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성장 불구 경제대국 가는 길 최대의 암초농민 시위 점차 과격화… 부자 납치사건도 잦아

중국 남자가 베이징 외교관 거리에서 미국 성조기로 장식된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가고 있다. 베이징 시민들 사이에는 최근 오토바이가 신분상승의 한 징표가 되고 있다.
중국이 요즘 잘 나가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잘 나가고 있다. 이웃 국가로서 살살 배가 아파올 지경이다.

14, 15일에는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미국 경제의 거물들이 베이징에 집결했다. 명목은 ‘대화’다. 하지만 미국이 ‘경제사령부’를 통째로 이전한 것은 “물건은 더 많이 사고 시장은 열라”는 요구에 무게를 싣기 위해서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11월 6일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올 2월에는 외환보유액 만년 1위국 일본을 제쳤다. 그 10개월 뒤 어느 국가도 달성하지 못한 1조 달러의 관문을 넘어섰다. 무역흑자는 연말까지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역시 사상 최대이다. 성장률 추정치는 10.5%.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올해도 10% 이하로 속도를 낮추는 데 또다시 실패했다.

창사 이래 무노조 원칙을 굳건히 지켜왔던 다국적 유통센터 월마트는 지난 7월 중국 당국에 굴복했다. 이후 불과 몇 달 사이 62개 점포에 노조가 설립됐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속담은 로마 대신 중국으로 바꿔 넣어야 더 적절할 것 같다. 구글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검열을 수용했다. 야후도 회원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겨 반체제 인사가 체포되게 했다. 정보 유통혁명의 ‘촉매’가 태평양을 넘어서는 순간, ‘빅브라더’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셈이다.

중국의 눈부신 성장은 중국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증대시켰다.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프랑스도, 영어의 종주국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에서 중학교 제2외국어 채택 순위에서 중국어는 5위를 차지했다. 5년 전 9위에서 4계단 뛰어 올랐다. 러시아어, 브라질이 사용하는 포르투갈어, 그리고 아랍어를 제쳤다. 영국에서는 중국어 열풍이 초등학생에까지 미쳤다.

중국이 경제총량에서 20년 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데 내외의 전망이 일치한다. 주룽지(朱鎔基)의 경제 지낭(智囊 : 브레인)이던 후안강(胡鞍鋼) 칭화(淸華)대 교수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12.3%에서 2015년에는 15%로 늘어날 것이며 2020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영국 왕립국제관계연구소(RIIA) 체이덤 하우스의 빅터 불머토머스 소장은 12월 6일 퇴임 고별강연에서 앞으로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를 주도하는 양극체제(bi-polar)의 한 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시점을 불머토머스 소장은 후안강과 같이 2020년으로 잡았다.

중국도 은연중 강국으로서 역할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금년 외국 순방을 통해 중국의 외교노선 역시 ‘허시에(和諧, 조화)’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서는 아랍권의 허시에를 역설했고 인도 대륙 순방에서는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허시에 행보를 뚜렷이 했다. 세계의 경찰인 미국과 차별화하여 ‘세계의 중재자’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1월 중순 중국의 CC-TV가 ‘대국의 부상(大國崛起)’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것도 강대국 예습이라는 맥락으로 이해된다. 신대륙 발견 이후 세계를 주도한 9개 강국의 흥기 과정을 다룬 이 프로그램은 10 번째의 강국이 중국이 될 것임을 은연중 암시하고 있다. 대국(大國)은 흔히 중국으로 대체되곤 하니 이 프로그램은 결국 ‘중국의 부상(中國崛起)’을 말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중국에게도 이 모든 것을 일장춘몽으로 만들 수 있는 치명적 아킬레스건이 있다. 이는 바로 빈부격차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경제 강국 중 가장 심하다.

12월 5일 일본 유엔대학의 세계개발 경제연구소(UNWIDER)는 중국의 지니계수가 0.47이라고 발표했다. 지니계수란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0과 1사이의 수치로 나타내는데 0에 가까울수록 분배가 평등에 가깝고 1에 다가 갈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0.4를 넘으면 상당히 불평등한 상태이고 0.6을 넘으면 폭동을 우려할 정도가 된다.

선진국은 대부분 0.25~4 사이이고 한국 경우 2005년 유엔통계에서 0.31로 나왔다. 중국 난카이(南開) 대학 연구팀은 2004년에 0.5를 넘어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개혁개방 이전 지니계수가 0.2였다. 이는 개혁개방이 평등사회를 지극히 불평등한 사회로 바꾸었다는 설명을 가능케 한다.

후안강 교수는 이미 2000년에 이러한 중국의 소득 불균형 심화현상을 두고 중국에 ‘4개의 사회’가 존재한다고 표현했다. 최상위 제1세계에 속한 중국의 부호들은 이제 부의 과시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올해 4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2006년 백만장자 박람회(2006 Millionaires' Fair)’에는 각종 보석, 스포츠카, 초호화 빌라는 물론 황금 욕조까지 출품됐다. 입장료가 식당 종업원 한 달 급료 800위안의 절반에 해당되는 350위안이었다. 부호들 사이 와인 붐이 불면서 한 부동산 부자는 한국 돈으로 1,200억원어치의 와인을 개인창고에 쌓아 두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올 초 장쑤(江蘇)성 항저우(杭州)에서는 한 테이블에 19만8,000 위안(2,400만원)하는 춘절맞이 상차림이 등장했다.

그러나 최하층 제4세계의 속하는 중국인들은 한 학기에 30 위안(3,600)하는 학비가 없어 자녀를 학교를 보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13억 인구 중 10억 명은 기본적인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민공화국은 불평등을 동력으로 기존 사회를 전복하고 성립된 국가이다. 이러한 빈부격차가 사회를 뒤흔드는 시한폭탄임은 역사가 증명한다. 조짐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무력 시위 건수는 8만7,000건이다. 2003년의 5만8,000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주로 당국에 의해 토지를 수용당한 농민들에 의해 일어나는 이러한 시위는 건물을 송두리째 포위하는 등 점차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부자에 대한 납치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2004년에는 부호와 그 가족을 상대로 한 납치사건이 3,863건이 발생했다. 부자에 대한 증오심이 중국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사례이다. 소득 양극화는 도시와 농촌 간, 연안지역과 내륙지역 사이, 또 민족 간에 중첩되어 있다. 위험성이 중첩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관영 신화통신은 12월 8일 이례적으로 빈발하는 대규모 소요사태가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지도부의 위기 의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처방은 백화제방을 방불하게 한다. 그중 하나가 사회과학원의 가오페이융(高培勇)가 주장한 상속세의 도입이다. 또한 교육부가 11일 농촌지역의 초·중등 학생 1억 5,000만 명에 대해 학비와 잡부금을 면제키로 한 것 역시 양극화를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후안강 교수는 ‘녹색 고양이론’을 펴고 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작별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녹색고양이론은 앞으로의 성장은 도농 간, 지역 간, 민족 간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환경과 에너지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오늘은 있게 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은 이제 강국 중국이라는 미래를 위해 극복의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2006 백만장자 박람회'에 출품된 황금욕조

이재준 객원기자·중국문제전문가 webmaster@china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