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걷은 李·문 단속 朴, 의원들 '고민의 계절'대선주자들 의원 영입에 속도… 의원들은 눈치보기

영남권 초선인 K의원의 일정표에는 특이한 메모가 덧붙여져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주요 행사들이다. K의원은 보?載活?통해 두 대선주자가 그 행사에 참석하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주요 일과가 됐다.

“내년에 총선이 있잖아요. 무시하려고 해도 신경이 쓰이죠. 양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연락이 와 만나긴 했지만 아직 어느 쪽에 편들지 결정하지 못해 고민인데 조만간 선택을 해야할 것 같아요.”

K의원은 기자에게 대선의 흐름을 물으며 이른바 ‘X파일’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나타냈다. 그리고 자신처럼 고민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후보 경선이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이명박ㆍ박근혜ㆍ손학규 ‘빅3’의 의원영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동시에 의원들의 줄서기와 눈치보기도 고난도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 불붙기 시작해 현재는 어느 정도 판세가 짜여진 가운데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듯하다. 그래서 각 진영의 의원 영입이나 줄서기도 초기와는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즉 주자쪽에서 적극 나서는 ‘아웃바운드(outbound)’형태에서 의원들이 반응을 보이는 ‘인바운드(inbound)’양상을 띠고 있는 것.

의원영입과 줄서기는 여론에서는 앞서나 당내 기반이 약한 이명박 진영에서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출렁거렸다. 이 전 시장 측은 이 전 시장이 직접 의원을 만나거나 뛰기도 하지만,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와 대표적 ‘친이(親李)’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앞장서고 있다.

이 부의장은 영남권과 중진의원들을 주로 만나고 이 최고위원은 서울ㆍ수도권과 영남권 젊은 의원들을 접촉했다. 공략 대상은 중립적 입장에 있거나 ‘친박(親朴)’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었다.

지난해 말 ‘친이’로 돌아선 영남권 중진으로 L의원은 “박 전 대표와도 가까워 많이 망설였지만 이 부의장이 집요한데다 이 전 시장을 만나고 나서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 전 시장쪽에서 여러 차례 만나자고 해 식사를 한 적이 있지만 박 전 대표 때 당직을 맡은 인연이 있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아침은 한 주자와 하고 저녁은 다른 주자와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지난해 공을 들인 결과 상당한 의원들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특강에 참석한 의원 규모는 이 전 시장의 당내 세(勢)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날 행사는 한나라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주최로 이 전 시장을 초청하는 형식을 갖췄지만 당내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 전 시장측이 당내 지지의원들의 세(勢)를 과시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당시 특강에 참석한 52명 의원 중 40여 명이 친(親)이명박 성향을 띤 의원들이고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들도 “우리 실력이 개봉되는 날”이라며 ‘세 과시’를 숨기지 않았다.

박근혜ㆍ손학규 진영에선 그 행사를 두고 “줄 세우기의 구태”라며 비판했지만 우려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박 전 대표측에선 “비상수단을 강구해야 하지 않느냐”는 다급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박 전 대표 진영은 당내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 ‘집안단속’에 주력하면서 박 전 대표에 어울리는 유화정책을 펴왔다. 즉 이 전 시장처럼 의원들과 1대1 접촉이 아닌 ‘행사참여’와 ‘분위기’를 활용하는 집단 접촉 방식이었다.

