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 유럽투어로 대세론 시동, '경제통' 이미지 부각 가속박근혜 - 국민과 스킨쉽 강화… 텃밭 다지며 '5개월 플랜' 준비손학규 - 2차 민심대장정… 국가 체질개선론으로 李·朴과 차별화

한나라당의 대선주자 ‘빅3’인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최근 진검승부를 시작하는 형국이다.

추석을 계기로 지지율 1위를 탈환한 이 전 시장이 점차 격차를 벌이며 독주하자 박 전 대표와 손 전 지사 진영이 견제에 나선 것.

박 전 대표는 2일 ‘서초 포럼’초청 특강에 참석, 이 전 시장의 국토개발론에 비판적 입장을 거론하며 대북특사 수용론을 시사해 대권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날 행사에는 당에서 ‘친박근혜’ 계열로 평가받는 현역 의원 20여 명이 몰려 박 전 대표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특히 한나라당 내 호남 좌장으로 5ㆍ31 지방선거에서 부인의 공천비리 파문으로 정계은퇴를 시사했던 김덕룡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호남을 향해 서진(西進)정책을 펴온 박 전 대표가 묵시적으로 김 의원의 정치재개를 눈감아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이어 6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가진 첫 특강정치에서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사람”이라며 “이제는 건설, 공장짓는 것으로 국민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지났다”며 이 전 시장의 ‘대운하 프로젝트’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손 전 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전 시장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를 동시에 겨냥했다. 손 전 지사는 6일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이 전 시장의 내륙운하 구상 등 국토건설에 대한 식견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개발시대 패러다임을 갖고 21세기 선진강국이 될 수 없다”며 "70~80년대 권위주의적 리더십이나 몇 개의 산발적인 프로젝트로 선진복지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좁게는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과학도시 프로젝트 등을 비판한 것이지만, 넓게는 1960∼70년대 경제개발을 주도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딸 박 전 대표를 지칭한 것일 수도 있는 양수겸장인 셈이다.

이 전 시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 전 시장은 8일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세계 도시를 향한 서울의 꿈’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국가 재창조는 비전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는 실천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해 박 전 대표의 한반도 대운하 비판에 반론을 폈다.

세 용들의 캠프는 내년 초가 대권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현재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국가 지도자로 비전을 제시하면 경선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박 대표는 9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열린우리당 후보가 확고해지면 이 전 시장으로 갔던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다시 돌아설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열린우리당이 확실하게 어떤 것이 됐을 때 그 지지자들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해 현재의 지지율이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현장의 사진기자 전시회'개막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신동철 공보특보는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의정활동에 충실하느라 대권 행보를 자제해 왔지만 본격적으로 국민에게 다가서고 당 지도자로서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 국가비전을 제시하면 지지도는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전 대표측은 최근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이른바 ‘5개월 콘텐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시장의 대운하ㆍ과학도시 프로젝트에 맞설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박 전 대표측은 대권 레이스에서 ‘당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최근 여론에 흔들리는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텃밭’인 TK(대구ㆍ경북)을 지키는 데도 전력할 계획이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선친의 숭모제 등에 참석, 박정희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측은 이달 말 중국을 방문,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인 새마을운동 관련 행사에 참석해 지도자의 면모와 함께 박정희 대통령을 새롭게 부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인 박사모가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할 경우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예처럼 정권인수 이벤트를 모방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 전 시장측은 ‘대운하 프로젝트’ ‘과학도시’ 등 일관되게 정책으로 이슈를 선점해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박영준 정무특보는 “국민은 어느 후보가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구할 능력이 있는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공약(空約)이나 화려한 말이 아닌 실천력 있는 비전과 리더십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특보는 “대운하나 과학도시 외에 호남, 충청, 수도권 등 각 지역별로 특화된, 그리고 국가의 미래에 필요한 프로젝트들이 몇 개 있다”면서 “다음달부터 국민 앞에 하나하나 펼쳐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민심’을 얻어 ‘당심’을 바꾼다는 전략이다. 이 전 시장이 최근 지역, 계층, 종교를 불문하고 광폭적인 행보를 하는 것은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일 강릉에서 강원 지역 교수와 정당인 등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회원이 다수 포함된 단체로 알려진 '비전 강원포럼' 창립 총회에 얼굴을 비쳤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호남지역 대학 교수 200여 명으로 구성된 광주의 '나라사랑 시민포럼' 창립식에도 참석했다. 지난 14일에는 영남대 경영대학원 초청으로 대구를 방문, ‘선진한국을 향한 비전과 도전'이란 주제로 특강을 하는 등 영호남을 오가며 지지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5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영모전 광장에서 열린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종법사'의 '대사식'(이·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지역행사에 갈 때마다 반드시 사찰을 방문, 불교와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도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손 전 지사측은 ‘차별화’ 전략으로 대권 레이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손 전 지사는 지난 13일 한나라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해 자신의 개혁적인 이미지를 강조 '차별화'에 시동을 걸었다.

손 전 지사측은 지난 9일부터 시작한 ‘2차 민심대장정’인 ‘비전 투어’에서 100일 민심대장정을 통해 확인한 일자리, 노후, 교육,주거 등 4대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과는 다른 ‘국가체질개선론을 앞세워 개혁적이고 참신한 손 전 지사의 장점을 부각시킨다는 복안이다. .

김성식 정무특보는 “대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며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지만 ‘과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미래지향적이고 21세기의 소프트웨어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차별적인 리더십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특보는 낮은 지지율과 관련 “손 전지사는 오피니언리더에서는 지지율 1위로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뚜벅뚜벅 가다 보면 결국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