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심' 박지원·권노갑 앞세워 범여권 통합·단일후보 조성 군불 지펴

민주당 장상 대표와 지도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 동교동 사저를 방문, 면담을 하고 있다. 손용석 기자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대선정국의 중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빅3’의 독주와 범여권의 분열 및 대선주자 부재로 외형상 한나라당의 집권이 유력한 가운데 DJ가 직·간접 화법으로 범여권 통합의 매개체를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른바 ‘DJ 플랜’을 앞세워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는 단일 후보를 내세울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하는가 하면 남북정상회담 등 대선의 변수들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DJ는 범여권 통합의 동력을 불어놓고 있다. 지난해 “사실상 분당이 여당의 비극”이라고 밝힌 DJ는 정계개편 플랜을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선봉에는 DJ의 직계라인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권노갑 전 고문 등이 뛰고 있다.

박 전 실장은 지난달 김 전 대통령의 일본 휴가에 동행, ‘DJ 플랜’ 구상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2일 그의 특별사면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한화갑 전 대표, 정대철 전 고문, 박주선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전화접촉도 가졌다.

권 전 고문은 지난달 26일 정동영 전 의장을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난 데 이어 다음날엔 노심(盧心)을 가장 잘 아는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과 골프회동을 했다. 민주당 통합파의 선봉인 김효석 원내대표도 만나 범여권 통합의 핵심 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다.

DJ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통합정당을 만들고 단일 후보를 내세울 것을 주문했다.

DJ의 차남 김홍업 씨가 4월 25일 신안ㆍ무안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통합신당의 시금석이 될 뿐 아니라 ‘DJ 플랜’가동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민생정치모임과 열린우리당에서는 통합신당을 위해 연합공천을 하거나 김홍업 씨의 당선에 유리하도록 후보를 내지 말자는 주장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놓고 견해가 갈리고 있는데 DJ를 의식해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교동계도 적극 나서 권노갑 전 고문은 유력 후보들을 만나 출마 포기를 종용하고 있는가 하면 한화갑 전 대표는 당이 후보를 공천하는 데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DJ측 및 한화갑 전 대표의 지지를 받는 장상 현 대표가 유리한 구도다. 민주당 전대 대의원 9,000여 명 중 광주ㆍ전남 대의원이 무려 2,600여 명에 이르고 이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박준영 전남지사와 박광태 광주시장 측이 장상 대표에 우호적인데다 박상천ㆍ김영환ㆍ김경재 전 의원들의 연합군이 단일화에 난항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DJ의 청년조직인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연청)’의 재건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동교동계를 앞세운 ‘DJ 플랜’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한편 이해찬 의원이 북한을 방문한 것과 관련 DJ가 6ㆍ15 남북정상회담의 숨은 주역인 박지원 전 실장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의 힘을 동원해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 범여권 통합 세력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포석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는 대선판도에 ‘DJ 플랜’이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