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세대 '떠오르는 별' 누구인가 ⑭ 류펑(劉鵬) 국가체육 총국장창당 80돌 행사 성공적으로 이끌어 선전부 부부장서 발탁

2006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바쁘고 또 제일 즐거운 사람은 중국 선수단 단장 류펑(劉鵬) 국가체육 총국장일 것이다. 대회 첫날부터 중국은 금메달 레이스에서 저만치 앞서 가기 시작했다. 2위 다툼을 한 한국과 일본이 획득한 금메달을 모두 합하여도 중국이 거둔 금메달 수에 턱없이 못 미친다. 중국의 이 같은 호성적은 2년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北京) 올림픽의 주인공이 명실상부하게 중국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역대 가장 성공적인 올림픽은 11회 베를린 올림픽과 24회 서울 올림픽을 든다. 베를린 대회에서는 그리스에서 성화를 채화, 개최국까지 봉송하는 행사가 처음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라디오 중계가 이루어진 것도 베를린 대회가 최초이다. 올림픽이 세계인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가 된 것이다. 모스크바 올림픽과 LA 올림픽 등 동서진영이 각각 한 차례씩 반쪽 올림픽을 치룬 뒤 개최된 서울 올림픽은 양 진영의 화합의 무대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로 복권될 수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 집행주석을 맡고 있는 류펑의 이력과 행적을 살펴보면 베이징 올림픽이 베를린 올림픽과 서울 올림픽을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류펑은 2004년 12월 쓰촨(四川)성 부서기로 있던 중 부장급(장관급)인 국가체육 총국장에 임명됐다. 쓰촨성 부서기에 앞서 역임한 공산당 선전부 부부장이란 직책이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베를린 올림픽의 ‘총감독’인 괴벨스의 직책인 계몽선전상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괴벨스는 아리안 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하는 무대로 베를린 올림픽을 활용했다. 이를 위해 1932년 LA올림픽 때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전 세계 라디오 방송중계를 성공시켰다. 또한 영화제작자 레니 리펜슈탈로 하여금 베를린 대회를 영상에 담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다큐멘터리 필름이 ‘민족의 제전’이다. 이 작품은 나치독일의 선전물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리펜슈탈을 에이젠슈타인이나 오손 웰스와 같은 영화계의 전설로 자리매김하게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 초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는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을 개·폐회식 총감독으로 위촉했다. 은연중 장이머우에게 리펜슈탈을 기대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장이머우가 중국의 국책영화 ‘영웅(英雄)’의 제작자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리펜슈탈은 1934년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당 전당대회 기록필름 ‘의지의 승리’를 제작한 것이 발탁의 계기였다. 이 ‘의지의 승리’는 미국이 1950년대까지 상영을 금지했을 정도로 ‘프로파간다 필름’의 백미다.

류펑의 발탁은 2001년 중국공산당 창당 80주년 기념행사가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공산당의 3대 핵심부서인 조직부, 선전부, 통일전선부가 협력하여 행사를 계획하였는데 선전부 부부장이던 그는 지도자 전시(展示)소조 조장이었다. 최고지도부로부터 가장 큰 호평을 받은 것이 그가 주관한 지도자 전시회였다. 2004년 12월 후진타오가 쓰촨성 부서기로 있던 류펑을 불러 올린 것은 그가 단파(團派)인 데다 이처럼 뛰어난 대형 이벤트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 점 때문이었다. ‘중화민족의 흥기를 세계에 알려라’가 그의 어깨에 지워진 제1책무이다.

류펑은 2005년 대만을 방문, 성화봉송의 대만 통과와 일부 종목의 대만 분산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 봄 전인대에서도 대만인 자원봉사자 모집 계획을 밝히는 등 베이징 올림픽을 양안화해의 계기로 삼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는 쓰촨성의 지식인 가정에서 1951년에 태어났다. 1977년 26세의 나이로 시안(西安)교통대학에 들어가 공정역학을 전공했으며 이어 충칭(重慶)대학에서 고체역학을 전공,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공청단(共靑團) 중앙 상무서기를 지냈다. 당시 제1서기가 현재 랴오닝(遼寧) 서기인 리커창(李克强)이었다.


이재준 객원기자·중국문제 전문가 webmaster@china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