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주자 단일화- 서부벨트 연합- 영남후보 등'MB 대세론' 흔들 열쇠 만지며 막판 전략 구상

12월 대선이 한달 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지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후보의 낙승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렇다고 이 후보의 남은 대선레이스가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BBK 사건의 진실게임은 그 결과에 따라 이 후보를 나락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현재 분열된 범여권의 대선 후보들이 극적인‘단일화’를 이뤄 이 후보에 필적하는 경우도 대선 낙승을 장담할 수 없는 요인이다. 최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두드러진 대선행보나 박근혜 전 대표의 냉담한 태도도 대세론에 걸림돌이다..

이런 저런 대선 장애물 중 이 후보를 가장 압박하는 배후는 사실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힘’이다. BBK 사건의 파장이나 범여권 후보단일화의 키(key) 역시 두 전ㆍ현직 대통령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이회창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의 ‘무게’는 DJ-노의 공세를 이 후보가 어느 정도 막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이 후보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상존하는 중에도 그의‘대세론’이 유지되는 것은 DJ, 노 대통령이 그들의‘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데다 두 정치고수 간에 대선 및 그 이후의 정치에 대해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정동영 대통합 민주신당 대통령후보가 김 전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BBK 사건만 하더라도 노 대통령이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지만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부분은 미국의 몫이 크다. 그나마 미국이 자국의 법과 원칙에 따라 김경준 사건을 다루는 점은 장차 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DJ, 노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것임에도 아직 합의를 못 본 것은 대선 전략이다. 즉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부분과 어느 후보를 최종 주자로 내세울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DJ와 노 대통령은 각각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해체,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며 대선을 향해 같은 걸음을 내딛었지만 막상 정동영 후보가 대선주자가 되면서 간극이 생겼다.

DJ는 정동영 후보 중심으로 후보단일화를 꾀하려는데 반해 노 대통령은 정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불신과 더불어 호남 출신인 정 후보 카드로는 이명박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DJ와 노 대통령의 대선판에 대한 이해의 차이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DJ가 97년, 2002년 대선 때처럼 ‘서부벨트(호남-충청-서울)’를 복원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노 대통령은 ‘영남후보’라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노 대통령은 서부벨트가 아무리 완벽하게 복원되어도 영남표를 잠식하지 않고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97년 대선 때 이인제 후보가,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가 영남표를 가져갔기에 가까스로 이길 수 있었다는 것. 정치전문가들은 선거공학상 노 대통령의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논리는 현실의 벽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영남후보’로 거론된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김혁규 전 의원, 유시민 의원 등이 그러하다.

최근 이수성 전 총리의 대선행보에 노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시각은 사실 여부를 떠나 노 대통령의 ‘영남후보론’과 무관하지 않다.

통합신당의 대선후보가 ‘정동영’이란 사실은 노 대통령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범여권의 단일후보와 대선구도는 노 대통령에게 고민이다. 그렇다고 장외주자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원칙주의자인 노 대통령의 스타일과 어긋난다. 노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가장 큰 추동력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자신에게 각을 세운 조순형 후보를 DJ맨인 동교동계를 앞세워 낙마시켜 결국 이인제 후보가 선출된 것은 대표적이다. 자신이 정치 입문(1996년 새정치국민회의)을 시킨 정동영 후보가 통합신당 대선주자로 된 것은 DJ의 대선 영향력을 배가 시킨다.

노무현 대통령이 9일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2007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향후 추진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DJ는 통합신당과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 정동영 후보(10월 20일)와 이인제 후보(22일)가 당선 인사차 동교동을 예방한 자리에서 단일화 필요성을 주문했다. 그에 앞서 9월 중순 미국 방문길에는 “문국현 전 사장도 단일화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DJ가 주창하는 정동영-이인제-문국현 후보 단일화는 ‘신(新)DJP연대’로 ‘서부벨트 연합’을 이루게 된다. 정동영ㆍ이인제 후보는 DJ의 서부벨트 연합 구상에 적극적이다. 문국현 후보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일화에 소극적이지만 결국 합류하거나 끝내 지지율 10% 벽을 넘지 못할 경우 사퇴 가능성도 점쳐진다.

결국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남은 관문은 친노그룹의 선택, 즉 노심(盧心)의 향배다. 최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난 한 중진 정치인은 노 대통령이 이명박 후보의 ‘경제대통령’논리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을 보고 범여권 단일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고 한다.

친노그룹을 대표한 이해찬 후보가 경선 후 정동영 후보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친노-비노’그룹의 화해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노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 간의 갈등 역시 해소될 것이고 그 막후 역할을 DJ가 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와 서부벨트 연합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압박할만한 요소다. 나아가 DJ와 노대통령의 정치 훈수까지 보태지면 이 후보측이 안심할 수만은 없다.

BBK 사건을 포함한 이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언제든 ‘이명박 대세론’을 흔들 수 있다. 그에 따라 이회창ㆍ박근혜 변수가 대선구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

한달 여 남은 대선 행로에 이명박 후보가 넘어야 할 험난한 산으로 DJ와 노 대통령이 우뚝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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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