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독자후보로 대선 끝까지 갈 수 있다"원칙·명분 있는 대통합·후보단일화 안되면 대선 3파전 가능

‘미스터(Mr.) 쓴소리’ 조순형 통합민주당 의원이 26일, 17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조 의원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50년 전통의 민주당을 구하기 위해 일어서기로 했다”면서 “국정실패에 책임이 없는 통합민주당의 후보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범여권 대통합에 대해 “열린우리당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조건식 대통합 신당은 ‘국정실패 계승 정당’으로 인식돼 대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며 “명분과 원칙 없는 대통합으로부터 민주당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해 독자행보를 강조했다.

조 의원의 대선출마는 범여권의 대통합에 균열을 준데다 25일 CBS-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1,256명을 대상으로 전화응답여론조사(ARS)를 벌인 결과, 10.2%의 지지율로 조 의원이 범여권 대선후보 중 손학규(35.3%) 전 경기지사에 이어 2위에 올라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통합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제3의 공간’을 차지할 가능성을 시사해 향후 대선국면에서 통합신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선정국의 새‘변수’로 떠오른 조순형 의원을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봤다.

- 올 초 3~4월만해도 대선출마에 소극적이었는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국정 전반이 위기상황이고 최근의 범여권 대통합이 명분과 원칙없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통합민주당이 내몰리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우리 당을 지키고 나아가 국가의 근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출마를 결심했다.

개인에 앞서 당을 생각하고 당보다는 국가를 위한다는 선친(고 조병옥 전 내무장관) 때부터의 정치 신조와 출마를 바라는 당 동지들의 강렬한 요청이 마음을 움직였다”

- 김홍업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탈당, 독자 출마에 제동을 걸면서 대통합에 합류하라는 압박을 가하는 양상인데.

“김홍업 의원 등의 탈당이 우리의 선택이나 당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180여 지구당 위원장의 대다수는 통합민주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당원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ARS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약 70%가 독자노선을 지지하고 있다. 명분과 원칙이 없는 대통합에 반대하는 게 당원들의 뜻이므로 이를 존중할 것이다”

- 김홍업 의원의 탈당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고 보나.

“그렇게 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에도 김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정치행위에 직접 관여하는 발언을 해왔는데 김홍업 의원의 탈당은 그러한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을 어떻게 생각하나.

“전직 대통령이 대선이라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실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직 국가원수로서 국가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충고나 조언을 통해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본다”

- 대통합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의 대통합은 명분과 원칙 없이 진행되고 있다. 오로지 12월 대선과 내년 총선을 위해 현실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합하다 보니 국정실패 책임자들조차 아무런 반성 없이 대통합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5ㆍ31 지방선거결과는 국정실패에 책임이 있는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요구한 것이다.

현재처럼 ‘국정실패 계승 정당’형태로 대통합이 추진된다면 정치 도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대선에서도 승리하기 어렵다.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대통합에 참여한다면 우리 당도 대통합에 나설 수 있다”

- 추미애 전 의원 등은 통합민주당의 독자행보가 분열을 고착화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통합민주당은 50년 전통의 독자성을 지닌 정당이다. 우리당의 독자행보가 분열을 고착화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논리라면 민주노동당은 어떻게 봐야 하나. 제대로 된 통합을 해야 명분이 있고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 대통합과 관련 통합민주당의 선택은 무엇인가.

“대통합신당이 창당되면 당 대 당 통합을 하자는 것이다. 다만 국정실패에 책임있는 열린우리당이 해체하지 않고 당 대 당으로 대통합에 합류한다면 민주당은 대통합신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할 것이다”

- 통합신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하거나 독자행보를 하더라도 후보단일화는 중요한 문제인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중도개혁세력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 대통합의 전제 조건이

충족돼 민주당이 대통합에 참여한다면 당내에도 인재가 많기 때문에 후보로 나설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 볼 것이다.

그러나 통합신당과 당 대 당 통합이 안돼 독자 노선을 취할 경우는 각자 경선을 치뤄 대선후보를 선출해 마지막 단계에서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세력 간에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주당 후보로 독자 출마할 수도 있다”

- 친노(親盧) 인사들로 구성된 '참여정부평가포럼'은 통합민주당의 독자 행보(출마)에 대해 지역주의에 기대있고 기회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했는데.

