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전' 최대 승부처 서울시장 선거

5ㆍ31 지방선거의 최대 분수령인 서울시장 선거의 윤곽이 구체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이계안ㆍ민병두 의원이 출사표를 낸 상태다.

한나라당에서는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양강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박진ㆍ박계동 의원,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 등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에서는 김경재ㆍ김성순 전 의원이, 민주노동당에서는 김혜경 전 당대표, 김종철 당 중앙연수원장이 나서고 있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여야의 움직임은 서울시장 선거의 최종 빅매치가 우리당 강금실 전장관과 한나라당 맹형규ㆍ홍준표 후보간 양자대결로 압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이 1월5~6일 서울 시민 1,002명을 상대로 한 전화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누구를 가장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41.7%가 강 전 장관을 지목했다.

뒤를 이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15.4%,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6.1%, 민병두 의원 1.3%를 기록했지만 이들의 선호도를 모두 합해도 강 전 장관에게 미치지 못했다.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홍 의원(21%)과 맹 전 의원(20.5%)이 경합을 벌인 가운데 박진 의원(11.0%), 권문용 전 구청장(8.9%), 박계동 의원(6.6%)이 뒤를 이었다.

세계일보-리서치 앤 리서치가 1월26~27일 서울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장 선호도 조사에서도 강 전 장관이 43.0%로 진대제 장관의 17.2%, 이계안 의원의 7.3%를 여유 있게 눌렀다.

한나라당은 홍준표 의원이 21.6%, 맹형규 전 의원이 19.2%, 박진 의원 9.5%, 박계동 의원 7.6% 등을 기록했다.

강 전 장관은 우리당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결국 입당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출마를 거부할 구실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정체성이 유지된다면 지더라도 아름다운 패배”라고 말해 입당 가능성을 높였다.

우리당 이계안ㆍ민병두 의원은 강 전 장관이 입당하더라도 당헌 당규에 따른 경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강 전 장관=서울시장 후보’가 대세를 이룬 상태다.

기획통인 한 재선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경선이 오히려 강 전 장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말해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이미 내정된 듯한 인상을 풍겼다.

한나라당은 맹형규ㆍ홍준표 쌍두마차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강 전 장관에 필적할 외부인사 영입이 ‘경선’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여의치 않다. 이에 따라 두 후보 중 승자가 강 전 장관과 빅매치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 등에서 꾸준한 우세

그렇다면 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풍(康風)’을 일으킬 것인가. 강 전 장관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리고 있다.

정동영 의장은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강 전 장관이 아무런 근거없이, 실체없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며 “법무장관을 하면서 보여준 높은 개혁정신과 강단, 그리고 철학과 원칙이 뚜렷한 분으로 내공이 있다”며 강 전 장관의 인기가 거품이 아닌 실체라고 강조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강 전 장관은 홍준표ㆍ맹형규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세계일보-리서치 앤 리서치 조사 결과 강금실-맹형규 대결에서 53.0%대 34.2%로, 강금실-홍준표 대결에서는 50.4%대 35.6%로 각각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일보의 2월21일 조사결과 강 전 장관은 홍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 42.3%대 35.9%,맹 전의원과의 대결에선 41.4%대 33.0%로 각각 6.4%포인트, 8.4%포인트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폴앤폴’ 조용휴 대표는 강 전 장관의 강점은 ‘플러스 알파의 창조력’이라며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20% 수준인 데 반해, 강 전 장관 개인 지지도는 이를 앞서는 30~40%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지도보다 개인 선호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인물 경쟁력이 뒷받침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반면 강 전 장관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본부장은 “강 전장관의 인기는 단순한 거품이 아니다.

하지만 선거는 개인 플레이보다는 정당이 뒷받침되는 팀 플레이가 주로 이루어지는데 정당 변수가 개입하면 지금 여론조사 격차처럼 크게 앞서지 못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그룹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강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 쪽의 입장에 확실히 서면 지지율의 거품은 걷힐 것”으로 진단했다.

여론조사기관 폴앤폴이 2월9~10일 이틀동안 서울시민 1,053명으로 대상으로 ARS 전화조사한 결과 강금실-홍준표 가상대결에서 홍 의원(44.4%)이 강 전장관(33.2%)을 11.2%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금실-맹형규 가상대결에서는 강 전장관은 37.3%, 맹 전의원은 35.1%로 오차범위내 각축을 벌이고 있고 ‘확실히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는 맹 전의원(41.6%)이 오히려 강 전 장관(38.8%)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창교 수석전문위원은 “.강 전 장관의 두꺼운 지지층은 20~30대 젊은층인데 이들의 지방선거 참여율은 극히 낮다”며 강풍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

실제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을 보면 여당에(강 전 장관에) 우호적인 20~30대의 투표율은 30~40%대이지만 여당에 우호적이라 볼 수 없는 40대의 투표율은 50%대, 50대 이상 투표율은 70%대에 이르렀다.

