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민기획' 대표 - 동서대결로 서부벨트 복원 땐 여권에 득 안 돼… 정계개편 움직임도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 구도를 전망할 수 있다.

첫째는 1992년, 97년, 2002년 대선과 같은 동서 간 대결, 즉 ‘종축(縱軸) 대결’이다. 이는 서부벨트(호남+충청+α)의 복원을 의미하는데 여권에는 승산이 없는 구도여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고건 전 총리가 후보가 되더라도 호남에서 김대중, 노무현 후보가 얻은 95%를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호남표가 이완돼 많아야 최대 80% 정도를 얻을 것으로 본다. 대선에서 영남의 동부벨트가 전력상 12% 정도 우위에 있다.

설령 대선 구도가 이명박-박근혜-고건 3파전이 돼도 호남에서 고건 표는 꽤 잠식당할 것이고 충청에서도 압승하기 어려운 데다 이 전 시장이 수도권과 젊은 층 표를 흡수 25% 정도 얻을 것으로 보여 승산이 없다.

둘째는 ‘횡축(橫軸)대결’이다. 이른바 영·호남 대연정의 실현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호남에 공을 들이는 점이 주목되는데 박 전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서화합 및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간 역사적 화해 등을 명분으로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대선은 ‘신구(新舊) 대결’구도가 될 수 있는데 실현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셋째는 다자구도인데,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이 탈지역주의 전국정당 기치를 고수하면서, 호남당(민주당+고건), 영남당(한나라당), 충청당(국민중심당) 등 지역주의 정당과 맞서는 구도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에 집착하고 있고 국회의원은 여야를 불문하고 대선 이듬해에 치를 총선을 의식해 ‘생존’을 위한 정계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선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기 어렵고, 의원들 역시 총선에서 최소 35% 이상 교체될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의원도 중·대선거구제를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동조할 개연성이 크다.

대선주자 중에는 지지도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 고건 등이 내년 대선에서도 주목받겠지만 대선구도에 따라 위상 및 거취가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변수다. 여론조사에 따른 지지도 추이나 본선 경쟁력을 분석하면 이 전 시장이 앞선다. 또 이 전 시장은 이념문제 등에서 박근혜, 손학규 사이에서 ‘중간자 효과’를 얻는 점도 유리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손을 잡는 경우 경선 룰이 문제가 되겠지만 이 전 시장의 탈당 및 신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 전 지사는 ‘민심 100일 대장정’을 통해 지지도가 상승했지만 ‘넘버3’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과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포지셔닝을 하는 게 당면 과제다.

고 전 총리는 범여권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서부벨트의 후보가 되더라도 승산이 적고 여당의원들이 2008년 총선을 의식해 보수 이미지의 고건 카드를 외면할 수도 있어 불안하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주자의 지지율은 현 구도대로라면 대선까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여권 주자들에게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함께 하자”고 제의할 것으로 보이고 이 구도에 이명박, 손학규 등에게도 손짓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내년 대선에서도 40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386세대가 주류인 40대는 점차 진보 이미지가 탈색되고 있지만 미래를 향해서 여전히 변화를 선택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들의 성향이 대선의 향배를 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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