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성사에 필수적인 NLL문제 해결에 현정부·북한 큰 관심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반 구축… 박근혜 전 대표도 영향 받을 듯

17대 대선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과 지난달 말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의 핵심 의제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구상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나들섬 프로젝트’와 직결된데다 ‘개성 동영’을 자처하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대북정책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남북이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공동어로수역 조성 △해주 경제특구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 통과 등 5가지 사업을 추진하자는 내용.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귀환보고회에서 “공동선언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진전된 합의”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여야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표 주자의 공약과 연계되면서 일부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NLL(서해 북방한계선) 문제가 난제로 남아 있지만 올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 북한과 미국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NLL을 둘러싼 남북의 냉기류도 완화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여의도 대선 사무실에서 남북경제협력방안인 ‘나들섬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여의도 대선 사무실에서 남북경제협력방안인 '나들섬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지지율 1위를 고수,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나들섬 프로젝트’는 박정희 전 대통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노무현 대통령 등과도 관련돼 있어 대선의 또다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선의 변수 내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북한(북풍), 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을 각각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16일 한강하구의 나들섬을 남북경제협력특별지구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남북경제협력 구상, 이른바 ‘나들섬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는 경기 강화군 교동도 북동쪽 한강하구 퇴적지 일대 30k㎡(약 900만 평, 여의도 10배)의 나들섬(인공섬)을 남북경제협력지구로 조성한다는 방안이다. 나들섬에 남측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과 해외로 빠져나가는 중소기업을 유치하고 남북 양측에 기반시설 구축, 해운 및 연안ㆍ내륙주운(舟運) 등으로 남북경제협력의 신기원을 열겠다는 것이다.

나들섬이 개발되면 △국내 기업에 대한 사업기회 부여 △군사대치 완화 및 국가위험도 저하에 따른 외국자본 투자 증가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따른 통일비용 절감 △지역경제 활성화 및 동북아 허브 구축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나들섬의 배후지역인 교동도이다. 나들섬 프로젝트가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려면 교동도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나들섬은 고려ㆍ조선시대에 청주벌로 불리며 물이 빠지면 교동도 주민이 드나들었을 정도로 관련이 깊다.

교동도는 본래 3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들 섬이 하나로 연결돼 오늘날의 교동도(약 81만 평)가 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토개조사업이 크게 작용했다. 박정희 시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오원철씨는 “수출산업단지 조성과 농지 확보를 위해 60~70년 대에 전국적인 국토개조사업이 있었다”면서 “강화도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동도에서 자란 한도현(60) 교동도농업발전협의회장은 “본래 서면, 북면, 동면의 세 섬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갯벌이 넓어지고 박정희 시대 간척사업을 하면서 지금의 교동도 한 개의 섬이 됐다”고 말했다.

오원철 전 수석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 때는 강화도와 교동도, 석모도를 연결해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비경제적이란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조력 발전소가 충분히 가능해 개성공단이 겪는 전력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결국 나들섬 프로젝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다져놓은 기반 위에 서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다. 과연 이 후보가 당선돼 나들섬 프로젝트를 추진, 박 전 대표를 지배하는 박 전 대통령의 꿈이 이뤄질지 두고 볼 일이다.

나들섬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매년 선군정치를 기치로 내거는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연초 초두 순시를 교동도에서 멀지 않은 황해도 연백군 율도라는 섬에서 시작한다. 김 위원장은 그 곳에서 교동도를 바라보며 ‘민족경제(남북경협)’를 언급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이 그러한 관심을 나타낸 것은 NLL(서해 북방한계선), 그리고 해주항 개발의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장관급회담, 국방장관회담 등에서 줄기차게 NLL 문제를 거론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베이징의 정통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만복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8월 초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측이 주문한 것도 NLL 문제 해결이었다는 전언이다.

북한이 그처럼 NLL에 전력하는 것은 해주항 개발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해를 전담하다시피하고 있는 남포항은 본래 평양이 침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항으로 무역항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황해도와 평안도를 연결하는 육상운송로로 활용하기 위해 갑문을 설치해 항구로서의 기능이 더욱 약화됐다.

이에 반해 해주항은 훨씬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데다 남한과의 교역에서도 남포항보다 월등히 낫다. 그러나 NLL이 가장 걸림돌이다. 1999년과 2002년 서해상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무력충돌(서해교전)은 NLL 및 해주항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나들섬 프로젝트 역시 남북 간에 NLL 문제가 풀려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교동도와 나들섬을 오가는 선박 운항이나 나들섬에 민족공단 조성하는데 있어 NLL은 남측에도 걸림돌이다.

이명박 후보의 대표적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서 북한 지역의 운하가 현실화된다면 남북경협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즉 한강에서 북한강 수계를 통한 원산~동해를 연결하는 경원운하와 북한 내부를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예성강~임진강~대동강~청천강’내륙 운하가 활성화 되면 남북이 ‘윈(win)-윈(win)’할 수 있는 경협 사업은 무궁무진하다.(주간한국 2193호, 10월16일자 참조)

그러한 북한운하에서 경원운하의 출발점은 한강 유역으로 역시 NLL이 관건이다. 북한이 남한의 대선과 나들섬 프로젝트의 향배에 관심을 가질만한 배경이다.

남북 간 NLL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나들섬 프로젝트는 임기를 마무리하는 노무현 대통령도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다. 어떻게든 임기 내에 NLL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노 대통령의 의지, 나들섬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기 위해 NLL 과제를 풀어야 하는 이명박 후보, 두 사람의 이해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남북의 서해지대 공동개발을 가장 핵심적인 합의라고 언급한데 이어 지난달 29일 사흘간의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의 면담에서도 같은 의제가 비중있게 다뤄졌다는 후문이다. 이달 중 개성에서 열기로 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추진위원회의 핵심 의제도 NLL 문제라는 전언이다.

북한은 내년 1~2월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남한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차기 정부 출범 이전에 방남이 성사된다면 노 대통령은 물론 자연스럽게 대통령 당선자와의 만남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대통령 당선자가 여당의 정동영 후보든, 야당을 대표하는 이명박 후보든 NLL 문제가 재연될 여지가 크다. 특히 이명박 후보가 당선자일 경우 NLL과 나들섬 프로젝트를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이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나들섬 프로젝트에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표, 김정일 위원장, 노무현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결되면서 남은 대선 기간은 물론, 이후에도 이들 3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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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