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확대 · 한반도 물류기지화 등 정치 · 경제적 효과 커… 재원 마련이 숙제

남북 간 경의선ㆍ동해선 철도가 25일 시험운행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과 맞물려 경의선 철도이용이 거론되면서 남북 철도연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우선 한국전쟁 중 끊어졌던 남북의 혈맥이 55년 만에 다시 이어지게 된 것은 남북관계의 진전을 상징한다. 또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점 추진된 3대 경제협력사업 가운데 개성공단 개발, 금강산관광에 이어 남북 철도연결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 철도연결은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경협 확대 등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종단철도(TKR), 중국 횡단철도(TCR) 등과 연결될 경우 한반도가 국제물류 기지화가 되어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철도를 통한 국가간 교류도 증대될 수 있다.

실제 한국에서 배를 통해 유럽으로 20피트 컨테이너를 운송할 경우 철도가 해운보다 운송거리 면에서 약 1만km, 운송시간은 14~15일 단축되며 운송요금도 1TEU(컨테이너 운송비용)당 최대 200달러 저렴해져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아울러 철길이 연결되면 수송시간 및 물류비용의 절감 등으로 인해 인적, 물적 교류가 늘고, 극동 및 시베리아 지역의 풍부한 자원과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수송로가 확보돼 이 지역의 자원과 에너지 개발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다.

TKR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이 연결되면 북한도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통과료 수입을 올리게 돼 일정 부분 경제난을 해소할 수 있고 이를 경제운용에 재투자할 경우 남북은 추후 통일비용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철도의 큰 줄기는 경의선이 부산-대전-서울-평양-정주-신의주로 이어지고 경원선은 목포에서 출발, 천안-서울-철원-평강(북)-신고산(안변)-원산-청진-하산(러시아)으로 연결된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경주-포항-동해-강릉-고성-온정리(북)-원산으로 통한다.

‘철의 실크로드’ 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TKR은 서울에서 러시아령인 하산까지 세 갈래 철도가 있다. 1)선 서울-철원-평강-신고산-원산-청진-하산, 2)선 서울-문산-개성-신계(평)-곡산-양덕-원산-청진-하산(옛 경원선), 3)선 서울-문산-개성-평양-원산-청진-하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1)선은 북한 지역에 중요한 군사기지가 있어 통과가 어렵다. 3)선은 가능하나 평양을 거쳐 간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TSR과 연결되는 TKR은 옛 경원선인 2)선이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남북 간에 경의선의 일부인 문산-개성 구간이 복구 및 시험운행을 한 터라 2)선이 북측 TKR의 중심 철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철도 대부분이 일제시대에 부설돼 시설이 낡았고 유실된 구간도 적지않은 데다 대량 운송에는 적합하지 않아 개ㆍ보수 및 증ㆍ신설이 시급하다. 문제는 그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북한 구간 보수 · 증설 시급

이와 관련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극동지역의 독립과 중국화를 우려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그해 7월19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ㆍ러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다음날엔 극동 아무르 지역의 블라고시첸스코에서 열린 극동지역회의에 참석해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철도 문제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 러시아는 TKR 복원에 자국의 잉여 레일 및 침목 등을 제공하고 한국은 그 비용을 노태우 정부시절 러시아에 빌려준 차관 중 못받고 있는 14억7,000만 달러로 대납하며 공사 작업인력은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그러나 TKR과 러시아 차관을 연계한 해법은 한국의 사정(국회 인준의 어려움, 국민여론 등)으로 진행되지 못했고 남북 철도연결 논의도 제동이 걸렸다.

결국 ‘철의 실크로드’를 현실화하는 데는 TKR을 복구할 재원 마련이 최대 과제인 셈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철도를 복구하려면 수조원 내지 수십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나설 경우 자칫 ‘퍼주기’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한편 북한은 단순히 철도를 놓기보다 철도와 연계해 북한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을 더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년간 북한과 무역을 해온 대북 전문가는 “북측 TKR(옛 경원선)을 타고 두만강 국경까지 가본 적이 있다”면서 “북한이 절실하게 철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철도 자체가 아니라 철도를 통해 북한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TKR 복원을 위해 관계 부처가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자체 수입, 정부 지원, 그외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 스스로 철도사업에 나서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남북철도의 당사자인 철도공사가 철도의 자체 수입을 늘리는 것과 함께 북한이 철도 사업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김책제철소(원산)의 경우 철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코크스탄이 없어 중국과 러시아ㆍ호주 등에서 수입하는데 남한의 포스코가 이를 제공하고 김책제철소에서 생산한 값싼 기초철강제품을 수입하면 남북이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원산의 63 화차공장 역시 김책제철소의 철강이 필요한데 공장 가동에 필요한 코크스탄과 북한 회령ㆍ나진ㆍ선봉 등에서 생산되는 석탄, 단천ㆍ북청에서 철강원료를 가져오려면 철도 정비가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북한이 먼저 동해남부선 복구와 북한 철도의 개ㆍ보수를 요청하고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해외 원자재 수입 및 북한 자체의 생산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을 철도수송으로 대행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북한 동부의 대표적 항구인 원산, 청진, 함흥 등은 하역 장비시설이 거의 없어 대형선박이 입출항을 꺼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부산항이 이를 대행하고 철도(동해선)를 통해 수출입품을 원산 등으로 운송한다면 동해선을 포함한 남북철도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지난 3월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최초로 열린 남ㆍ북ㆍ러 3국 철도대표회담에 참석,‘TKR-TSR 연계 협력강화 방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남ㆍ북ㆍ러 3국의 공동이익을 위한 정례회의를 주장했다.

그리고 5월 17일 이철 사장의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협상단이 러시아로 떠났다. 과연 ‘철의 실크로드’ 시대가 한 발짝 앞당겨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