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김덕규·임채정 3파전 예상, 부의장 놓고도 여야 신경전

여야 정치권이 5월 지방선거에 전력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물밑 선거전이 한창이다. 5월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국회의장과 부의장의 교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인 열린우리당 몫으로 김원기 현 의장의 ‘연임’이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가운데 김덕규 국회 부의장과 임채정 의원 두 중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김 부의장과 임 의원은 모두 1941년생 동갑으로 같은 고려대 출신. 국회의원 선수(選手)로는 김 부의장이 5선으로 4선인 임 의원보다 많고, 대학 학번으로는 오히려 임 의원이 1년 빠르다.

김 부의장측은 “5선으로 선수에서도 앞설 뿐 아니라, 역대 국회 관행에 따라 전반기 국회 부의장이 의장직을 승계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한다.

최창환 비서실장은 “국회해산이나 정계개편, 정권교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11대, 14대 국회에서 국회 부의장이 의장직을 승계한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장은 특정 계파나 여야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품성을 가진 사람이 적임자”라며 김 부의장의 경력과 여야로부터의 높은 평가를 강조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 의원측은 “대선을 앞두고 혼란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강력한 리더십과 균형감각을 갖춘 사람이 후반기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측근 인사는 “임 의원은 통일부장관 입각설이 나돌았을 때도 장관보다는 하반기 국회의장에 더 관심을 두어왔다”면서 “당이 필요할 때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임 의원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16대 대통령인수위원회 위원장, 우리당 당의장 등을 지냈다.

양측은 선수별, 상임위별로 의원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으며 막판까지 조정이 안될 경우 경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원기 의장측은 당내 후보경선이 벌어질 경우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겠지만 여당 의원들이 뜻을 모아온다면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김덕규 부의장이 정동영 의장과 가깝고, 임채정 의원이 김근태 최고위원과 가까워 자칫 국회의장 선임을 둘러싸고 충돌할 수 있다”며 “특정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현 의장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김덕규 부의장이 국회의장직에 도전함에 따라 우리당 몫의 부의장에는 4선의 이용희ㆍ장영달 의원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오래 전부터 공을 들인 데다 통일민주당 부총재, 국민회의 부총재,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등 국회 부의장에 걸맞는 ‘정치적 무게’를 강조하고 있다.

장영달 의원은 국회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터에 최근 당 지도부가 “하반기 상임위원장은 당의 허리역할을 맡고 있는 젊은 재선의원들이 맡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힘에 따라 부의장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로 재야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에서는 5선의 이상득 의원과 4선의 이강두 의원이 부의장행 길목에서 마주한 상태다. 이상득 의원측은 상반기 국회에서는 박희태 부의장에 양보한 만큼 이번엔 ‘자기 차례’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친동생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당내 유력한 대권후보라는 점 때문에 적극적인 행보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강두 의원은 국회 예결위원장, 정무위원장, 당 정책위원장, 최고위원 등 국회와 당의 주요 직책을 고루 거친 이력과 여야를 아우르는 성품과 협상력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