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뇌관'에 이회창식 대쪽 대응… 부메랑 되어 지지율 하락세김경준·통합신당·이회창 총공세… 범여권 또다른 X파일 준비 소문도

BBK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대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각 당과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은 실종된 채 여(與)도, 야(野)도‘‘BBK’에 올인(all in)하고 있다.

급기야 ‘BBK 사건의 주범인 김경준씨 가족이 총 동원되는 진풍경이 연출되며 대선구도가 여야의 후보 경쟁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 김경준 가족 간 대결로 변질된 양상이다.‘BBK 정국’이 대선을 장악하고 있는 셈..

범여권은 후보 단일화가 난망한데다 단일화 효과도 적어 ‘이명박 아킬레스’에 대선 승부를 걸고 있는 모양세다. 통합민주신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선구도가 3(이명박)대 3(이회창)대 4(정동영)의 황금 분할구도로 정립되면 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BBK 사건에 따른 대선 구도 변화와 야권의 분열에 기댈 수 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BBK 사건은 진위 공방을 넘어 이미 대선 한복판의 뇌관이 됐다. 단지 이명박 후보와의 관계 뿐 아니라 이회창 후보를 포함한 보수층을 흔들고 있고, 범여권이 기대하는 ‘황금 분할구도’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앞으로 ‘이명박-김경준’의 전쟁 양상에 따라 BBK 뇌관은 핵폭탄이 될 수도 있고, 불발탄으로 사그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BBK 사건을 둘러싼 공방의 쟁점은 △이명박 후보가 BBK를 실질적으로 소유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면계약서'의 존재와 그 진위여부, △김경준 씨와 이명박 후보의 만난 시기와 동업 여부, △'다스'가 BBK에 실제로 190억 원을 투자했는지와 상환 여부, △ '이명박 명함'과 브로셔의 진위 여부 등이다.

대선 전선이 이명박 후보 측과 김경준씨 가족 간 대결로 전개되는 가운데 김씨 가족은 이 후보의 거짓말을 입증할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고, 반대로 한나라당은 “더 이상 나올 게 없고, 있다면 ‘위작’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검찰의 손에 진실게임의 실체와 BBK 사건의 폭발력이 달리게 됐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 연루 의혹을 정면으로 확인해 대선판을 바꿔놓을 지, 아니면 애매모호한 식으로 발표해 이 후보에게 타격을 입히는 정도에 그칠 지는 알 수 없다. 검찰이 BBK 사건 중간수사 발표를 대선후보 등록 이후로 미룬 것은 대선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범여권은 이명박 후보에게 치명타를 가할 BBK의 숨겨진 카드를 준비하고 있고,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회심의 ‘한방’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이 떠돈다.

범여권이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새로운 X파일을 갖고서 공개 시점을 저울질 해왔는데 대선 후보 등록이 끝남에 따라 머지않아 X파일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것은 이명박 후보가 BBK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잇는 동영상의 존재다. 이 후보가 모 대학과 투자설명회장에서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이라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돈다.

이회창 후보 측의 ‘한방’은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원했던 ‘마포팀’의 일원이 김경준 씨의 변호인과 접촉해 확보한 자료로, 경선 후 이회창 후보 쪽에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이장춘 전 싱가포르 대사가 이명박 후보에게서 BBK 이름이 담긴 명함을 받았다고 한 주장을 또다른 이들이 제기, 이 후보와 BBK와의 관련성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이 김경준씨 측이 제시하는 2000. 2. 21일자 계약서에 찍힌 이명박 후보의 인감과 이후보 측이 제시하는 2000. 4. 24 일자에 신고된 인감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경준 씨의 진술과 검찰의 수사가 다스의 자금흐름에 집중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스와 BBK의 관련 여부가 실질적인 ‘뇌관’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김경준 씨 가족의 마지막 카드가 이명박 후보와 다스와의 관계일 것이라는 추론이 떠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김경준씨 주장이나 범여권, 또는 이회창 후보 측의 깜짝 카드를 경계하면서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자료이거나 일방적인 주장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나라당에서 BBK 사건을 총괄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BBK 사건은 김경준의 단독 사기횡령 사건이고, 이명박 후보는 사기 피해자일뿐”이라며 이 후보와 BBK 관련설을 일축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상대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보기 때문에 실체가 없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장하지만 결국 사실이 밝혀지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미 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를 만난 한나라당의 한 중진은 “미국이 김경준을 송환한 것에 대해 섭섭함을 표시하자 (대사관 관계자가) ‘큰 문제가 있으면 보내겠느냐’고 반문해 안심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BBK 쟁점에 대한 공방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검찰 수사 발표에 따라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일부에서는 이 후보가 BBK와 관련, ‘자충수’를 두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다보니 지나치게 BBK와 무관하다는 것을 주장해 스스로 ‘퇴로’를 차단했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은 이 후보가 김경준 씨와 사업을 시작했고 이 후보와 가까운 인사(또는 회사)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에 대해 광의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듯한데 “BBK와 전혀 관련 없다”“BBK 사건에 떳떳하다.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한 게 ‘대쪽’이미지를 앞세운 이회창식 대응이어서 솔직하지 않다는 인상과 함께 감동도 못주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이 경선 때 “천하의 이명박도 사기꾼에게 당했다. ‘(국민에게)죄송하다’고 말하는 게 옳지 않느냐”고 주문한 것을 수용했더라면 현재처럼 불리하게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김경준 씨의 주장을 이 후보의 반박보다 더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자칫 BBK의 폭발력이 실체보다 더 부풀려 질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대선후보 등록이 마무리됨에 따라 본선의 총력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김경준 씨가 공개할 자료와 범여권 및 이회창 후보 측의 공세, 악화되는 여론 등 이명박 후보가 넘어야 할 BBK의 벽이 두텁게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