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의 영화 되찾자' 유럽 최대 규모 에어쇼서 위용 과시전투기 등 전략무기 개발 박차… 중국 등과 군사동맹 강화도국방 예산 8년 만에 8배 가까이 올려… 상하이 협력기구 합동 군사훈련 실시

수호이(su)-27 전투기가 모스크바 인근 주콥스키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비행시범을 펼치고 있다.
지난 21일 모스크바 인근 주콥스키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에어쇼가 열렸다.

러시아 항공업체 640개와 해외 250개사가 참여했는데, 러시아에서는 신형 엔진과 레이더를 장착한 수호이(Su)_32와 Su_35, 성능이 향상된 미그_29OVT, 미그_35 등 첨단 전투기들이 대거 선보였다.

개막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용 항공기 생산분야에서 러시아는 주도적 위치를 유지하겠다”는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1992년 소련 해체 후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에어쇼를 군사대국으로서의 과거 영광을 되찾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의지를 과시하는 상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앞서 상하이협력기구(SCO) 군사훈련에서 “92년 중단된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러시아 영토 밖 비행훈련을 재개하겠다”고 한 것도 군사적 자부심의 일단을 내비친 의미심장한 발언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東進), 미사일방어(MD) 구축 등으로 수세적 입장이었던 데서 벗어나 보다 공세적으로 미국의 도발을 맞받아치겠다는 도전장에 다름 아니다.

러시아는 올해 들어 군사대국화를 향한 의미있는 행보를 하나하나 현실화했다. 비행거리가 1만 2,000km에 달하고 핵폭탄 탑재도 가능한 투폴레프(Tu)_95 등 전략폭격기의 북극해 태평양 지중해 등 역외 정찰을 재개했다.

중국 카자흐스탄 등이 회원국인 SCO와의 합동훈련을 통해 군사활동의 영역을 아시아로까지 넓혔다. 군사적 영향력이란 측면에서 시리아 베네수엘라에 각각 미그_31 전투기와 잠수함을 판매할 예정이고,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외국에서 군사활동이 가능토록 하는 군사독트린도 연내 개정이 확실시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로루시 등에 산재한 방공망을 2015년까지 현대화해 미국의 MD 체계에 맞서는 대규모 방공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신형 전략무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가 올해 시험발사나 진수에 성공한 새 전략무기는 사거리 1만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_24, 사거리 8,000km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불라바와 시네바, 초음속 방공미사일 시스템 S_400 등 다양하다. 늦어도 내년까지는 실전배치를 끝낸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다 대공, 대미사일, 대우주무기 방어기능을 통합한 5세대 미사일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방예산은 당연히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푸틴 집권 초기였던 1999년 1,058억루블(4조 1,262억원)이었던 국방비는 올해 8,210억루블(32조원)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1조루블 돌파는 시간문제다.

국내에서 군사대국을 위한 물적토대를 구축하는 것과 병행해 역외에서는 중국을 주요 파트너로 대미 군사동맹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SCO가 매개체다.

16일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폐막된 SCO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 회원국은 “지역사회의 안정과 평화는 지역 협력기구를 통해 가장 잘 확보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해 미국의 일극지배를 겨냥했다.

회원국의 협력과 연대가 어느 때보다 강조된 이번 회담을 두고 ‘제2의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탄생이라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사실 SCO가 태동했던 2001년과 지금은 영향력과 파괴력 면에서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천양지차다.

‘말의 성찬’으로 끝났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안보와 자원 시장을 확보하려는 중국, 옛 소련의 영화를 되찾으려는 러시아,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체제 유지가 절실한 중앙아시아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강력한 구심력을 확보했다.

SCO의 힘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은 회원국 간 합동군사훈련이다. SCO 정상들은 회담 폐막 다음날인 17일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의 첼랴빈스크로 건너가 ‘평화사명 2007’ 군사훈련 폐막식을 지켜봤다.

2년 전인 2005년 중국 산둥(山東)성 앞바다에서의 첫 훈련 이후 두번째인 이번 훈련은 6,500여명의 병력과 100여대가 넘는 전투기와 헬기 등이 투입돼 9일부터 진행됐다.

특히 중국의 병력이 대규모로 러시아 영토로 들어간 것은 처음이어서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이 ‘동맹’수준으로까지 발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러시아제 미그-29와 수호이(su)-27 전투기의 비행편대

양국의 밀월은 군사훈련 뿐만이 아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무장경찰이 다음달초 군사훈련이 열렸던 러시아 첼랴빈스크로 가 러시아 보안병력과 사흘동안 대 테러 공동훈련을 할 예정이다.

중국 경찰이 해외에서 합동훈련에 참가하는 것도 처음이다. 항공모함 건조와 스텔스기 개발 등 중국이 야심차게 벌이는 국방사업의 상당수는 러시아의 협조를 받아 이뤄지고 있다.

2012년부터는 양국이 달 탐사 공동연구를 계획하는 등 우주개발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경제분야도 눈부시다. 시베리아 송유관을 중국으로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이고,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琿春)과 헤이룽장(黑龍江)성 국경지대인 헤이샤쯔섬에서는 두 나라 공동 경제특구 설립이 추진중이다.

물론 서로를 보는 시각에 미묘한 온도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으로서는 군사적으로 러시아에 밀착하는 것에 내심 불안감을 갖고 있다. 국경분쟁, 이념분쟁 등 역사적으로 불신의 벽이 여전한데다 군사동맹화할 경우 군사력에서 압도적인 러시아에 중국이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본과 호주, 인도를 잇는 4각 군사동맹으로 대중 포위망을 노골적으로 옥죄고 상황이지만 러시아처럼 반미를 키워드로 삼는 데는 부담이 있다. 내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대결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이 SCO 합동군사훈련에서 테러리즘과 분리주의, 극단주의라는 ‘3대 악의 세력’ 척결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SCO를 ‘바르샤바조약기구’같은 군사동맹체로 격상시켜 서방에 대항하는 안보체제로 만들겠다는 러시아와는 달리 속도와 폭에서 신중하다.

러시아와 중국을 양대축으로 하는 중앙아시아의 결속은 미국을 대척점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구심력을 갖는다. 미국 등의 대 중국 견제는 러시아에는 큰 기회일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