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독자출마 나선 유한킴벌리 전 사장한국은 절체절명 위기 상황… 서민에 희망주는 새 패러다임 필요과거 단절·미래 지향은 시대적 요구… 국민요구따라 민주신당 불참

‘문국현 바람’이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유한킴벌리 사장에서 물러나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보름만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 선두권에 진입하는가 하면 최근 부산ㆍ경남(PK) 지역 전문가 집단 여론조사에는 이명박ㆍ손학규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문 후보는 성공적인 기업경영자인데다 기업에 오래 몸담아 왔으면서도 깨끗한 평판을 유지해온 점, 그리고 경제 문제나 남북관계에 대한 처방에서도 합리적이고 진보적이라는 평이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맞설 수 있는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현재의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는 이명박 대세론을 잠재울 수 없다고 보고 이 후보와 뚜렷한 각을 세울 수 있는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도 점증하고 있다.

반면 문 후보가 정치 초년생인데다 12월 대선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기업운영 경험과 행정ㆍ국정운영경험은 전혀 다르다는 등의 이유에서 저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문 후보는 민심이 이동하는 추석을 전후해 자신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로서의 덕목과 비전을 힘주어 강조했다. 대선정국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문 후보를 18일 만나봤다.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대선출마를 선언(8월 23일)한지 한 달이 가까워지는데 대선 소감을 말한다면.

“짧은 시간에 정치권 안팎의 큰 지지에 감사와 함께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특히 네티즌들의 열정을 통해 국민이 기존 정치에 많이 식상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국민과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각오다”

-평생을 몸담아 온 직장을 그만두고 대선출마를 한 배경이 궁금하다.

“국내 경제상황과 세계적인 흐름을 볼 때 우리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고 판단하는데 정치지도자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행태로 일관해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와 국민이 위태롭다고 보고 고민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

200만 청년실업자와 850만 비정규직,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등 경제위기 속에서, 지난 7월 5~6일 제네바 글로벌 콤팩트 정상회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노동권과 인권의 신장, 환경보호와 반부패를 강조한 ‘제네비선언’(일명 반기문선언)은 한국사회에 엄청난 메시지를 던진 것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언론이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또한 내년 9월 이내에 북미수교가 이루어져 한반도에는 빅뱅이 일어날 텐데 반평화 세력들에 의해 세계에서 우리 국민만이 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가적 위기감을 느꼈다.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창조적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

-대한민국 위기 극복과 미래를 열어가는 방안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21세기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서민의 아픔을 희망으로 바꾸고 세계적인 큰 흐름을 타서 한반도에 역동적인 경제협력발전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위해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과 러시아의 자원, 일본의 배상금, 미국의 시장을 결합하는 ‘환동해경제협력벨트’를 만들어야 하며 그 전제로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가 필수적이다. 경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21세기적 시스템으로 바꾸고 사람이 희망이고 경제의 중심인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람 중심의 진짜경제’다. 국민 대다수를 행복하게 하는 경제살리기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일자리를 늘리고 일자리의 질도 발전해야 한다. 200만 청년실업자를 줄이고 850만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우리나라 산업의 기반인 중소기업을 살리는데 전력해야 하고 ‘제네바선언’에 담긴 근로자 권익신장, 인권신장, 환경보호에 앞장서 기업의 경쟁력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환동해경제협력벨트를 구축해 남북간 군사대치를 평화 및 경제협력관계로 바꾸는 것이다.

-'경제'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경제대통령'을 자처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이명박 후보의 경제는 1%의 특권층만을 위한 ‘가짜경제’다.

세계는 지식창조경영을 하며 하이로드(High Road)로 가고 있는데 좁은 땅에서 배가 산으로 가는 운하를 만들어 투기와 토지개발을 부추기며 토건 육체노동, 저임금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가짜경제로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창조할 수 없고 중국과 인도의 추격을 뿌리치고 선진국에 진입할 수도 없다.

