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군소후보 대거 포함된 대선 예비 등록자 66명기탁금 5억원 내는 정식 등록 땐 상당수 포기할 듯

여야 주요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대선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무명의 군소 후보들도 대권 도전에 나서고 있다.

4월 23일부터 시작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예비후보 등록에는 2개월여 간 모두 66명(7월 4일 기준)이 이름을 올렸다. 이런 추세라면 등록 마감날인 11월 24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자가 100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선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66명의 예비후보들 중엔 유력한 대선주자 등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들도 있으나 무명의 일반인이 대부분이다.

한나라당 이명박ㆍ박근혜ㆍ원희룡ㆍ고진화 경선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ㆍ노희찬ㆍ심상정 의원 등이 등록했고 범여권에서는 20여 명의 예비후보 중 김영환 전 의원(민주당)과 강운태 전 내무부 장관(무소속)만 등록했을 뿐 다른 주자들은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도 등록은 미뤄놓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자를 당적 별로 보면 열린우리당 6명, 한나라당 4명, 민주당 5명, 민주노동당이 3명이고 시민당, 시스템미래당, 신미래당이 각각 1명, 나머지 45명은 무소속이다.

무명의 군소 후보들은 나이, 학력, 직업 등 제 각각이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출마 이유와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예비후보 1번으로 가장 먼저 등록한 최상면(52) 씨는 “보통사람이 주인이 되는‘생활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권 도전을 했다”며 “빈부격차와 계층갈등을 해소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밝혔다.

현재 세계이웃사랑선교회 목사로 활동 중인 최씨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고 투기나 불로소득에 상한선을 설정, 부(富)의 양극화를 해결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역시 첫날 예비후보 등록을 한 이나경(여ㆍ41) 씨는 고교 졸업 후 인물 사진작가로 활동한 논픽션 작가다.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우리사회에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정치인들은 문제해결 의지가 없어 대선출마를 하게 됐다고.

이 씨는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마다 경제와 선진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진정한 선진국은 사람, 사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낙태ㆍ이혼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 사진을 찍으며 느껴온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예비등록 후보 중에는 대선에 출마한 경력자들과 정당 대표들도 있다. 지난해 7월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허경영(60) 씨는 1997년 대선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계승자를 자처하며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3만9,000여 표를 얻기도 했다.

허 씨는 “유엔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기면 한국의 안보, 경제가 동시에 살아나 GNP 5만 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65세 이상 매월 50만원씩 지급’‘출산시 3,000만원 지급’‘결혼시 한 사람 당 5,000만원 지급’ 등 ‘가정 살리기 10대 공약’을 내걸었다.

허 씨는 범여권의 경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경우 ‘경제공화당’을 창당, 독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같은 당 조계덕(47) 씨는 “열린우리당 인기가 떨어지니 앞 다퉈 당을 떠나는데 지주 당원으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대선출마를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한국이 정치적 민주화는 이뤘으나 아직 경제적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부동산 공개념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3월 초 한나라당에 입당했다가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지난달 탈당한 서상록(70) 씨는 2002년 대선 때 ‘노인권익당’후보로 출마한 인물. 서 씨는 “한나라당 패거리 기성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어 구국의 일념으로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주자들이 ‘경제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데 현재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상식이 통하는 ‘평범한 상식적 국가’라면서 ‘법치주의 확립’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공약으로 서 씨는 ▲법치주의 확립 ▲교육제도를 시장에 맡겨 경쟁체제 확립 ▲경제는 경제인에게 ▲경찰의 사법부 독립 ▲유연한 햇볕정책 ▲공기업 개혁 ▲불합리한 세제 정비 등을 제시했다.

시민당 후보로 등록한 최용기(56) 창원대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 대신 ‘3원수(元帥) 3수도 정책’이라는 독특한 공약을 내세웠다.

