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측근 45%가 군 출신, 미사일 발사도 군부가 주도

“선군(先軍)이 남측의 안정도 도모해주고 남측의 광범위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미사일 위기국면 속에 열린 19차 남북장관급회담(7월11~13일)에서 북한 대표단이 꺼낸 말이다.

선군은 글자 그대로 군이 모든 일에 앞선다는 의미다. 북측 대표단이 ‘북한 군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회담이 자신들(내각)이 아닌 군부가 좌우하고 있음을 공개한 것으로 북한에서 군의 위상을 집약한 셈이다.

미사일 시험 발사만 해도 외무성과의 사전 조율 없이 단행됐다. 그래서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11일(현지시간)“이번 미사일 발사는 중국군의 양해 아래 북한군이 저지른 짓”이라고 밝혔다.

군부의 힘은 경의선, 동해선 열차 시험 운행에서도 나타났다. 5월 25일 예정이던 시험운행이 하루 전 (군부의)통보로 취소된 것. 당시 시범운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김 위원장과 북한 군부의 역학관계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1990년대부터 북한과 무역을 한 신극동무역의 최기석(55) 씨는 “북한 전역을 다녀보면 군부가 발급한 증(證)은 프리 패스인 반면에 행정 증서는 일일히 확인을 해서 군부의 힘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중국의 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군부와의 관계는 서열상 김 위원장이 가장 높지만 군부의 말을 경청하고 군부 또한 김 위원장의 뜻을 존중해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는 군부의 요청을 김 위원장이 수용해 진행됐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북한 권력체계에서 핵심은 조선노동당과 국방위원회로 김정일은 당 비서, 국방위원장으로 최고 위치에 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현성일(45) 국가안보통일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이 쓴 박사학위 논문 ‘북한의 국가전략과 간부정책의 변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 38명 가운데 군 출신은 17명으로 45%에 이른다.

충성경쟁 생존자들이 군부 장악

국방위에는 조명록 제1부위원장, 이용무 부위원장, 김영춘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4명이 현역 장성이고 전병호 군수담당 비서, 김양건 책임참사가 있다. 김명국 대장 외에 군내의 모든 일을 관장하는 이명수 총참모부 작전국장, 박재경 총정치국 선전부국장, 장성우 당 민방위부장, 현철해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등도 군 출신이다.

당에는 올 상반기 김 위원장을 가장 많이 수행한 황병서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 위원장 보고 사항을 관장하는 이용철 조직지도부 1부부장이 실세로 알려졌다.

인민군 총참모장 출신인 오극렬 당 작전부장은 대남공작을 맡고 있고 주규창 군수공업부 1부부장,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격인 서기실장을 맡고 있는 강상춘, 인민무력부 출신인 김창선 서기실 부실장도 군 출신이다.

군부 실세는 오극렬ㆍ현철해 등‘혁명 유자녀’출신들도 있지만 대부분 김 위원장이 군 장악을 시작한 1970년대 이후, 그리고 국방위원장에 추대된 90년대 이후 충성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김영국, 조명록, 김영춘, 김일철, 김명국, 박재경, 장성우, 이명수, 이용철, 황병서 등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