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오세훈 전 의원 출마로 경선 구도 재편, 맹형규 · 홍준표와 3파전

오세훈 전 의원의 출마로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6개월 전부터 뛰어 온 박계동, 박진 두 선수는 ‘오세훈 바람(吳風)’에 휩쓸려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경쟁하는 머릿수는 줄었지만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엎치락뒤치락하던 2파전에 오 전 의원이 머리를 들이밀면서 승부는 오리무중이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초 ‘강금실의 대항마, 오세훈’에게 모아졌던 여론의 관심은 ‘오세훈이 기호 2번을 달 가능성’, 즉 25일 한나라당 경선 결과로 쏠려가는 모양새다.

조직 열세, 비토세력 '당내 벽'높아

오 전 의원의 출마설이 떠돌던 4월 초, 풍문이 전하는 오 전 의원 저울추는 ‘출마’쪽으로 기운 듯한 데도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흔들었다. “당내 경선을 뚫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우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어깨를 겨뤄야 할 맹 전 의원과 홍 의원은 작년 10월께에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대민 접촉이 무엇보다 중요한 선거판에서 6개월과 보름의 간극은 골리앗과 다윗의 키 차이만큼 커 보였다.

오 전 의원도 “100m 경주를 하는데 다른 주자들은 80m 뛰어가 있지 않냐”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실제로 당에선 오 전 의원이 보름간 공략할 수 있는 부동층을 많아야 30% 선으로 분석한다. 보름동안 오 전 의원이 부동층을 모두 끌어들여도 ‘아름다운 2등’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고 오 전 의원이 단시간에 조직력 열세를 만회할 만한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소장파, 초선 의원, 이명박계 의원 등이 오 전 의원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편이긴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세(勢)가 없다. 한 당직자는 “자기 표 한 장 가진 사람들만 오세훈을 지지한다”고 평했을 정도다.

오 전 의원 개인에 대한 당내 비토세력도 만만치 않다.

오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 김정훈 의원이 “당 밖에서 이미지만 우아하게 가꿔 온 사람이 당내에서 고생한 후보들을 제치고 무혈입성하려는 것은 당내에서 고생하고 있는 많은 당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 전 의원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소장파 의원들마저 “오 전 의원이 2004년 총선에서 불출마 한 것을 두고 당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혼자 빠져나갔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걱정할 정도다.

이런 분위기는 당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의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지역 ‘당심(黨心)’은 그 지역 국회의원 마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오 전 의원이 출마를 하긴 했으나 경선 분위기만 띄우고 자신은 주저앉게 되는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대중적 인기와 '강금실 대항마'에 기대

그렇다고 상황이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당내 경선에 대한 계산이 없지 않았을 오 전 의원이 끝내 출마를 결심한 배경에는 ‘홈런 타자’가 될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관측이 깔려 있다.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오 전 의원에게 쏠린 여론의 관심이 바로 그 ‘희망’의 증거다.

오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9일 <한국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에서 오세훈 전 의원이 후보로 나설 경우에 강금실 전 장관은 42.0%, 오세훈 전 의원은 42.4%로 조사됐다.

같은 조건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맹형규 전 의원이 나설 경우에는 강 전 장관 46.8%, 맹 전 의원 33.8%였고, 홍준표 의원이 나설 경우에는 강 전 장관 48.0%, 홍 의원 30.0%였다. 한나라당 후보들 중에서 오 전 의원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11일 <문화방송>이 발표한 서울시장 선호도 조사에서도 오 전 의원은 39.0%의 지지를 얻어, 36.4%를 얻은 강 전 장관을 앞질렀다.

이처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불기 시작한 ‘오풍(吳風)'은 당원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12일 <리서치앤 리서치>가 발표한 당원 대상 선호도 조사에서도 오 전 의원은 맹형규 전 의원을 3% 차이로 앞섰다. 오차범위 내 선두이긴 했지만 출마 선언 나흘 만에 6개월 전부터 선거운동을 해 온 기존 주자들을 모두 제친 것이다.

이를 두고 당 관계자들은 “민심이 당심을 압박했다”고 풀이했다. 아무리 당 내부 정서가 민심과 다르다지만 ‘정치 9단’이라 불리는 대의원들이 민심의 흐름에 완전히 등을 지는 선택을 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강금실 바람’이 한몫한다. 강 전 장관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나라당 내에도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이는 대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입맛을 대중들의 입맛에 맞추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전망은 강금실이란 프리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강 전 장관의 지지세가 꺾일 경우 한나라당 내부 기류 역시 오 전 의원이 출마하기 전 상태로 돌아설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치컨설팅 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강금실의 지지도가 떨어져 맹형규, 홍준표, 오세훈 중 누가 돼도 이긴다는 결과가 나오면 대의원의 마음은 이전의 분할대로 돌아가 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전 장관의 인기 상승 역시 초반 ‘등장 효과’인지, ‘실력’인지를 가늠하기 힘들고 이에 ‘오세훈 효과’의 실체마저 유동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강금실과 오세훈의 출현으로 이미지 정치가 횡행하는데 대해 대중도 곧 식상함을 느낄 것이고 이는 두 후보 지지율의 동반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오 전 의원 측은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이명박 서울시장 쪽이 오 전 의원에게 쏟아지는 비토 세력의 노골적인 반대론을 물밑에서 제어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10일 박 대표를 만난 오 전 의원이 “박 대표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야 공정한 경선이 된다”고 당부한 것이나, 이 시장에게 인사를 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당 에서는 박 대표보다는 이 시장이 오 전 의원을 지원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오 전 의원의 출마를 적극 주장해 온 심재철, 박계동 의원이 이 시장과 가깝고 이 시장이 “참 잘했다”며 출마를 반겼다는 점 등을 들어, 경선 막바지가 되면 이 시장이 화끈하게 오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지윤 프레시안 기자 belleza@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