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삼조다. 2ㆍ18 전대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고, 향후 민주당과 통합 등 정계개편에서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게 됐다. 대선 후보의 입지도 넓혔다고 본다.”

열린우리당 김근태(GT) 의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한반도재단’의 핵심인사는 GT와 고건(GK) 전 총리의 회동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GK-GT. 주파수가 맞지 않나요.”지난달 23일 창립 발기인 대회를 열어 고 전 총리의 대선캠프로 평가받는 ‘미래와 경제’의 한 중진은 고 전 총리가 GT와 손을 잡은 것에 큰 만족을 나타냈다.

굼뜨다는 평가를 받아온 고 전 총리의 대권 행보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GT가 8일 아침, 고 전 총리의 강연장에 찾아가 서로 ‘주파수’를 맞춘 ‘2ㆍ8’회동은 정치권에 다양한 파장을 낳고 있다. 우리당의 2ㆍ18 전대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우선 호남표와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GT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GT 캠프의 한 관계자는 “회동 이후 호남쪽에서 반응이 크게 나타났다”며 2ㆍ18 전대에서의 역전 가능성을 기대했다.

호남이 지역구인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고 전 총리가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GT가 민주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호남표 일부가 GT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고 전 총리도 대선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놨고 대선 후보 이미지를 높였다는 점에서 남는 장사를 했다”고 평했다.

정가에서는 GT-GK의 회동 이후 ‘고건발(發) 정계개편론’이 부상하고 있다. 고 전 총리의 행보에 따라 정계개편은 물론, 대선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3인(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중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할 때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과 손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고 전 총리는 단신, 또는 일정한 세력을 규합해 여당에 입당하거나 당 밖에서 여당과의 관계를 모색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지지기반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DY와는 연대하기 어렵고 GT가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후보들을 유권자의 심리에 근거해 분석,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펴낸 황상민 박사(연세대 심리학과)는 “고 전 총리와 정동영 후보는 이미지상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을 뿐더러 부자연스런 조합으로 비쳐지는 반면 고 전 총리와 김근태 의원의 조합은 보수와 진보의 결합이라는 화합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시너지 효과도 크다”고 분석했다.

고 전 총리가 단신, 또는 일정한 세력을 규합해 여당에 입당할 경우엔 GT와 연대해 DY와 맞설 가능성이 높다. 고 전 총리가 당 밖에 있다 GT와 결합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정가에서 예상하듯 2ㆍ18 전대에서 DY가 의장에 당선되고, 5ㆍ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는 상황이 오면 GT는 DY와 결별하고 고 전 총리, 민주당과 손을 잡는다는 것이다.

또 고 전 총리와 GT가 각각 당 밖과 여당에서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가 대선에서 결합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8일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돼 의원직 유지가 위태롭게 된 것도 고 전 총리의 활동 폭을 넓혀주고 있다.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민주당 축이 옮겨질 수 있고 호남권 우리당 세력의 이탈도 배제할 수 없다. 고 전 총리측과 국민중심당과의 연대도 탄력을 받게 됐다.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 1년간 수위를 유지하다 최근 오차범위로 이명박 서울시장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유력한 후보라는 게 중론이다.

한때 ‘고건 거품론’이 제기됐지만 최근에는 고건 파워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실체론’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GT는 11일, 당 의장 후보 초청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도 범민주세력의 통합과 지방선 승리를 위해 고 전 총리의 영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정가에서는 고 전 총리가 5ㆍ31 지방선거를 지켜본 뒤 대권행보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선 캠프를 구축하고 대권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고 전 총리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펴낸 황상민 박사

“고건-김근태 결합 폭발적 효과 발휘할 수 있다”

황상민 박사(연세대 심리학과)는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김영사 출간)이란 책을 펴냈다. 대선 후보의 이미지가 유권자에게 비쳐지는 ‘마음의 지도’를 통해 대선 후보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책에 대한 정치권의 반향도 커 열린우리당 김근태 (GT)의원은 직접 황 박사에게 연락을 취했고 고건 전 총리와 이명박 서울시장측 인사 등이 황 박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박사는 책에서 8명(고건 이명박 박근혜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 이해찬 강금실)의 잠룡에 대한 분석과 함께 이들이 짝을 이뤘을 경우의 정치적 효과를 다뤘다. 황 박사는 그 가운데 ‘고건+김근태’결합의 효과를 가장 높게 평가했다.

‘고건+박근혜’는 결합이 어려울 뿐 아니라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고건+정동영’은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을 뿐더러 부자연스런 조합이라고 평했다.

‘이명박+강금실’은 결합해도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동반 추락하는 것으로, ‘손학규+정동영’은 두 사람 이미지가 거의 동일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강금실’은 손잡을 가능성이 거의 없고, ‘정동영+강금실’은 믿음이 가지 않는 그림이라고 평했다.

‘김근태+강금실’은 파괴력이 큰 조합이나 GT측에서 수평적 파트너로 강 전 장관과 함께 정치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면 상상 속의 결합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고건+김근태’조합은 표면적으로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이 결합하는 화합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양측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준다.

단 GT는 개혁과 진보를 아우르는 분명한 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한 새로운 정체성을 갖춰야 하고 그래야 고 전 총리가 GT의 시너지 효과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박사는 강 전 장관에 대해서는 “잠룡으로는 부족하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성공할 경우 가장 비상할 수 있는 잠재 후보”라고 평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