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잠룡들의 대권행보 "추석 민심 잡아라"고건 전 국무총리 - 중장기적 국가비전 마련 부심… 정치권과 거리두기로 '失機' 우려도

차기 대선주자 ‘빅3’로 꼽혀 온 고건 전 총리의 대권행보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지난해 1위를 고수하던 지지도는 올해 들어 2,3위로 밀리더니 최근엔 3위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미디어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ㆍ한길리서치의 정기 9월 여론조사 결과 고 전 총리는 이명박ㆍ박근혜 두 경쟁 주자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고 전 총리의 지지도가 반등할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정체되거나 하강 추세를 보이는 것은 더 심각하다.

올 초 고 전 총리의 지지도가 선두권을 유지하고 대선레이스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진 ‘미래와 경제(Great Korea Form)’가 1월 23일 출범할 때만 해도 고 전 총리의 대권 행보는 순조로와 보였다.

그러나 7월에 출범키로 한 고 전 총리의 대선 전위부대격인 ‘희망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가 한 달여 뒤인 8월 28일 뒤늦게 깃발을 올렸고, 고건 지지 ‘전국 청장년연대’(고청련), 중소기업과 상인이 주축이 된 ‘고건과 함께 희망을 여는 사람들’(GK People)’마저 출범이 늦어지면서 고 전 총리의 대권플랜은 삐걱거렸다.

정치 지형도 고 전 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5ㆍ3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호남 맹주 자리를 되찾고 7ㆍ26 재·보선에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서울 성북을에서 당선되는 등 민주당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고 전 총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짝사랑’도 식었다.

‘희망연대’에서 정치인을 배제, 시민단체 성격에 머물게 한 것도 고 전 총리의 세 확장에 장애가 됐다는 지적이다.

고 전 총리가 ‘희망연대’의 주요활동 목표인 ‘희망한국 의제21’을 실천하기 위해 농장, 농업대학, 취업박람회장, 중소기업 등을 잇따라 방문했음에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대권 행보에 힘을 실어줄 조직의 동력이 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희망연대’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운영위원회(위원장 오강현)를 열고 주요 분야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장을 찾아 희망한국의 중장기적 비전을 도출하고 국가 어젠다, 새정치 패러다임 등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강현 위원장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바람, 고통을 확인하고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봉 공보특보는 “국가의 정체성과 국제적 신뢰 상실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할 사람은 합리적 실용주의 리더십을 갖춘 고 전 총리뿐”이라며 “중도개혁세력이 연대, 통합하게 되면 진면목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고 전 총리의 정치와 거리를 둔 대권 행보의 한계를 지적한다. 친(親)고건 인사인 민주당 신중식 의원은 “고 전 총리가 정치권과의 접근을 배제하고 있지만 모든 결정은 결국 정치권에서 이뤄진다"며 “자칫하면 시기를 잃고 정치권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경고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만일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15% 아래로 떨어질 경우 거품론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여권에서 추진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에서 처음부터 배제되거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정치인들과 비공개리에 접촉을 하고 있다"며 "내가 주창하는 중도개혁세력의 연대가 계속 확산돼 가고 있다"고 말한다.

고 전 총리는 ‘호남’이라는 확실한 기반을 갖고 있고 타 지역에서의 지지도 상당해 유력한 대선주자임에 틀림없다. 또 현재의 지지도라면 여권의 오픈 프라이머리에서도 승산이 있다. 그러나 얼마나 적극적인 대권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희망’을 찾을 수도 있고 놓칠 수도 있는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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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