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 전여옥 파문에 공천 갈등 등 악재 겹치며 '압승론' 흔들흔들

“‘한나라당 독식’ 전망은 거의 사라지고 오히려 ‘한나라당 위기론’이 고개들고 있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이윈컴(e-wincom)의 김능구 대표는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06~2007 한국정치 대전망 세미나’에서 5ㆍ31 지방선거를 그렇게 전망했다.

김 대표는 5ㆍ31 지방선거와 관련, “자체 여론조사와 함께 전국의 현장을 돌아본 결과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당초의 한나라당 압승 분위기가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남권과 강원은 한나라당, 대전ㆍ충남북과 전북은 우리당, 전남은 민주당, 서울ㆍ인천ㆍ경기와 제주는 접전지역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 지방선거 상황이 변한 이유를 당 안팎의 내우외환으로 지적했다. 특히 내우외환의 1차 원인을 외환(外患)보다는 ‘당내’문제의 ‘내우(內憂)’에서 기인한 것으로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의 내인으로 △ 최연희 악재로 인한 여성층 이탈, 강원도 동요 △ 전여옥 악재로 인한 호남의 반한나라당 정서 공고화 △ 당 지도부, 친박-반박 공천 갈등, 외부인사 영입 지지부진 △ 서울시장 공천 갈등, 송파구청장 열린우리당 입당으로 서울 초비상 등을 꼽았다.

이날 세미나의 발제자로 나선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5ㆍ31 지방선거는 낮은 투표율, 비한나라당표의 분산, 여권에 대한 비판적 평가 등으로 인해 한나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이러한 결과에 중요한 변수는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상의 잡음과 내분 및 여야 간 후보인물 구도의 우열 등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밋빛 낙관론 사라지고 위기론 솔솔

5ㆍ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장밋빛 낙관론’이 당 안팎의 요인으로 ‘회색빛 위기론’으로 옮겨가거나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들이다. 실제 5ㆍ31 선거의 최대 승부처이자 2007년 대선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서울은 한나라당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서울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맹형규ㆍ홍준표 후보에 맞서는 우리당의 강금실 전 법무장관 카드가 만만찮은 경쟁력을 나타낸 데다 ‘강풍(康風)’이 어느 정도 ‘이명박 바람’을 차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구청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맹ㆍ홍 두 후보가 뚜렷한 우세를 확보하지 못한 데다 과열 경쟁이 선거를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조짐이다.

최근 불거진 ‘괴문서 사건’은 대표적인 예. 맹형규 후보측 K국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차기 서울시장 왜 맹형규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제목의 문건은 이른바 '홍준표 5대 불가론' 부분에 ‘강남 집 3채에 골프회원권 3개,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 종부세 납부 1위'라는 등 악의적 비방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사건은 홍 의원이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비방 문건을 공개하고 맹 후보가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K씨 등이 선거법에 위반되는 사실이 명백해 후폭풍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과 더불어 5ㆍ31 선거의 판세를 좌우할 수도권 경기ㆍ인천 지역은 올 초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최근 우리당의 ‘공격형 지방선거 올인 전략’으로 접전이 예상된다.

경기지사는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유력한 가운데 우리당에서는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이 앞서고 있으나 최근에는 두 사람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본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인천시장은 현 안상수 시장과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이 공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당은 유필우 의원과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이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수도권 단체장 후보를 강금실(서울)-진대제(경기)-강동석(인천) 3각벨트로 묶을 경우 시너지효과를 유발해 승산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우리당의 기획통으로 알려진 한 중진 의원은 “수도권은 정당정치 선거가 아닌 인물정책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당에서 실무형 후보가 나설 경우 정치인 후보 일색인 한나라당에 비해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충청권에서도 고전 예상

수도권 이외 지역도 한나라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당 지도부와 공천갈등으로 탈당한 충북의 이원종 지사와 제주 김태환 지사는 한나라당의 승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충북지사의 경우 우리당은 한범덕 전 충북부지사가 2월 말 입당해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정우택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예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원종 지사 탈당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다.

제주지사는 김태환 현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표가 분산돼 우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대전은 우리당 소속 염홍철 현 시장이 우세를 보이고 있고 충남은 우리당 오영교 전 행자부장관의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박태권 전 충남지사, 이완구 전 의원 등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국민중심당은 파괴력 있는 이인제 의원이 출마를 고사해 이명수 전 행정부지사의 출마가 점쳐진다. 우리당이 충청권에서 선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강원도는 한나라당 소속인 김진선 현 지사의 우세가 점쳐지나 기업도시에 이어 혁신도시 예정지 선정 문제로 도민들의 반발을 산 데다 최연희 의원(강원 동해ㆍ삼척)의 성추행 사건까지 겹쳐 우리당 후보가 누구이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5ㆍ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곳은 영남뿐이다. 호남을 제외하고 전국을 석권하겠다는 장밋빛 기대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5ㆍ31 지방선거에서 큰 흐름은 한나라당에 유리하지만 공천잡음 등 내홍은 큰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당의 지지율이 다소 상승한 반면 한나라당은 3% 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이 ‘이해찬 골프風’을 조기에 차단한 반면, 한나라당은 최연희 의원의 ‘성풍(性風)’을 차단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끌려다닌 탓이 크다.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안팎의 악재로 비상이 걸려 있다. 승패는 남은 두 달여 동안 공천잡음을 진화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후보로 내세우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