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잠룡들의 대권행보 "추석 민심 잡아라"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 영호남 연대로 대선 승리·지역주의 타파 '두 토끼 사냥'도 모색

‘아버지의 이름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두드러진 컨셉이다. 박 전 대표는 9일 팬클럽 회원들의 자선 바자에 모친 육영수 여사가 청와대에서 손님을 접대하는데 주로 썼다는 찻잔과 접시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한국엔지니어링클럽협회의 21일 초청 강연의 주된 메시지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과학기술 발전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박 전 대표는 23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하는 중에 독일에 들러 박 전 대통령이 1964년 찾았던 독일 루르 지방 함보른 탄광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또 11월에는 박정희식 경제 개발 모델을 따르고 있는 중국에 가서 새마을운동 특강을 할 예정이다.

이렇듯 박 전 대표가 대권행보에 나서면서 부친을 앞세우는 데는 박정희식 ‘경제 개발’을 차용하려는 측면과 함께 차기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고건 전 총리가 최근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거론하는 데 따른 효과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박 전 대표는 9월 들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장외 집회를 시작으로 4일과 22일엔 지역구인 대구를 방문, 이곳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명박ㆍ손학규 경쟁 후보에 대해 확실한 영역표시를 해두었다.

박 전 대표는 14일 여의도에 확대 비서실 격인 개인사무실을 마련했다. 이 사무실에는 측근인 유정복 의원과 김선동 전 대표실 부실장, 이정현 전 부대변인이 상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표는 10월에 공식 개소하기까지 이 사무실에서 대외 인사 접촉 등 대선 행보를 위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지도자론’과 ‘경제’를 대권행보의 핵심 키워드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도자론’은 경쟁 상대인 이명박ㆍ손학규 주자와 차별화하려는 복안이고 ‘경제’에 무게를 두는 것은 내년 대선에서 ‘경제’가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큰 데다 ‘내륙 운하’구상과 ‘외자 유치’로 각각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각인시킨 이명박ㆍ손학규 두 주자에 비해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측면이 없지 않다.

유럽 방문에서 독일 첫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는 것은 성공한 여성 지도자와 회동이라는 점에서 ‘지도자론’과 맥이 닿아 있다. 11월 중국을 방문해 고위 인사들을 만나는 것도 ‘지도자론’의 연장선에 있다.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앞으로 대학 강연 등을 통해 한미 관계, 정계 개편, 개헌 등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미래 비전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에서 이젠 국가 지도자로 이미지를 격상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아울러 박 전 대표 진영은 대선 승리와 망국적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영호남 연대에 힘을 쏟고 있다. 친박(親朴)계인 한 영남 의원은 “영호남 연대는 여권이 시도하려는 반한나라당 연대, 또는 서부벨트(호남+충청) 구축을 차단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당내 경선에서도 ‘대세론’을 가속화시켜 대선 후보가 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여론 지지도의 우위를 앞세워 대세론을 형성하려 할 경우 충청과 호남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라는 설명이다. 박 전 대표측이 호남에 정통한 이정현 전 부대변인을 캠프의 중책으로 기용한 것은 그러한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내부에서도 당내 경선은 박근혜-이명박 2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고 영호남 연대, 충청권의 향배가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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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