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14~15일 첫 '전략대화'… 美 FRB 의장 등 각료 ⅓ 참석위안화 절상·무역 역조 개선 등 논의, 이견차 커 접점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은 12월 14, 15일 이틀간 세계 경제의 수도가 된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비롯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 각료들이 모두 워싱턴을 비우고 베이징에 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첫 중·미 경제전략대화(Strategic Economic Dialogue)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에 몰려온다.

단장인 폴슨 재무장관을 포함, ‘대화’에 참석하는 미 정부 각료는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 마이크 레빗 보건장관, 새무얼 보드먼 에너지장관 등 5 명이다. 부시 내각 15명 각료 중 3분의 1에 해당한다. 차관급으로는 수전 수워브 무역대표부 대표(USTR), 스티븐 존슨 환경보호청장 등 2 명이다. 미국의 경제정책과 통상정책을 담당하거나 관련을 맺고 있는 부서의 장이 자리를 함께 한다.

지난달 중순 중국을 방문한 바 있는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은 불과 한 달 만에 베이징을 다시 찾는다. 2005년 2월 2기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상무장관에 취임한 그는 이번 중국 방문이 다섯 번째이다. 지난 5월 입각한 폴슨 재무장관도 9월에 방문한 이후 3개월 만에 중국을 다시 찾았다. 폴슨은 골드만 삭스 회장으로 있을 때 무려 70차례 중국을 방문한 중국통이다.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최초로 연방정부 장관이 된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은 중국계이다.

이들과 ‘대화’ 테이블에서 마주할 중국측 인사들의 면면 역시 중국 경제를 끌고 나가는 핵심 인물들이 망라되어 있다. 장쩌민(江澤民) 시절부터 중국 통상문제를 관장해 온 우이(吳儀) 국무원 부총리가 중국측 대표로 나선 가운데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 진런칭(金人慶) 재정부장,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그리고 가오창(高强) 위생부장, 왕쉬둥(王旭東) 정보산업부장 등이 참여한다.

‘대화’는 부시의 제안을 후진타오(胡錦濤)가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세계 경제를 이끌고 나가는 미국과 중국이 양국 간 현안은 물론 세계 경제 차원에서 전략적 대화를 갖는 체제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9월 방문한 폴슨이 부시의 메신저가 되었고 후진타오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11월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두 정상은 경제전략대화를 1년에 두 차례 갖자는 데 합의하였고 그 첫 회의가 이번에 열리는 것이다.

부시와 후진타오가 경제전략대화를 갖기로 합의한 것은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 보자. 9·11 테러 사건 이후 중동에 올인한 부시 행정부는 중국과의 통상 문제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2005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의 6.4%인 8,000억 달러였는데 이 중 4분의 1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올해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난 2,2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매년 10% 이상의 고도 성장으로 중국은 원유 소비 대국이 되어 세계 원유 소비의 8.5%를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금속 원자재의 20~30%를 소비하는 공룡으로 성장하였다. 에너지와 자원의 블랙홀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미국의 경제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주름을 지게 할 것임은 뻔한 일이다. 중국의 이러한 성장은 ‘중국위협론’으로 전환될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의 기회를 앗아 가는 보호무역주의를 불러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중국과 대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중국 지도부도 미국과의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과다한 외국인투자 유치가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고 무역흑자 역시 가공무역에 의한 거품현상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역 간, 도농 간의 불균형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에너지 수급문제, 환경문제 역시 지속적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절박하다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은 상하이방의 숙청으로 표출되었다. 이런 정책 전환 과정에서 미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이유에서 부시의 제의는 고소원(固所願)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총론에서는 서로 공감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양측은 첨예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 위안화 절상문제, 교역 개선, 그리고 지재권 침해 단속 문제 등 양국이 팽팽하게 대립할 현안은 쌓여 있다.

폴슨 재무는 11월 28일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기 때문에 양국 교역의 이익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중국측에 절상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무역 역조에 대한 진단이 잘못 됐으며 따라서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측 처방도 잘못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근본 원인은 미 달러화의 과도한 발행, 낮은 저축률, 그리고 과도한 소비성향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제품이 미국 제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입국의 제품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이 설사 이루어진다 해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에도 중국이 절실히 필요로 한 첨단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을 풀고 17년째 계속되고 있는 무기금수를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과 급격한 시장개방은 중국 경제체제가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기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은 타협책으로 위안화의 절상은 하지 않는 대신 변동폭을 늘이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의 절상은 다국적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 비용을 높이는 탓에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이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또한 폴슨과 구티에레즈 역시 시장개방 확대를 통한 수출 증대에 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이번 대화에서 위안화 문제와 관련해선 의외로 큰 대립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화에서는 미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라는 새로운 정치 상황 전개에 따른 ‘동상이몽’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행정부는 의회가 보다 더 보호무역주의적이 될 것이라며 중국측을 압박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 의회를 상대로 경제외교를 어떻게 전개할지를 탐색하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의회에는 현재 위안화 대폭 절상 등 20여 개의 중국 관련 의안들이 계류 중이다. 차기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는 인권, 티베트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이를 통상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펠로시는 무조건적인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는 데 대해서조차 반대하고 있다. 하원 국제관계 위원장을 맡게 될 톰 란토스 의원 역시 펠로시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는 환경과 노동문제를 보다 중시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 상무부의 홈페이지에 실린 ‘차이나 페이지’의 로고는 태극문양을 세워놓은 모습이다. 푸른색과 붉은색 경계선에는 화살표가 서로 맞서 있다. 갈등 속에 조화를 추진하자는 뜻일 것이다.


이재준 객원기자·중국문제 전문가 webmaster@china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