즉 현재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시를 국방수도라 칭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 받아 국방부장관이 0시부터 08시까지 근무하고, 정부 제2청사가 있는 과천은 행정수도라 칭하고, 행정수반으로서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을 위임받아 08시부터 16시까지 근무하고, 대통령은 외교원수로서 현재의 외교 수도인 서울에서 16시부터 24시까지 근무토록 하여 국가균형발전과 국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6월 7일 예비등록한 24명 후보와 ‘시민복지정책연구소’주최의 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 지만원 시스템미래당 후보 등과 토론의 장을 여는 등 세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신미래당 후보로 등록한 김호일(65) 전 의원은“기존 정당은 인물의 사당화, 지역정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정책정당시대를 열어 책임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지만원 시스템미래당 후보는 보수우익을 대표한다. 지 씨는 “기성 정치권에 국가를 맡길 수 없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좌경화의 확산으로 경제ㆍ사회ㆍ역사의 후진화가 진행돼 국제적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당은 시스템미래당뿐”이라고 주장했다.

지 씨는 외교에서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복구하고 경제에서는 성장ㆍ효율ㆍ품질을 중시하는 정통 보수적 경제시스템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족통일연합중앙회 안광양(63) 총재는 16대 대선 때 통일한국당 후보로 출마하려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위해 뜻을 접었으나 최근 재창당을 추진하는 등 매우 의욕적이다.

안 씨는 “현재 대한민국은 부동산 투기화, 청년실업, 공교육 몰락 등 서민을 위한 정책이 실종됐다”면서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펴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공직 출신 예비후보들은 국가에 대한 봉사를 내세운다. 경찰 간부 출신 이경수(61) 씨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제도와 가정해체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가계 부채 60조원, 지난 10년간 자살자만 10만여 명에 이르고 청년 실업자가 150만 명을 넘는 비정상적인 사회구조ㆍ제도를 혁파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것.

한 때 네티즌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는 이 씨는 “현재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경제가 아니라 어그러진 사회 전체의 틀과 국가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중앙정보국 극동담당요원을 지낸 김사백(55) 씨는 “강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한국이 군사력, GDP 등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강대국임에도 해외에서는 저개발국에서 벗어난 작은 나라로 비치고 있다”면서 “경제적 국력을 바탕으로 정신적 국력을 강화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종교인 예비후보들도 있다. 최고령 후보인 김기일(76) 씨는 총신대 신학과를 나온 목사이지만 현재 불교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 씨는 “종교를 뛰어넘는 중도정치를 펼쳐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목사인 장기만(54) 씨는 “정치, 인간 모두 불완전하다”면서 “성경대로만 하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유엔을 한국으로 이전, 경제ㆍ남북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다는 공약과 유치원 때부터 특성화 교육을 실시해 평생 천직을 가질 수 있는 교육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삼성생명 본부장을 지낸 조화훈(55) 씨는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공약을 준비하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대선에 나선 케이스. 조 씨는 “경제, 교육, 남북문제 등도 국가경영을 정상화하는 전제에서 풀어가야 할 것으로 판단해 대선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를 발목 잡지 않는 정치를 해보고 싶다”면서 “국내 정치는 총리에게 맡기고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신시장을 개척하는 ‘세일즈맨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예비후보 중엔 평범한 국민도 적지 않다. 경기 안양시의 우체국에서 청소일을 하는 민말순(60) 씨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면서 “일 안하고 노는 공무원들을 싹싹 쓸어버리겠다”고 밝혔다.

택시기사인 김용수(47) 씨는 “IMF 이전에는 정치가 내 삶에 관여하는 줄 몰랐는데 그 이후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정치가 서민경제에 기여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헌법개정을 통해 대통령,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택시기사 공영제 등 서민의 삶과 밀착된 공약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 처음 도입된 예비후보 등록은 피선거권에 제한이 없고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가능해 앞으로 예비후보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정식 후보가 되려면 11월 25, 26일 기탁금 5억원을 내고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예비후보 중 상당수가 최종 단계에서 뜻을 접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예비후보 중에는 차기 총선이나 지자체 선거를 염두에 두고 등록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예비후보들의 다양한 출마 배경과 공약들이 17대 대선의 민심을 반영한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대선주자들이 눈 여겨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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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