행사나 모임을 통해 박 전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그 과정을 통해 친분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서초구 재향군인회가 주최한 ‘서초포럼’에 25명의 현역의원이 참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이 공격적인 전략으로 상당한 세를 확보하게 되자 박 전대표 측도 공세적으로 전환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박 전 대표 사람으로 여겼던 주호영 의원이 이 전 시장쪽으로 옮겨간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캠프에서 불교쪽을 담당하며 주 의원과 가까운 J 전 의원 보좌관을 크게 나무랐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후 김무성ㆍ허태열 의원이 중심이 돼 추진해온 의원영입 및 단속에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아직까지 낮은 지지도로 인해 줄을 서는 의원이 거의 없고 손 전 지사도 줄을 세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손 전 지사 측은 의미있는 일에 동참하고 정책토론 등을 통해 의원들과의 연대수준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12월 대선과 이듬해 4월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두고 줄서기를 위한 줄타기를 계속 하고 있다. 현재 지지도가 높은 이 전 시장쪽으로 움직이는 의원들이 늘고 있지만 가변적인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이명박 X파일’논란은 진실 여부를 떠나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전 시장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한 비례대표 의원은 “정말 무언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게 사실인데 상당수 의원들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여권에서 X파일을 감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영남의 K 초선의원은 “대선에서 이 전 시장이 당선되더라도 당내 영향력은 박 전 대표가 클 수 있다”면서 박 전 대표 지지 입장을 보였다.

이계진 의원은 “각 진영에서 후보가 직접, 또는 대리인을 자처하는 인사들을 통해 여러 차례 만나자고 해 부담이 됐지만 비전과 국가경영 능력 등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누굴 만나도 거리낄 게 없다”고 말했다.

‘빅3’로부터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나를 진정 필요로 하는 후보의 요청이 있다면 어느 쪽에라도 갈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대선에서 이기는 것이며 나 혼자 살기보다 세 후보가 손을 잡고 승리하는 데 일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월 5일 현재 대선주자 측과 각종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분석하면 한나라당 소속 126명의 의원 중 박 전 대표 46명, 이 전 시장 53명, 손 전 지사 2명, 원희룡 최고위원 1명, 중립 21명의 분포를 보였다.(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원희룡, 고진화 의원, 강재섭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 제외)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은 보수 성향이 강하고 재ㆍ보선에서 박 전 대표의 도움을 받은 인사, 박 전 대표체제에서 당직을 맡았던 사람들이 많고 이 전 시장은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의원, 수도권과 영남 의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정문헌ㆍ남경필 의원이 지지를 선언했고 소장 개혁파 의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지지의원 현황>

◆ 범박근혜계

김덕룡 이혜훈 진영 이종구(이상 서울) 김영선 유정복 이규택 이경재 정진섭 한선교(이상 인천ㆍ경기) 박근혜 박종근 이한구 이해봉 김성조 이인기 주성영 최경환 곽성문 김재원 김태환 유승민 정희수 (이상 대구ㆍ경북) 김기춘 김무성 김용갑 이강두 허태열 유기준 김학송 서병수 김병호 엄호성 안홍준(이상 부산ㆍ경남) 정갑윤 김기현(이상 울산) 박세환 심재엽(이상 강원) 김학원 이진구(충남) 서상기 안명옥 이주호 전여옥 문희 황진하(이상 비례대표)

◆ 범이명박계

공성진 박계동 이재오 정두언 홍준표(이상 서울) 이윤성 이재창 고흥길 심재철 안상수 정병국 임해규 차명진(이상 인천ㆍ경기) 권오을 안택수 이상득 이병석 이상배 김광원 임인배 이명규 정종복 주호영(이상 대구ㆍ경북) 박희태 권철현 안경률 이방호 정의화 이성권 박승환 이재웅 박형준 권경석 김양수 김재경 김영덕 김희정(이상 부산ㆍ경남) 허천(강원) 홍문표(충남) 고경화 박찬숙 김영숙 김애실 윤건영 이군현 진수희 박순자 배일도 송영선 이계경 이성구 정화원( (이상 비례대표)

◆ 범손학규계

남경필 정문헌

◆ 중립

강재섭 김형오 맹형규 권영세 황우여 정형근 최병국 고조흥 박진 나경원 박재완 이계진 이주영 임태희 전재희 최구식 신상진 김정권 김정훈 장윤석 김석준

◆ 기타

원희룡 김명주(이상 원희룡 지지) 고진화(본인)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