견제에 유리한 구도를 갖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GT계와 참정연, 친노그룹 등이 반(反)DY 전선을 형성한 결과라며 2ㆍ18 전대가 DY쪽에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인2표제 표결방식에 따라 DYㆍGT 외에 누가 출마하느냐, 그리고 어떤 연대를 이루느냐가 2ㆍ18 전대의 향배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출마자의 경우 우리당 40대 재선그룹이 지난해 12월말 출마를 공식 선언, 김영춘ㆍ임종석 의원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고 김부겸ㆍ이종걸 의원 등도 출마를 타진중이다. 참정연은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의 출마가 확실시되고 의정연구센터는 김혁규 의원을 밀고 있는 상황이다.

1인2표제에 따른 후보 간 연대와 관련, 당 안팎에서는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족성 의원과 참정연 김두관 특보는 GT쪽과, DY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영춘 의원은 DY와 손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김혁규 의원은 출마가 유동적이나 DY쪽에 가깝다는 얘기가 들린다.

제3의 인물과 합종연횡 등이 변수

2ㆍ18 전대의 최종 승자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지만 조심스럽게 DY의 우세를 점치는 견해가 적지않다. 코리아리서치 김덕영 대표는 “일반인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지지층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정장관이 김장관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론전문가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DY와 GT 중 누가 당 의장이 되는 것이 후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DY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GT측은 2ㆍ18 전대 결과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GT가 당 의장이 되면 좋겠지만 안되더라도 DY와의 격차가 근접해 있으면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5월 지방선거가 비관적인 상황에서 차선이 최선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ㆍ18 전대는 DY에게 부담스런 승부이지만 GT에겐 ‘꽃놀이 패’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두 잠룡은 시험대에 올라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