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쓰레기 하치장 오명… 2009년 온실가스 배출 세계 1위 전망환경의식 최저수준, 무분별한 오염원 배출로 환경생태 날로 악화

죽은 물고기와 폐수로 뒤덮인 쑹화강.
‘중국호’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중국호’가 저만치 앞서가는‘미국호’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에 서방 관측통들 대다수가 동의한다. 단지 의견이 갈리는 것은 그 시기가 언제쯤이냐를 놓고서다. 서방의 이 같은 전망에 손사래를 치곤 하던 중국도 최근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CC-TV가 방영한 ‘강국굴기(强國崛起)’시리즈는 중국이 강대국의 예행연습에 들어갔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신년에 들어서자마자 위성요격(ASAT) 미사일 실험을 통해 ‘우주의 팍스 아메리카나’에 도전장을 던진 행동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환경론자들에게 현재의 ‘중국호’는 거대한 빙산을 앞에 둔 ‘타이타닉 호’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환경문제의 절박성을 자극적 수사(修辭)로 경고해 온 판웨(潘岳)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 부국장은 지난해 12월 한국의 한 일간지에도 소개된 기고문에서 중국이 이대로 ‘환경부채’를 갚지 않고 방치한다면 ‘파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추월’은커녕 ‘침몰’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이를 결코 엄살이라고만 볼 수 없을 만큼 중국의 환경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중국과학원은 지난달 말 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생태현대화(환경) 지수가 세계 118개국 중 100위라고 발표했다. 2006년도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였다.

생태현대화 지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도시폐기물 처리율, 삼림복개율, 유기농업 비율, 안전식수 비율, 교통 공기오염 비율, 장수인구 비율 등 30개 항목을 종합, 반영한 수치다. 이는 중국의 성장이 막대한 ‘환경부채’를 진 채 이룩한 것이라는 판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태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1월 7일 보고서에서 중국이 2009년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물론 미국이다. 이는 당초 전망보다 10년 빠른 것이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비약적 경제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석탄 사용량이 급증했다. 10년간 석탄소비량의 증가는 90%나 된다.

개발경제 우선주의가 낳은 예고된 폐해

무분별한 폐수 배출로 연안과 하천의 오염도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 국가해양국은 지난달 12일 중국 근해의 55%가 국제 청정해역 수질기준에 미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심이 깊지 않은 보하이(渤海)는 어족자원이 씨가 마를 정도로 ‘사해(死海)’가 된 지 오래다.

2005년 3월 수리부가 전국 하천과 호수의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70% 이상이 기준치를 넘는 오염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공장뿐만 아니라 농촌 곳곳의 향진(鄕鎭)기업들의 무단 폐수 방류, 농약의 광범한 보급 등이 원인이다.

오염의 심화로 생태환경이 현저하게 악화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북부지역의 수자원이 고갈되고 있으며 매년 수천 평방km가 사막으로 바뀌면서 황사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국의 환경 실태는 경제발전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수준을 분명히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환경론자들은 중국의 20년간 경제적 성취도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 판웨는 중국의 현 경제를 "석탄과 광물자원, 섬유, 제지, 철강, 석유화학 공장 등과 같이 자원에 굶주린, 비효율적인 오염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그는 서방이 100년 동안 이룩한 경제성장을 중국이 30년 만에 이룩했다는 찬사도 이렇게 뒤집어 이야기 한다. “100년 동안의 환경파괴를 30년 만에 겪었다.”

중국 지도부가 환경문제를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2005년 초 30개 국책사업의 공사를 중단시켰는가 하면 보하이의 환경개선을 위해 2015년까지 500억 위안(6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006년 6월 지난 10년 동안의 환경보호 노력과 환경 실태를 다룬 백서를 펴냈다. 2004년에 아황산 가스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소에 정화설비를 의무화했으며 제지 및 염색공장 등 폐수 배출 정도가 심한 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기준도 유럽 수준까지 올려 놓았다. 2005년 11월 쑹화강(松花江) 상류의 벤젠공장 폭발사고로 하얼빈시의 수돗물 공급이 5일간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환경보호총국장을 인책 해임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관심 증대와 관련 법규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오염이 심화하고 있는 것은 환경 의식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중국 언론들이 보도한 영국의 쓰레기 대중 수출 실태는 환경인식의 거북걸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1997년 토니 블레어 정권이 들어설 당시 중국에 대한 영국의 쓰레기 수출량은 불과 1만2,000톤이었으나 2005년에는 158배인 190만 톤으로 늘었다. 영국 업자는 톤당 2파운드(약 3,700원)의 쓰레기 처리 비용을 아끼려 수출에 열을 올렸고 중국의 수입업자는 재활용을 위해 덥석덥석 받아들인 것이다. 세계 전자쓰레기의 70%도 중국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지도부 위기의식, 성장방식 재검토 주장도

지난달 29일 청쓰웨이(成思危) 전인대 부위원장은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33개사가 지난해 수질오염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밝혔다. 서방국과 서방기업은 중국의 뒤떨어진 환경 의식을 악용, 중국을‘세계의 쓰레기 하치장’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환경보호를 위한 ‘하드웨어’를 구비했음에도 중국의 환경 상황은 좀처럼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판웨는 노선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경제발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르크시즘의 자연관에서 탈피, 자연과 인간 사이의 조화를 지향한 전통적 자연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웨의 이런 주장은 생산력 증대를 최우선시한 덩샤오핑(鄧小平) 노선과의 작별을 요구하는 정치적 함의를 내포한다.

판웨의 노선 전환 호소는 중앙정부에 의해 일정부분 받아들여졌다. 2006년에 입안된 ‘11차 5개년 계획(11·5규획)’에 ‘녹색 GDP' 개념이 반영된 것이 그 대표적 증좌다.

이 개념은 경제발전에 따른 환경손실 비용을 통상적 GDP에서 차감하는 것이다. 녹색 GDP에 따르면 2004년 환경오염과 복구비용을 포함한 경제손실액은 840억 달러이다. 공식 추산 GDP의 3%다(판웨는 실제로는 8~13% 수준까지 보고 있다). 환경오염을 반영한 이 개념은 환경보호총국과 국가통계국이 협력하여 만들었다. 2004년 말 6개 성에서 시범 실시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였으며 2006년에 11·5 규획에 반영한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해 8월 헤이룽장(黑龍江)성을 시찰할 때 자원절약형 및 환경친화적 사회를 이룩할 수 있도록 성장방식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올해 신년사에서 후진타오는 환경에 주력할 것을 촉구했다. 그해 9월 대표적 성장론자인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서기의 낙마 후 환경론자의 입지가 점차 넓혀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과학원 현대화 연구중심 주임 허촨치(何傳啓)는 중국의 앞길에는 3가지의 길이 놓여져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길은 선진국이 밟아왔던 ‘선오염 후처리(先汚染 後治理)’의 길이고 두 번째는 선진국들이 현재 취하고 있는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을 취하는 길이다. 그는 중국이 걸어야 할 길은 녹색공업화와 생태현대화를 동시에 이룩하는 세 번째의 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은 쉬우나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 중국의 지도부는 환경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으며 어떤 것이 합리적인 길인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성장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다. 아무튼 ‘중국호’는 ‘추월’보다는 눈앞의‘빙산’을 우선 피해야 할 것같다.

2005년 11월 벤젠공장 폭발로 인한 쑹화강 오염으로 동북3성은 물론 러시아 지역까지 식수난을 겪었다. 사진은 오염된 쑹화강의 모습.

이재준 객원기자 중국문제 전문가 webmaster@china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