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포동 2호 발사 때 '요격' 여부 싸고 딜레마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 논란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할 경우 미국이 실제 MD를 가동해 요격을 할 것인가 여부에서부터, 설사 요격에 나선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등 갖가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수세에 몰려있던 미국 강경파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나서는 등 미국의 정치 역학구도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치 미국이 대포동 2호 시험 발사 논란으로 MD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미사일로 미사일 맞추기

MD란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인공위성의 위치 추적 기능을 활용해 요격 미사일로 적의 미사일을 상공에서 파괴한다는 구상이다. 쉽게 말해 미사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맞추는 것이다.

미국은 MD를 갖추기 위해 1980년대 이후 910억 달러(약 90조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다. 이를 통해 현재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9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2기 등 모두 11기의 지상발사용 미사일(PACⅢ)을 배치했다.

미국의 MD구상대로라면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하면 조기경보 정찰위성이 미사일의 궤도 등 비행정보를 탐지,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 이지스함의 스파이-1 레이더에 전달한다. 알래스카 세미야의 레이더 시스템과 캘리포니아 MD기지의 강력한 레이더도 미사일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정보를 실시간 전달 받은 콜로라도 스피링스의 MD 작전센터 컴퓨터는 레이더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취합, 알래스카 및 캘리포니아 기지에 최종 요격 명령을 하달하게 된다.

대포동 2호 미사일은 태평양 상공 대기권 밖에서 탄두를 명중해 공중 분해하도록 돼있다. 물론 이 같은 일련의 요격 명령은 합참의장과 국방장관, 대통령의 지휘계통을 거쳐 내려진다.

현재 대포동 2호 시험 발사에 대비해 일본 요코스카에 있던 알레이 버크급 유도탄 미사일 탑재 구축함인 커티스 윌버함과 피처럴드함도 북한 해역에 급파됐다.

이 구축함들은 미사일을 신속하게 탐지하고 미사일의 탄도를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함도 자체적으로 스탠더드 미사일인 SM-3를 발사,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요격 성공할까

그러면 MD 구상대로 실제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현재 전문가 사이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실제 상황에서 요격 미사일이 제대로 적 미사일을 격추하려면, 군사위성과 육지 및 해상의 레이더 시설, 지휘센터 등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적 미사일의 정확한 비행정보를 바탕으로 요격용 미사일은 수천 마일을 날아가 지상 140마일 상공에서 미사일을 떨어뜨려야 한다. 미사일끼리는 시속 1만6,000마일의 속도로 충돌하게 된다.

이 같은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요격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2002년 MD 실험에서 한 차례 성공을 거뒀을 뿐 2002년 12월, 2004년, 2005년 실험 때는 연거푸 실패했다. 사전에 비행 정보 등 데이터를 알고 있고 목표 탄두에 발신장치까지 장착한 인위적인 실험 상황에서도 실패율이 높다면 최소 마하15의 속도로 비행하는 탄도 미사일을 맞추기는 더욱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MD의 지속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왔다. 일부에선 "MD는 허구의 방패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미 육군중장 출신이자 군축·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인 로버트 가드는 "미 국방부가 가동시켰다고 주장하는 MD라는 것은 알고 보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며 "기껏해야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 시늉을 하는 정도로 행정부 내 사람들이나 속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폄하했다.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되면서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실제 요격을 강행하지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요격을 시도하고도 실패하면 MD의 지속 여부에 대한 논란과 정부에 대한 비판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 자신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는 그 동안 MD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 방어청(MDA)은 지난해 11월 이지스함에서 실시한 탄도 미사일 요격시험과 지상 발사용 요격미사일 시험에서 표적을 격추시키는 성과를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요격시험은 종전과는 달리 미사일의 탄두만을 분리해 정확하게 타격하는 등 명중률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올 3월8일에도 미국과 일본이 사상 처음 공동 개발한 SM-3의 시험 발사를 성공했다. 당시 발사 시험은 하와이 인근에 있는 미 해군 이지스함 레이크 에이리호에서 실시됐다.

또 올 1월 북한이 알래스카와 미국 본토에 7기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 대비해 미 의회에서 워게임을 실시했다. 당시 워게임에서 알래스카쪽으로 발사된 것은 막지 못했으나 본토쪽으로 날아온 6기는 모두 요격에 성공하는 시범을 보였었다.

더욱이 MD찬성론자들은 "설사 요격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MD를 구축하는데 매우 유용한 실험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세 상황에서 첫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미사일 발사를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려고 할 뿐 아니라 핵확산까지 꿈꾸고 있는 북한에 대해 요격을 통해 이번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요격을 통해 미국의 자위능력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할 경우, MD를 가동할 것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서도 MD를 시험모드에서 실전모드로 전환했다고 언론에 흘린 것만으로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다. 대포동 2호 발사가 미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해왔던 북한이 미국과 양자협상을 제의하면서 한발 물러서는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은 보다 체계적인 적 미사일 요격을 위해 현재 육해공으로 나뉘어 있는 MD를 하나로 통합하고 요격미사일수도 크게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알래스카 포크 그릴리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 등 지상 기지에 내년도 20기의 요격 미사일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패트리어트 미사일(PACⅢ)과 이지스함 탑재용 SM-3도 내년도엔 각각 534기와 24기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두 미사일이 313기와 9기가 증강된다.

이와 더불어 해상에서의 요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적 및 탐지용 이지스함을 3척 줄이는 대신 SM-3가 탑재된 공격용 이지스함을 8척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코앞에 닥친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에선 MD가 가동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요격 성공 여부는 물론 미국이 요격에 나설 경우 과잉대응은 물론 또 다른 긴장 고조행위라는 국제적인 비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격 후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어떻게 대처해나갈지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