2005년 12월 기준으로 서울시민 가운데 20~30대 유권자는 전체의 36.9%인데 반해 50대 이상은 23.3%, 40대는 17.1%다. 2002년에 비해 고령자가 늘어 유권자 대비 투표율을 고려할 때 여당이 불리한 선거판이다.

5ㆍ31 지방선거에서 康風의 세기는 미지수다. 일부에선 고건 전 총리가 측면 지원할 경우 말 그대로 强風으로 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7년 대선의 변곡점이자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다르크’가 출현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맹형규-홍준표 2파전
당심·민심 달라 대혼전 양상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맹형규-홍준표’2파전으로 굳어지면서 양측의 세대결이 치열하다.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이 희박해진 데다 경쟁 후보인 박진ㆍ박계동 의원과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 등의 지지도가 그들에 크게 못 미쳐 예선만 통과하면 본선에서 승산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예선이 최대 관건이어서 이를 좌우할 당 대의원 및 당원, 그리고 서울시민의 표심을 얻는데 전력하고 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맹 전 의원은 대의원 및 당원, 홍 의원은 서울시민 지지도에서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당심(黨心)-맹형규, 민심(民心)-홍준표’라는 말이 회자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2월3~4 양일간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선호도 전화조사 결과 홍 의원이 22%, 맹 전 의원이 16%의 지지도를 나타냈다.

반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이 1월5일 한나라당 대의원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맹 의원(36.0%)이 홍 의원(23.3%)보다 지지도가 높았다.

같은 기관의 2월7일 서울지역 예비대의원 8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에서도 맹 전 의원 42.2%, 홍 의원 23.1%를 나타냈다.

하지만 양측은 최근 “당심ㆍ민심이 모두 내게 있다”며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맹 전 의원 측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 앤 리서치(2월5일)와 미디어리서치(2월21일)의 조사결과 각각 34.5% 대 29.4%, 24.4% 대 19.5%로 홍 의원에 앞섰다”며 “이제 민심도 우리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 측은 “민심은 여전히 홍 의원이 우세하고 당심도 홍 의원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론조사기관인 ‘폴앤폴’이 2월13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홍 의원(18.5%)이 맹 전 의원(12.4%)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또한 정치 포털 사이트 ‘이지폴’과 여론조사기관인 ‘여의도리서치’가 2월26일 한나라당 서울시 대의원(36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홍 의원이 지지도 43.3%로 맹 의원(34.5%)을 눌렀다는 것이다.

홍 의원실의 나경범 보좌관은 “맹 전 의원이 정책위원장을 하면서 일찍 출발해 초반 지지도가 높았지만 홍 의원이 정책과 스킨십으로 대의원에 다가가면서 역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정치 평론가들은 “맹ㆍ홍 간 2파전은 서울시민이나 한나라당 대의원 대상 조사에서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예선 구도와 본선 경쟁력, 이명박 서울시장의 행보, 후보단일화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선구도와 관련, 지난해 11월 확정된 한나라당 혁신안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할 선거인단은 전당대회 대의원 20%, 당원선거인단 30%, 일반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 등의 비율로 구성된다.

당심(대의원+당원)과 민심(일반국민+여론조사)을 반반씩 섞어 후보를 결정하는 구조로 여기에 당원, 대의원 중 여성과 40대 미만이 30%를 차지해야 한다.

맹형규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왼쪽부터)


















맹ㆍ홍에 대한 서울시민, 대의원들의 지지도 분포를 보면 맹 전 의원은 40대 후반에서, 홍 의원은 20~30대에서 우위를 나타낸다.

맹 전 의원의 신동철 특보는 “한나라당 선거인단의 50% 이상이 40대 후반이어서 예선에서 우리가 유리하고 맹 후보의 뉴서울 프로젝트와 온화하고 신사적인 이미지는 본선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컨설팅 그룹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맹ㆍ홍 대결은 마치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 대결 구도와 유사해 맹 전 의원의 지지층이 전통적인 한나라당 층에 집중되는데 반해 홍 의원은 지지층이 넓어 본선 경쟁력이 더 높다”며 “예선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 측은 “지난해 국적법 개정안, 재외동포법 개정안 등 이른바 ‘병역기피 국적포기자 응징법안’을 시리즈로 발의해 국민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고 최근엔 ‘아파트 반값 공급’ 정책이 인정을 받고 있다”며 “당심은 민심을 따라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본선에서 승부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측의 대결은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당 대표(맹형규)와 이명박 서울시장(홍준표)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어 홍 의원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이 대권을 위해 끝까지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후보단일화와 관련해서는 ‘홍준표-박계동’ 단일화 여부가 주목되는데 맹 전 의원 측은 “설사 성사되더라도 파괴력이 거의 없다”며 무시하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