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모임, 7·11 전대서 당 대표 독자 후보 채비… 영향력 갈수록 커져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끝난 직후 이명박 서울시장과 홍준표 의원 간에 6년 우정에 금이 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 시장이 당초 홍 의원을 밀기로 했다가 여론 지지율이 높은 오세훈 후보쪽으로 돌아선 게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장 출마에 주저하던 오세훈 전 의원을 이끌어내고 당선까지 시키는 데 앞장선 이는 한나라당 소장파였다.

박계동 의원은 오 전 의원이 출마하도록 추동했고 박형준 의원은 출마의 논리를 제공했다. 본선에서 나경원 의원은 대변인으로, 권영진 후보 비서실장, 박영준 상황부본부장은 중책을 맡아 오 후보의 당선에 기여했다.

그뿐 아니다. 올 초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오 의원이 예상을 깨고 박근혜 대표 사람인 김무성 의원을 누른 데도 소장파의 힘이 작용했다. 또 김문수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고 당선된 데는 경쟁자였던 남경필 의원의 양보 및 지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런 한나라당 소장파가 최근 정치권‘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당내 소장개혁파와 중도성향 의원, 원외위원장이 주축을 이룬‘미래모임(당의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의원과 원외위원장 모임)’이 그 중심이다.

미래모임에는 당내 중도ㆍ개혁 성향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푸른정책연구모임, 국가발전연구회, 초지일관 소속 의원 53명과 원외위원장 31명 등 모두 84명이 참여하고 있다.

결성 과정서 밝힌 원칙을 수행하기 위해 남경필, 권영세, 임태희, 박형준, 박재원, 김해수 등 7명의 간사단을 구성했고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이 책임감사를 맡고 있다.

미래모임은 소장파를 대표해 원희룡 의원이 대권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7ㆍ11 전대에 단일후보를 내기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미래모임은 29일 미니 전당대회를 열어 27, 28일 실시하는 여론조사와 29일 현장 투표를 3대 7의 비율로 합산하는 방식을 통해 독자 후보를 선출한다.

경선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재완 의원은“각 후보의 비전, 후보간 토론회 등에서 나온 내용을 집대성해 미래모임의 독자후보가 제시할‘당 변화·개혁의 비전’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이 내용을 전당대회 출마자들과 원내대표 후보군에도 수용을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7ㆍ11 전대의 흐름은 이규택 최고위원, 이방호 정책위의장, 강창희 대전시당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강재섭-이재오 전ㆍ현 원내대표가‘2강’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전여옥 의원이 다크호스로 부상 중이다.

당 안팎에서는 미래모임에서 단일후보를 낼 경우 강ㆍ이 2강 구도를 흔들 수 있다고 본다. 단일 후보로는 3선의 남경필 의원과 재선인 권영세, 임태희 의원의 3파전이 예상된다.

박형준 의원은“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정치적 신의만 지킨다면‘3강’구도를 형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전당대회가 선거인단 한 명당 두 표를 행사할 수 있는‘1인 2표제’여서 한 표는 강 의원 또는 이 원내대표로 가더라도, 두 번째 표는 당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는 미래모임 후보를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모임은 미니 전대에서 1위를 한 후보를 단독 출마시키고 2ㆍ3위 후보는 당 정책위의장 쪽을 노크해본다는 전략이다. 남경필 의원은 “최고위원 5명 중 1명에 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집권을 위해 당 간판을 바꿀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미래모임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의 움직임은 7ㆍ11 전대뿐 아니라 내년 대선을 향한 당내 대권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의원이 대권레이스에 뛰어들 예정이지만 큰 흐름은 박근혜ㆍ이명박ㆍ손학규 세 잠룡의 3파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소장파가 이재오 원내대표 선출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 때와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대권지형에 충분히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소장파 중 박계동ㆍ정두언ㆍ박형준 의원, 권영진ㆍ박영준 등은 이명박계로 분류되고 남경필ㆍ정진섭ㆍ저병국 의원, 원유철 전 의원, 차명진 경기도 인수위부위원장 등은 손학규 지사와 가깝다.

5ㆍ31 지방선거 후 대권주자의 기반을 다진 박근혜 전 대표는 주로 영남과 수도권 소장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5ㆍ31 선거와 7ㆍ11 전대를 앞두고 이명박계로 분류된 이재오 원내대표와 홍준표 의원 등이 이 시장과 거리를 두면서 박 전 대표의 입지가 더 강화됐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강재섭-이재오 가운데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박 전 대표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소장파의 개혁적 성향이 세 잠룡 중 손학규 지사와 근접해 손 지사가 소장파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형준 의원은“미래모임은 당내 계파와 지역주의를 타파하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면서“비전 제시로 국민의 지지를 얻고 집권이 가능한 주자가 미래모임의 지지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장파의 미래와 관련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한다. 미래모임 추진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불참하거나 중도 탈퇴한 것처럼 결속력이 견고하지 못하다.

당내 보수의 벽이 아직 높고 무엇보다 국민에게 소장파의 존재성과 위상이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극복해야할 과제다.“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변화와 개혁의 실체를 보여주지 못하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충고도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각종 여론조사는 소장파에 대해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 소장파와 같은 중도개혁세력이 중심을 이뤄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7ㆍ11 전대는 소장파가 앞으로 당내 파워를 키워갈지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