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이명박·미국

다사다난한 2007년도 저물어간다. 주간한국은 송년을 맞아 올 한해 우리 사회흐름을 웅변하는 ‘대표 키워드’를 뽑아보았다. 올해 1월1일부터 한국일보 1면과 주간한국에 게재된 기사를 살펴 공통적인 키워드를 집어냈다. 2007년 국내 뉴스를 지배한 키워드는 ‘스캔들’ ‘MB’ ‘미국’ 등이다.

■ '스캔들'

2007년 여름을 달군 드라마 ‘경성스캔들’. 이는 비단 1920년대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었다. 올해 우리 사회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의 첫 번째는 스캔들이다. 스캔들의 사전적 의미는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또는 불명예스런 평판이나 소문’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아들 보복폭행 사건은 스캔들의 시작이었다. 지난 3월 8일 새벽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이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S유흥주점 종업원들에게 구타를 당한 후 김 회장과 한화측 직원들이 S 유흥주점 종업원 6명을 두 차례에 걸쳐 폭행했다. 사건은 두 달 간 은폐 됐다가 4월 24일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6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과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 받았다.

여름을 넘어 가을까지 대한민국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사건 역시 큰 스캔들이었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신 씨가 선임되자 그의 예일대 박사 학위가 허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언론의 집요한 추적 끝에 신 씨의 학위가 전부 허위로 드러나고 변양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신 씨의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되면서 사건은 ‘권력형 비리’로 급반전됐다. 현재 ‘신정아 스캔들’은 재판 중에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리 폭로 역시 현재 검찰 수사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스캔들로 묶을 수 있다. 과거 삼성그룹에서 근무한 적 있는 김 변호사는 지난 해 법무법인 서정에서 나온 후 올해 10월 초, 서정 측에 출자지분반환청구 소송을 냈고 자신은 삼성의 배후 세력에 의해 서정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어 10월 말 삼성이 그룹차원으로 정기적으로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비자금을 상납했고, 비자금 조성을 위해 수 조 단위의 차명계좌를 개설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검찰 수사결과 실제 삼성의 차명계좌가 무더기로 발견됨에 따라 현재 특검법이 발효된 상태다.

■ MB를 알면 정치가 보여요!

올 한해 정치는 MB로 통한다고 할 만큼 이명박 후보의 바람이 거셌다. 2007년 1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이명박’을 키워드로 한 한국일보 기사는 무려 1만1,147건. 크게 ‘위장전입’과 ‘BBK공방’, ‘대선’으로 집약할 수 있다.

지난 6월 12일 한나라당 김혁규 의원이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투기 및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했고 18일 이명박 후보는 5회의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당시 이 후보와 경합을 벌이던 박근혜 후보 측과 여당은 이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 및 위장전입의 도덕성 문제를 공격했다.

BBK 공방은 11월 BBK 대표 김경준 씨가 입국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올랐다. 김 씨는 BBK와 옵셔널벤처스를 운영하다 2001년 12월 주가를 조작하고 회삿돈 384억 원을 빼낸 경제범.

그러나 국내 들어온 김 씨는 BBK의 실질 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하며 한글로 된 이면계약서를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12월 5일 검찰은 이명박 후보에게 혐의가 없음을 발표했고 현재 검찰 조사결과를 둘러싸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17대 대선의 키워드 역시 ‘이명박’이다. 올해 대선은 초반부터 ‘이명박 대 반 이명박’ 구도의 대결로 진행됐다. 이명박 후보는 대선 등록일인 11월 25일부터 이미 다른 후보들을 두 배 이상 지지도로 일찌감치 따돌렸고 현재 ‘판세 굳히기’에 들어간 상태다. 12월 12일 여론조사(한국일보, 미디어리서치 공동) 발표 마지막 기간에 조사된 대선 지지도는 이명박 후보 41.7%, 정동영 후보 16.6%, 이회창 후보 10.9%였다.

지난 16일 인도 뭄바이 증권거래소를 찾은한 주식 투자자가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화 여파로 폭락한 주가에 상심한 듯 고개를 떨구고 있다.

■ 모든 길은 미국으로 통할지니

올해 역시 ‘미국’은 한국사회의 화두였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는 주가 2000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하던 한국증시를 일순간 얼어붙게 만들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는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로 주택마련 자금을 빌려 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자 국내 증시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을 쳤다.

한미 FTA 역시 올 한해 주요 뉴스로 빼 놓을 수 없다. 한미 FTA 양측 협상단은 2006년 2월부터 자동차 쇠고기 섬유 농업 무역구제 등의 각 분야에서 논의를 진행했고 지난 4월 2일 최종협상안을 타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국내 11개 연구기관은 한미 FTA 타결 향후 10년간 수출은 133억 달러 늘어나고, 수입은 86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 역시 미국 할리우드에서 작업한 한국산 블록버스터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의 지지에 힘입어 ‘디워’ 붐을 형성, 올 한해 최고의 흥행스코어를 기록했다. 그러나 영화 내용과 완성도를 두고 네티즌과 평단의 평가가 엇갈리면서 개봉 당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그밖의 굵직한 사건들

탈레반에 인질로 잡혀있다 풀려나는 한국인 인질.

그밖에 올해 뉴스의 상징 키워드로 ‘테러’와 ‘오일’ ‘북한’을 꼽을 수 있다.

올해 타임지의 10대 뉴스로도 선정된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은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4월 발생한 이 사건은 용의자를 포함해 33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하는 등 미국 최악의 총기 사건으로 기록됐다. 용의자는 이민 1.5세인 조승희(남자, 23세)씨로 버지니아공대 영문과 4학년으로 한국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은 테러에 관한 연속 비보였다. 지난 7월 19일 아프간 가즈니주의 도로에서 분당 샘물교회 목사와 봉사단원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피랍됐다.

정부는 피랍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7월 20일 합동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CNN 등을 통해 인질석방을 촉구하는 긴급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섰으나 협상 과정 중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가 살해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피랍 42일 만인 8월 28일 인질 21명의 석방이 최종 확인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국제 유가의 무서운 상승도 2007년의 주요 뉴스다. 올 초 평균 유가 62달러 예상을 가볍게 뛰어 넘고 고공행진을 계속한 결과 국제 유가는 100달러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12월 현재 국제유가는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런던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배럴당 94~95달러,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85달러선을 이루고 있다.

지난 7일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충돌도 ‘오일’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

이 밖에 남북정상회담, 6자회담 등 ‘북한’관련 기사가 올 한해 한국일보에 5,000건 가까이 게재됐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