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봉·김유찬 건' 파괴력 없어… 재산·여자문제 등 '설'만 난무

정인봉(오른쪽) 변호사가 2월 15일 이명박 X파일이 든 서류 보따리를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 맹형규 의원에게 건넨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신상순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X파일이 공개됐다. 이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었던 김유찬 SIBC 대표에 의해서다. 김 씨는 두 차례의 폭로 기자회견을 통해 15대 총선 선거법 위반 재판에 관한 것과 서울 상암동 DMC 137층 초고층 빌딩 건축 사업을 집중 부각했다.

김 씨는 이 전 시장 측으로부터 1억2,000여 만원을 받고 위증을 하였으며 상암동 DMC 고층 빌딩 사업도 이 전 시장의 방해로 유찰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씨의 주장은 곳곳에 허점이 드러난 데다 김 씨에게 위증 교사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는 당사자가 전혀 상반된 주장을 펴고 DMC 고층 사업도 서울시가 공고한 기준에 따른 결과라는 반박이 제기되면서 그가 의도한 것보다 파괴력을 잃는 양상이다.

김 씨는 나머지 X파일을 자신의 <이명박 리포트>라는 책에 담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측과의 관계, 이 전 시장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 재산ㆍ여자 문제, 정치인 이명박 등등. 앞서 선거법 위반 재판 부분을 제외하면 이른바 ‘X파일’이라고 하기보다는 사견이라는 인상이 짙다.

김 씨가 이 전 시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 5월부터 이듬해 6월로 1년 남짓으로 그 기간 이외의 것은 항간에 떠도는 의혹을 정리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이 전 시장에 대한 파괴력 있는 X파일은 오히려 여권이나 상대 후보에게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가에서는 여당의 M의원이 2004년부터 이 전 시장에 관한 파일을 모아 정리를 한 뒤 2005년 기획통인 386출신 L의원에게 인계, 처음으로 23개의 X파일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후 계속 추가돼 50개, 100개까지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그중 일부 X파일이 야당을 분열시키기 위한 공작용으로 한나라당과 상대 후보 진영에 흘러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에는 김대중 정부 시절 무기중개상이던 김영완 씨가 캐나다 여권을 소지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여권의 실세들을 만났던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김 씨는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재미 사업가인 김경준 전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의 친누나인 에리카 김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야당 대선 주자인 이 전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여권에서 이 전 시장과 악연이 있는 김경준, 에리카 킴과 ‘딜’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명박 X파일’ 중에는 이 전 시장이 고 정주영 회장과 결별한 것과 관련, 정 전 회장이 아들인 정몽준 의원에게 이 전 시장의 뒷조사(특히 건설 하도급)를 시켜 작성했다는 ‘정주영 X파일’도 거론된다.

이 전 시장의 재산과 관련, 여권에서는 친인척, 또는 가차명으로 된 재산 여부를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이 병으로 인해 병역 면제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을 토대로 최소한 논란거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그밖에 이 전 시장의 출생, 숨겨진 자식, 여성과의 스캔들, 서울 시정(버스 노선, 뉴타운, 청계천) 등도 X파일의 단골 메뉴로 거론되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