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 이명박 · 손학규, 복잡한 당내·외 사정으로 지지율 요동

▲ 2006년 한나라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손학규 지사,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왼쪽부터)이 건배하고 있다. / 왕태석 기자
요즘 여의도 정가에 부쩍 손학규 경기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설에서부터 ‘박근혜-손학규’연대로 이명박 시장을 제압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대선 밑그림에 부쩍 손 지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최연희 의원의 성추문 사건과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테니스’파문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 대표의 리더십이 문제되고 이 시장이 도덕성에 상처를 입게 되면서 개혁성향의 손 지사에게 상대적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셈이다.

손 지사의 차기 대선주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낙관론은 손 지사의 경력과 대선 구도에 무게를 둔다.

한나라당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여권이 개혁ㆍ서민(중산층)ㆍ전국정당을 무기로 한나라당(또는 대선 주자)을 수구ㆍ기득권층ㆍ영남당으로 공격할 때 재야 출신의 중도ㆍ개혁적인 손 지사만이 맞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야 출신으로 개혁성이 뚜렷하고 교수, 노동부장관을 거쳐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국가경영 능력을 보여줘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손 연대설 등 시나리오 난무

한 정치평론가는 “한나라당이 보수ㆍ영남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현재의 지지율과 관계없이 대선에서 패할 수 있다”며 “박 대표, 이 서울시장이 모두 TK(대구ㆍ경북) 출신이고 보수 이미지를 가진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표, 이 시장이 후보가 될 경우 지난 두 차례의 대선 때처럼 여권의 영남 포위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관론은 후보 지지율에 근거한다. 이 시장이 25~30%, 박 대표가 15~25%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손 지사는 지지율이 고작 2~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손 지사가 이 시장이나 박 대표와 달리 당과 지역에서 확실한 지지기반이 없는 것도 약점이다.

정치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한나라당 ‘빅3’의 지지율을 집토끼와 산토끼에 비유, 박 대표가 집토끼를 확실히 잡고 있고, 이 시장은 집토끼를 묶어 놓은 채 산토끼를 쫓고 있는데 반해 손 지사는 집토끼도 잡지 못하면서 산토끼를 찾아나서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 지사가 지지율을 높이려면 중도에 서서 보수를 껴안고 진보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실장은 “손 지사는 이 시장과 박 대표에 비해 노선과 정체성이 불투명해 지지층이 엷다”며 “현재 구도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실장은 “손 지사가 개혁적 이미지를 갖고 있으나 ‘개인’에 머무르는 약점이 있다”면서 “손 지사가 변신을 꾀하고 정계개편 등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경우 대선 지형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5ㆍ31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손 지사는 지방선거 후 주변(경기)에서 중앙무대로 진출, 당내 ‘빅3’간에 계급장을 뗀 대선 경쟁이 본격화된다.

손 지사는 지난 18일, 동티모르 해외봉사단 대원, 대학생과 농촌 일손돕기에 나서 최근 유행하는 ‘꼭지점 댄스’로 몸을 풀었다. 손 지사가 국민의 꼭지점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