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 분위기 팍팍 띄워 유권자 표심을 잡아라최고 관심 '텔미'는 원더걸스 소속사 반대로 사용 무산장윤정 '어부바'·박현빈 '빠라빠빠'등 대부분 트로트 개사홈피에 MP3 파일 올리고 컬러링·안무 동영상 서비스도

후보 등록과 함께 대선레이스가 본격 전개되면서 각 당과 후보들의 홍보전이 치열하다. 그런 가운데 유세현장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유권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노래만한 게 없다.

각 진영이 앞 다퉈 대선 로고송(logosongㆍ상징노래)을 쓰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보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로고송과 그에 얽힌 사연들을 살펴봤다.

대선 로고송으로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노래는 인기 소녀 그룹 원더걸스의 히트곡 ‘텔미’다. 따라부르기 쉽고 흥이 나는 율동이 국민적 인기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모 정당에서는 작곡가에게 1억 원을 제시했지만 승인 받지 못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그러나 ‘텔미’는 이번 대선에서 들을 수 없게 됐다. 원더걸스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가 공식적으로 로고송 사용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여야후보가 ‘텔미’의 이용을 제시했지만,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모두 미성년자이고, 특정후보를 위해 쓰인다는 것이 맞지 않기 때문에 반대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애초 어느 후보가 ‘텔미’를 차지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기에 로고송 전쟁은 시작부터 흥미가 반감된 모양새이지만 그만큼 최고의 로고송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함을 말해 준다.

각 당은 대부분 트로트를 중심으로 대중가요를 개사해 로고송을 만들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홍보본부 내에 ‘로고송 팀’이 만들어지는 등 대대적으로 로고송 선정작업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인곡 ‘성공송’을 비롯해 7곡 모두 기존에 알려진 가요와 광고음악(‘달라송’), 텔레비전 프로그램 삽입곡(‘무릎팍 송’) 등을 개사해 만들었다.

홍보팀 김영중 팀장은 “고객인 ‘유권자의 입장에서 사랑을 받는 게 무엇일까’에 초점을 두고 곡을 선정했다. 그래서 로고송 7곡 전부 밝고 희망적인 곡이 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로고송의 특징은 경쾌한 음악에 기호와 이름(이명박, MB)을 강조한 가사를 덧붙였다는 점이다. 즉, 전형적인 선거로고송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통합민주신당은 모험을 택했다. 홍보본부 서영철 부실장은 “기존에 많이 쓰였던 트로트 중심의 로고송에서 탈피하고자 창작곡을 많이 도입했다”고 밝혔다.

2004년 탄핵여파로 인기를 모았던 노래 ‘너흰 아니야’의 작곡가 윤민석 씨가 대선 로고송 10곡을 만들었다. 이밖에 장윤정의 ‘어부바’를 개사한 ‘사랑해요 정동영’, 박현빈의 ‘빠라빠빠’를 개사한 ‘달려라 정동영’, 신형원의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개사곡까지 3곡의 대중가요가 로고송으로 채택됐다.

민주노동당은 창작곡 2곡과 박현빈의 ‘곤드레만드레’, ‘빠라빠빠’를 로고송으로 사용한다. 홍보본부 김태욱 팀장은 “우연하게도 가수 박현빈의 노래를 두 곡 사용하게 됐다. 모두 한미 FTA반대 투쟁 등 민노당 당원에게는 익숙한 곡이다. 노래에 맞춘 율동도 미리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큰 이견 없이 로고송으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빠라빠빠’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통합신당과 민노당이 동시에 사용하는 곡이다.

민노당 김태욱 팀장은 “저작권료 지불과 로고송 녹음을 마친 상태에서 작곡가로부터 ‘통합신당도 이 곡을 쓸 테니 다른 곡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독점 계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로고송이 겹치더라도 그대로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신당 홍보본부 서영철 부실장은 “‘빠라빠빠’를 민노당에서 먼저 계약한 줄 몰랐다. 편곡과 가사가 달라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가장 튀는’ 로고송이다. 장윤정의 ‘짠짜라’를 개사한 곡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로고송보다는 조용한 대중가요에 가깝다. 홍보본부 최석규 씨는 “유명한 노래에 가사를 바꾸어 부르면 어색하다. 그래서 로고송 선정 때 대중적인 노래는 일부러 뺐다. ‘선거를 축제처럼 치르자’가 목표다”고 설명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경우 지누션의 ‘말해줘’를 개사한 ‘바꿔줘’, 박주희의 ‘자기야’ 등을 로고송으로 사용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베이비복스의 ‘우연’,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등 유명곡을 대대적으로 사용했던 것과 비교해 간소해졌다.

각 후보들 자신도 로고송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나름대로의 의견과 코멘트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노래에 맞춰 안무까지 준비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한나라당 김영중 팀장은 “후보께서 로고송을 선정하기 전에 ‘나한테 맞추지 말고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하라’, ‘유세현장이 축제로 갈 수 있는 곡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하셨다. 노래를 듣고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현재 ‘로고송 UCC 대회’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광고로 알린 상태이고, 로고송 뮤직비디오를 준비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 역시 만족감을 나타냈다. 통합신당 서영철 부실장은 “정 후보는 후발주자의 위치다. 1위의 지지층을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에 창작곡 등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좋아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후보의 수행그룹에서는 대중가요가 적어 당혹감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문국현 후보의 경우 처음 반응은 시큰둥했다. 홍보본부 최석규 씨는 “문 후보께서 처음에는 기호나 이름이 로고송에서 잘 안 들린다고 했다. 담당자들이 새로운 방식의 로고송을 설득해 수긍하셨다”고 밝혔다.

권영길 후보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홍보본부 김태욱 팀장은 “기존에 사용하던 노래를 그대로 대선에 이용해 귀에 익은 곡이라는 흥겨워했다”고 전했다.

각 후보들은 홈페이지에 로고송 mp3 파일을 게재하고, 벨소리 다운로드, 컬러링 등 서비스와 안무를 찍은 동영상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 저작권료 천정부지… 1곡에 1억원 넘기도

장윤정, 박현빈.

지난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는 데는 로고송의 힘이 컸다. 관광버스 춤바람을 일으킨 DJ(디스크자키) DOC의 ‘DJ와 함께 춤을’을 로고송으로 사용하면서 당시 김 후보에게 거론된 ‘건강문제’를 희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당시 사용료는 500만 원선. 2002년 ‘노무현의 눈물’도 대선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노 대통령이 통기타를 잡고 ‘상록수’를 부르며 흘린 눈물은 승리의 결실로 돌아왔다. 그 동안의 업적 때문인지 올해 대선에서 로고송 사용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우선 한국저작권협회에 저작권료로 한 곡당 200만원을 내야 한다. 로고송으로 각각 7곡과 13곡을 사용하는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저작권료만 각각 1,400만원, 2,600만원을 지불하는 셈.

로고송 사용에서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하는 것은 작사가와 작곡가에게 지불하는 ‘인격권’ 사용료다. 이번 대선에서 각 당은 대중가요 1곡 당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억 대의 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모 정당에서 사용한 트로트 계열의 노래는 작사, 작곡가에게 지불한 사용료만 1억 원이 넘는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또 다른 정당의 홍보 관계자는 “선거 홍보에서 로고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몇 년 새 저작권이 천정부지로 솟았다”며 “각 당의 계약금은 사실, 본래 요구한 금액의 절반 아래”라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대중가요 작사 작곡가가 제시하는 금액은 한 곡 당 2,000만~4,000만원, 계약은 절반 가격에서 이뤄진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