나는 기업활동을 통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사회적, 문화적 자본을 늘리고 환경적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사회를 투명하게 만든 ‘진짜경제’를 실천했다. 한마디로 진짜경제와 가짜경제의 차이다. 구시대적 패러다임을 가진 이명박 후보에게 우리의 21세기를 맡길 수는 없다”

-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행보를 선택한 이유는.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한 지지율을 보면 국민들은 범여권 기존 정당에 대해 아직 분노를 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지금 절실히 바라는 것은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라는 것이다.

민주신당은 사과와 반성을 통해 국민에게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민주신당에 참여한다면 가치관의 혼란이 빚어질 수 있고 국민의 분노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에 있던 손학규 후보가 상대당으로 들어가니 (국민들의) 가치관에 혼란이 생기고, 국민에게도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정책과 비전, 가치관에 기존 정치권이 합류해야 할 때까지는 과거를 단절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어느 당에 의지하기보다는 국민만을 바라보고 미래를 향해가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생각해 독자행보를 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결정된 뒤에도 독자신당 후보를 고수할 것인가.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은.

“그 사이에 국민의 요구가 많이 달라질 수 있고 민주신당내에서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미래비전을 지지하는 세력이 늘어날 것이다. 민주신당 역시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본다.

가치관과 정책이 일치하는 분들과는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바라보고 21세기형의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간다면 후보단일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후보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문 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의원이 선택한 길을 가거나 범여권 정당 후보가 제3 지대에서 최종 경선을 치르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우리와 가치관이 같은 분들이 기존 정당에서 많이 합류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때와는 달리 우리를 중심으로 단일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국민이 선택하겠지만 기존 세력이 아닌 미래세력 쪽에 희망을 걸 것으로 본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50%대인 반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3%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나..

“이번 대선은 20세기 사고방식과 21세기 사고의 대결이라고 본다. 또 국민이 20세기를 그대로 연장하기를 원하느냐, 21세기 새로운 미래, 대한민국의 재창조를 원하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는 대선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명박 후보와 나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국민은 1%의 특권층을 위한 경제, 친북좌파를 언급하는 대결적이고 분열적인 구시대적 패러다임을 가진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50%대의 지지율은 진정성이 떨어지고 대단히 허약하다고 본다”

-문 후보가 콘텐츠와 자질은 뛰어나지만 정치 초년생이고 기업을 운영한 경험과 행정ㆍ국정운영 경험은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나는 기업을 통해서 사회적 많은 개혁과 정부의 개혁활동을 24년 동안 해왔고 ‘우리강산 푸르게’같은 것을 통해서 일자리를 13만 개를 만들었다.

또 최근 5년 동안 동북아에서 한국인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수많은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유엔, 세계경제포럼 등과 협력해 가면서 국제적인 활동을 해 왔고 동북아에 15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킴벌리 클라크의 아시아, 북아시아 회장을 겸임했다.

그런 전문성과 국제성,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공익을 추구한 실적들은 일반 대선후보들에게서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정부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 평가를 내린 것을 두고 노 대통령의 숨겨진 카드, 또는 친노(親盧) 세력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처음 듣는 얘기다.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의 잘한 점과 잘못한 것을 분명히 했을 뿐이다. 권력기관의 힘을 뺀 것, 남북평화체제를 유지한 것, 정치개혁 등은 잘했으나 참여정부에 실질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못한 점, 중산층ㆍ서민 생활을 악화시킨 점, 유전무죄의 악습을 연장시킨 것 등은 비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문국현 후보 주요 약력

1949 서울 출생. 중동고 졸업(67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72년), 학사장교(ROTC) 입대, 육군장교로 복무(72~74), 유한킴벌리 입사(74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77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캠페인 시작(84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95년), 유엔환경계획(UNEP) 97글로벌500상(97년), 생명의 숲 국민운동 공동대표(98년), 대통령자문 사람입국 일자리위원회 위원장, 킴벌리 클라크 북아시아 총괄사장(2003년), 학교법인 유한학원 이사장(2004년),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이사장, 대한민국 금탑산업훈장 수훈(2005년), 한국경영학회 제19회 경영자대상 수상(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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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