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문제 해결되면 남북운하 연결 힘 실려한강하구-신의주, 북한강-원산 활용도 높아… 남북경제협력단지'나들섬 프로젝트'도 탄력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ㆍ4 선언)을 발표한 이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프로젝트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10ㆍ4 선언에서 남과 북이 실질적인 비중을 두고 있는 남북경협의 로드맵이 뜻밖에도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되었다는 이유에서다.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남북경협의 주된 내용은 10ㆍ4 선언 5항에 제시된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설치, 공동어로구역ㆍ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안변ㆍ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이다.

이러한 남북경협의 두드러진 특징은 핵심 사안들이 NLL(서해 북방한계선)과 관련돼 있는 점이다. 서해 공동어로구역ㆍ평화수역 설정,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설치와 경제특구 건설은 NLL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남북간에 이 부분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남북간에 NLL 문제가 해결되면 남북 경제는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북한은 지형적ㆍ구조적(갑문식) 한계로 항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포항 대신 해주항(황해도)을 산업항으로 활용, 남북경협은 물론 북한의 대외무역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한강~개성~해주~남포로 이어지는 신황해권 경제특구 내지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서해에 공동어로구역ㆍ평화수역이 설정되면(동위 125~26도 사이 유력) 중국 어선들의 불법 꽃게잡이를 막고 남북 어민이 공동조업도 할 수 있게 돼 자연스럽게 서해교전과 같은 군사적 긴장도 완화된다.(그래픽 참조)

NLL 문제 해결은 남북 운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서해와 한강을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고 한반도 수계를 따라 남북(부산~신의주), 동서(서울~원산)의 물길이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10ㆍ4 선언에 명시한 한강하구 공동이용이 적극 추진될 경우 한반도 대운하는 물론 이명박 후보의 또다른 대선 공약인 ‘나들섬’프로젝트(한강하구 남북경제협력단지 조성)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프로젝트는 ‘경부운하’(한강~낙동강), ‘호남운하’(금강~영산강), ‘북한운하’등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이 후보가 ‘북한운하’를 구상한 것은 15대 국회의원이던 1996년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운하에 대한 제안을 할 때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운하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검토가 이뤄진 것은 이 후보가 서울시장에서 퇴임할 무렵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대운하'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는 1단계 경부운하의 경제성에 따라 2,3단계로 호남, 북한 운하를 차례로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운하를 경부운하와 연결해 한반도 내륙을 연결하는 ‘통일운하’를 만들겠다는 포부이다.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연구회’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운하’는 ▦서해안 연안을 따라 한강~신의주 연결 ▦한강~임진강~대동강~청천강 연결 ▦한강~임진강, 북한강~원산, 동해 연결 등 3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북한운하와 경부운하가 연계될 경우 물류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경협을 넘어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고 러시아,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운하 방안으로 ▦북한강 수계를 통한 원산~동해 연결(경원운하) ▦예성강~임진강~대동강~청천강 연결 ▦한강~임진강~대동강~(서해)~청진강~(서해)~신의주 연결 등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북한강 수계를 활용한 경원운하(서울~원산)는 한강~북한강(팔당~청평~의암~춘천~화천~평화의 댐)을 거쳐 북한의 금강산댐~원산~동해로 이어진다. 북한 전문가는 “화천댐 부근에서 한탄강 쪽으로 수로터널을 만들면 임진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동강~청천강 수계로 연결할 수 있어 경원운하의 활용도가 높다”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예성강~임진강~대동강~청천강’수계는 북한 내륙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동강과 청천강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하천의 수량을 조절할 댐이나 보(洑)가 필요하다. 이 운하는 동쪽의 원산을 통해 남한이나 북한의 동북부, 러시아로 연결되거나 대동강, 청천강에서 서해를 통해 신의주까지 갈 수 있다.

‘한강~임진강~대동강~청진강, 신의주’코스는 한강~임진강 수계 활용과 서해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다.

NLL의 걸림돌이 제거돼 한반도 운하가 활성화되면 남북간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물류 혁명’이 가능해진다. 운하를 통해 물류 비용을 크게 줄여 산업(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 가령 북한의 청천강 모래를 흥남~원산~금강산 댐을 거쳐 북한강 수계를 통해 서울 등 대도시에 공급할 경우 물류 비용이 저렴해 중국,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모래와 비교해 경쟁력이 충분하게 된다.

기후 온난화가 심화돼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머지않아 북극항로가 개설될 예정인데 동해항에서 북극항로를 따라 유럽으로 수출할 경우 종래 물류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면 충분하다.

서해에서 경원운하를 따라 동해까지 물품을 옮긴 후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는 방안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중국 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가 한반도 운하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 한반도가 명실상부하게 아시아의 물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

한반도 운하와 관련 북한 전문가들은 운하 못지않게 남북이 윈(win)-윈(win)할 수 있는 거래 품목 내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거래 품목에 따라 북한운하의 코스가 달라지고 철도와의 연계도 고려해야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남한의 잉여 농산물, 공산품(생활필수품), 재활용품, 식량, 비료, 수산가공품 등을 보내고 북한으로부터는 지하자원, 특산물(송이버섯, 고사리 등), 모래ㆍ자갈 등을 싣고 오는 방식이 권고되는 이유다.

북한운하는 물품에 따라 철도와 연계되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예컨대 남한의 생필품이 북한 동북지역에 공급할 경우 경원운하를 통해 원산까지 이동한 후 바지선이 동해연안을 따라 전달하면 되고 극동러시아, 나아가 중앙아시아까지 TSR(시베리아철도) 통해 이송하려면 원산에서 평라선(평양~원산~나진)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10ㆍ4 선언을 계기로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고 한반도 운하가 현실화되면 해마다 반복되는 남한 농촌의 농산물 폭락사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고 FTA 체결로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경부, 호남 운하에 인접한 지역에 생필품 같은 남북교역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단지를 조성, 존폐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되살릴 수 있다.

2007 남북 정상선언으로 대운하 프로젝트가 예상외의 단비를 맞게 되어 이명박 후보가 말없는 미소를 짓게 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 넘어야 할 산과 물이 널려있다. 이명박 후보가 차기 정권을 맡게 될 경우 이번에 합의된 남북경협 로드맵이 과연 유효하게 작동할 것이냐 하는 문제부터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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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