“진실과 거리가 먼 지적이다. 민주당은 호남이 주요 기반이지만 180여 개의 지구당을 가진 전국정당이다. 지역감정 구도는 민주당도 일부 책임이 있지만 한국정치 전반의 책임문제다.

한나라당도 영남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가. 대선출마 역시 당당한 독자 후보로 나선 것이지 기회주의적인 게 아니다”

- 범여권 후보 중 지지율 선두에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 "후보로서 부적합하다"며 출마 연기를 주장했는데.

“손 전 지사는 3선 국회의원에 장관, 도지사까지 14년간 한나라당에 몸담은 한나라당 본류다. 탈당설이 나돌 때도 스스로 ‘한나라당 본류’라고 했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후보와 대결하는 것은 최소한의 정치도의에도 어긋난다.

손 전 지사가 훌륭한 정치 지도자인 만큼 (정치를)멀리 보고 다음 번에 나오는 게 맞다고 본다. 지금 대선 주자라고 나온 범여권 후보들 역시 노무현 정부 국정실패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므로 반성하고 다음 대선에 나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 이명박ㆍ박근혜 후보에 대해 평가한다면.

“다른 당 후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검증공방이 지나쳐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것은 집권 자격에 의심을 들게 한다”

- 민주당 대선 주자로서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보는가. 민주당 경선이 '마이너리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지지율은 국민의 몫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민주당은 명분과 정통성이 있고 180여 지구당과 45만 당원이 있기에 파괴력이 약하다고 보지 않는다”

- 2004년 탄핵을 주도한 '탄핵 주역'이라는 이미지가 출마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겠나.

“당시 탄핵이 문제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비교되면서 탄핵이 옳았다는 주장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 대선주자로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지난 5년 간 손상된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 국가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의 무절제한 언행, 오만과 독선, 헌법 무시로 실종된 국가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의 근본인 헌법과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좌(左)편향 경제정책에 의해 훼손된 자유주의 시장경제질서 회복, 한미동맹을 통한 국가안보 내실화, 그밖에 교육, 복지 등에 대한 비전이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으로 대한민국의 통합에 솔선수범할 생각이다.

● 조순형 의원 대선 파괴력은?
범여권후보 선호도 2위… 대선정국 새 변수 급부상

지난 26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조순형 통합민주당 의원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정치권에서는 소수 정당으로 위축된 민주당 후보에 불과해 대선에 별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와 조순형 의원의 ‘미스터 쓴소리’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적지않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갈리고 있다.

같은 당 대선 예비후보인 김영환 전 의원은 “일정한 국민적 지지도를 갖고 있는 조순형 의원의 출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개혁적 보수세력의 표를 흡수하며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버금가는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의원은 대선출마를 전후해 처음 실시한 CBS-리얼미터의 ‘범여권 후보선호도’여론조사에서 내로라하는 범여권주자들을 모두 제치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이어 2위를 차지, 만만찮은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손 전 지사가 35.3%로 독주를 한 가운데 조 의원은 범여권 후보로 이름을 올리자마자 10.2%의 지지율을 보였고 뒤이어 친노 주자로 거론되는 이해찬 전 총리는 6.9%, 유시민 의원은 6.2%를 기록해 접전을 펼쳤다. 한명숙 전 총리는 4.8%, 정동영 전 장관은 4.5%,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은 1.2%를 기록했다.

정가에서는 통합민주당이 조 의원의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대통합 합류 압력을 뿌리치고 독자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 의원이 범여권 대통합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부에서는 손 전 지사의 대선출마를 “정치도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조 의원이 손 전 지사의 대선가도에 ‘복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범여권의 ‘손학규 쏠림’에 제동이 걸리고,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수적인 손 전 지사에게 통합민주당의 분열은 그의 대선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반면 조 의원의 대선 파괴력은 범여권의 대통합 및 후보단일화, 대선정국에서 민주당의 위상과 맞물려 있어 일시적 현상에 그치거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용해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조 의원의 지지율과 대선후보로서의 행보는 내달 5일 대통합신당 창당이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 조순형 의원 프로필

충남 천안 출생. 서울고ㆍ서울대 법학과 졸업. 11ㆍ12ㆍ14ㆍ15ㆍ16ㆍ17대 국회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새천년민주당 대표. 중도통합민주당 국회의원(현). 백봉신사상(20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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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잇다. 손용석 기자.
김지곤 기자.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