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 이달 말 퇴임설…후임 연대 VS 비연대 출신 파워게임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앞으로 참여정부에 붙여진 이름들(가령 경포대, 코드정권, 아마추어정권, 분배정부, 좌파정부 등)을 반박하는 글을 연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조 수석은 조지 오웰의 ‘1984’ 소설의 빅브라더를 거론하며 부당한 언론에 맞서 올바른 토론의 장을 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조 수석의 새삼스런 각오에는 전의(戰意)마저 느껴져 그의 창이 어디를 향할지,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반면 청와대 주변에서는 그와는 전혀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2월 말로 예상되는 조 수석의 퇴임에 따른 후임자를 놓고 청와대 안팎에서 파워게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조 수석의 각오를 ‘귀거래(歸去來)’에 비유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윤태영·이백만 유력후보로 거론

조 수석 후임을 둘러싼 물밑 접전은 지난해 12월 조 수석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직후부터 달아올랐다는 후문이다.

조기숙 홍보수석

청와대 관계자는 “‘후임 전쟁’이 청와대내 연세대 인맥 대 비(非)연세대 세력, 그리고 386 주니어 그룹과 시니어 그룹간의 세 대결이 얽히고설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후임 논란을 연대와 비연대 간의 세 대결로 보는 입장은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청와대 주류를 형성한 연대측에 맞서 고대ㆍ서울대 출신들이 연합군을 형성하고 청와대의 또 다른 축인 PK(부산ㆍ경남) 세력이 측면 지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연대측은 조 수석 후임으로 연대 출신인 윤태영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밀고 있고 연합군측은 이병완 비서실장과 가까운 국정홍보처 이백만 차장을 띄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내 연대 인맥은 윤태영 비서관을 비롯해 천호선 의전비서관, 김만수 대변인이 트리오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문용욱 부속실장, 윤후덕 기획조정 비서관(정무 비서관 겸임), 강태영 업무혁신비서관, 이현재 산업정책비서관 등이 포진하고 있다.

연대 인맥에 대치되는 비연대 세력군으론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고대 인맥인 전해철 민정비서관, 김진국 법무비서관과 386 맏형격인 PK 출신의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등이 포함된다.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

반면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후임 홍보수석을 둘러싼 연대-비연대라는 대립구도는 연대와 고대의 전통적 라이벌 관계와 참여정부 초기 이광재 의원 등 연대 라인과 문재인 민정수석 등 PK계의 불협화음을 전제한 것인데 다분히 비현실적인 분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비서실장이 개인적으로 이(백만) 차장을 선호할지는 모르나 갈등을 일으키면서까지 청와대에 세력을 넓히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서실장은 그런 야욕이 있는 인물이 아니며 설령 욕심이 있더라도 노 대통령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가에서는 조 수석 후임을 둘러싼 이상 기류를 청와대 386 참모진들 사이, 또는 386과 시니어 그룹간의 경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것이 지역과 학맥으로 연결되다 보니 ‘연대-비연대’구도를 띠게 됐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86 그룹과 시니어그룹 대립양상

후임 논란을 청와대 386그룹과 시니어 그룹 간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은 386의 약진 가능성을 주목한다.

청와대 비서실에는 현재 비서관급에 이호철, 윤태영, 천호선, 김만수, 김종민, 정태호, 양정철, 최인호 등 80년대 학생 운동권을 주도했던 386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러나, 이들 386비서관들 중에 수석비서관급 이상에 오른 사람은 아직 없다.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

만일 조 수석 후임으로 386 비서관이 발탁된다면 청와대에 386이 전면 등장하는 물꼬를 트게 돼 권력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게다가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시니어 수석이 차출될 경우 386의 약진이 점쳐진다. 차기 홍보수석의 향배가 386 비서관들의 거취에 바로미터가 되는 상황이다.

현재 청와대 주변에서는 조 수석 후임으로 윤태영 비서관, 이백만 차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김종민 전 대변인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윤 비서관은 노심(盧心)을 정확하게 읽는다는 점에서, 이 차장은 언론계 출신에다 경제에도 폭넓은 식견을 갖춰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부각된다.

청와대내 연대 인맥들은 윤 비서관을 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한 인사는 “대통령이 집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면 비연대 출신의 한 비서관은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의 홍보수석을 인연보다는 역량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이 차장의 낙점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후임 홍보수석을 놓고 연대-비연대 구분하지 않더라도 상황이 그렇게 돼가고 있다”고 말해 보이지 않는 내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기숙 수석이 언급한 빅브라더와의 싸움을 누가 이어갈지, 노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안희정 부활, 언제쯤

“‘좌(左)광재, 우(右)희정’이라고 했지만 희정인 고생만하고 음지에서 보냈다. 십자가를 짊어지고 피까지 흘렸다. 이제 양지바른 곳으로 나올 때가 됐다.”

올 초 청와대 핵심 인사인 L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386 최측근인 안희정씨를 걱정하며 3ㆍ1절 사면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 청와대에서는 안씨의 사면에 대해 한때 적극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서는 안씨가 사면될 경우 이인제 국민중심당 의원이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하면 이 의원 지역구인 충남 논산의 보궐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당이나 청와대로 화려하게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안씨에 대한 3ㆍ1절 사면은 물건너갔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안씨 사면은 5월 석가 탄신일 때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5ㆍ31 지방선거 후에나 가능하게 됐다.

정가에서는 안씨가 복귀할 경우 당이든 청와대든 드러나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일각에서는 이미 청와대와 당에 입김을 넣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면 안씨의 복귀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고 여론도 부정적이어서 전면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L씨는 “안씨를 어떻게 보든 노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은 안씨에게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며 “어떠한 형태로든 보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안씨는 언제쯤 부활할 것인가?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