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세대 '떠오르는 별' 누구인가 ④ 왕치산주룽지 인맥의 베이징 시장… 올림픽 개최로 뉴스의 인물로 부상할 듯

덩샤오핑(鄧小平) 사후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이른바 ‘트로이카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장쩌민(江澤民)의 제3세대 트로이카는‘장쩌민-리펑(李鵬)-주룽지(朱鎔基)’였고 현 후진타오(胡錦濤)의 4세대는‘후진타오-원자바오(溫家寶)-쩡칭훙(曾慶紅)’이다.

5세대 최고지도부의 트로이카를 구성할 것으로 꼽히는 사람 중 두 사람은 앞 회(주간한국 2140호, 2141호)에서 소개한 리커창(李克强)과 보시라이(薄熙來)이다. 나머지 한 사람으로 중화권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이 왕치산(王岐山) 베이징(北京) 시장이다.

왕치산은 1948년생으로 보시라이 상무부장보다 한 살 많으며 그와 함께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왕치산은 보시라이와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그는 상무위원과 부총리를 지낸 야오이린(姚依林)의 사위가 되면서 태자당에 편입됐다. 보시라이가 성골이라면 그는 진골인 셈이다.

또한 왕치산은 대표적인 주룽지 사람이다. 장쩌민과 리펑의 맥을 있는 보시라이와는 권력계보 면에서도 구별된다. 왕치산은 인민은행 부행장, 건설은행 행장 등을 지낸 금융통이다. 금융분야 요직을 두루 역임하다 하이난(海南)성 서기를 거쳐 베이징 시장이 됐다. 다롄(大連) 시장과 랴오닝(遼寧) 성장을 거쳐 상무부장이 된 보시라이와는 정반대의 코스를 밟고 있다.

건설은행장 등 역임한 금융통

왕치산은 ‘전화위복’과 ‘어부지리’의 인물이다. 칭화(淸華)대 교수 집안 출신인 그는 문화대혁명 때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으로 하방됐다. 그곳에서 역시 하방된 야오이린의 딸을 만나 결혼을 했다.

1982년 국무원 농촌발전 연구중심 및 공산당 중앙위원회 농촌정책 연구중심에 들어갔다. 당시 공산당원도 아닌 왕치산이 당정의 핵심 싱크탱크에 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은 부총리가 된 장인의 후광이었다. 문혁과 하방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베이징 시장 왕치산은 없었을 것이다.

그가 2002년 11월 말 하이난 성 서기에 임명된 것은 일종의 좌천이었다. 주룽지는 왕치산을 다이샹룽(戴相龍)의 후임 인민은행장에 임명하려 했다. 그런데 그 자리는 장쩌민의 사람인 저우샤오촨(周小川)에게 결국 돌아갔다. 다이 역시 톈진(天津) 시장으로 밀려났다.

2003년 초 사스(SARS)의 내습이 그에게 생각보다도 빠른 권토중래를 가져왔다. 2003년 4월 20일 국무원 위생부장 장원캉(張文康)과 베이징 시장 멍쉐눙(孟學農)이 전격 해임됐다. 더 이상 사스를 은폐할 수 없다고 판단한 최고지도부가 두 사람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자신의 최측근을 동시에 해임, 정치적 타격을 공유하기로 한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수습의 책임을 주룽지 계열의 인물들에게 맡겼던 것이다. 위생부장은 주룽지가 총리로 밀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던 부총리 우이(吳儀)가 겸임했고 하이난성 서기로 내려간 지 5개월도 안된 왕치산이 불려 올려진 것이다.

중국 정치사에서 이처럼 어부지리로 권력핵심으로 진출한 사람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이 화궈펑(華國鋒)과 장쩌민이다. 장쩌민이 기회를 성공으로 연결했다면 화는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왕치산은 어떻게 될까.

현재까지 성적표를 보면 왕치산은 장쩌민에 가깝다. 그는 2003년 11월 실시된 중국 20개 현시(縣市) 주민 여론조사에서 70.5%의 지지로 주요 시장 가운데 전국 수위를 차지했다. 도로 확장 등 시민들이 피부로 겪는 교통문제를 해결하는데 역점을 둔 것이 호평을 받게 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그는 더욱 더 뉴스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생고비마다

있은 행운이 5세대 최고지도부 경쟁에서도 구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왕치산 역시 리커창, 보시라이와 마찬가지로 문과 출신이다. 하방 중 시베이(西北)대 역사학과를 나왔다. 주룽지의 배려로 칭화대 경제학원의 교수를 지냈다. 장인이 칭화대 출신이며 후진타오의 후견인 쑹핑(宋平)은 장인이 다닌 대학의 한 해 후배이다. 칭화대를 나오지 않았으면서도 그가 칭화방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재준 객원기자 · 중국문제 전문가 hufs8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