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한반도 대운하·총선 등 과정서 불안정한 이미지 최소화해야

마침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환호와 비난의 혼돈’속에서 제17대 대통령에 선출됨으로써 대선정국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축포가 울려퍼지기도 전에 BBK 특검 정국의 포화가 쏟아져 앞날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대선이 치러지기도 전에 당선자의 불안한 미래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더니, 당선된 이후에도 안티(anti)-이명박’의 목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동안 숱한 장애물과 관문을 통과한 이명박 당선자는 축배를 들기도 전에 리더십의 실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이 당선자는 2월25일 취임식날까지 두달 남짓 동안 과연 자신의 리더십을 성공적으로 발휘하고 위기를 극복하여 성공적인 국정운영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이명박 리더십의 성패여부는 당장 내년 4월 총선 정국과 이후에 전개될 국정운영 판도를 판가름한다.

이 당선자의 리더십은 자신이 상황과 대세의 흐름을 주도해야 직성이 풀리는 대세주도형이기 때문에, BBK 특검정국도 정면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후크(S. Hook)에 의하면, 대세주도형은 큰 흐름을 앞장서서 주도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편안한 현상유지’ 보다 ‘위험한 발전’을 선호하는 모험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또한 감성, 정열, 투쟁성, 변화지향성이 강한 반면에, 웬지 불안하고 가볍다.

따라서 이당선자는 이미 대선 3일전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험천만한 BBK 특별법안을 과감하게 수용했듯이, 앞으로 특별검사의 수사과정에서도 당당하게 응하는 모험주의적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BBK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정동영 후보 진영으로부터 ‘제2의 닉슨 공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경우 의혹만 증폭된다는 판단아래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다.

다만, 대세주도형 지도자는 밀물처럼 밀어붙이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급회전하는 경향이 있어서, 특검 과정에서 상황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갈 경우 강력 대처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 회견을 마친 뒤 참석한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의 미래에 있어서도 이명박 당선자는 자신의 구도대로 몰고가려는 대세주도적 의지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최대한 예우를 갖추겠지만, 경선 직후 논란이 되었던 ‘당 혁신론’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자와 같은 대세주도형은 기본적으로 변화지향적이며, 현실타파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도자는 국회와 행정부, 시민단체, 언론 등 대외관계에 있어서도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되 큰 흐름은 자신이 주도하려고 든다. 이 당선자는 요즘 정조 드라마의 열풍 속에서 ‘도덕적 권위’와 ‘탕평통치’의 쌍두마차로 국정개혁을 주도했던 정조대왕의 진취적 실용주의 리더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 당선자의 정치스타일을 설명할때마다 항상 따라붙는 불도저라는 별칭은 국정운영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는 5-6살때부터 장터에서 어머니를 돕기 시작한 이래 초중고와 대학시절의 시장통 아르바이트와 건설회사 생활을 거치면서 밑바닥 삶의 애환과 출세욕구, 도전정신을 온몸으로 체득했다.

이 당선자는 일개 과장시절에 청와대 빽을 대던 시공회사의 정문앞 도로를 직접 불도저로 갈아엎어버릴 정도로 강한 오기와 뚝심을 당장 BBK 특검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외향적 성향이 강한 불도저 스타일은 고속 성장,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이룩하는데 유리하다.

유권자들은 ‘불도저=추진력=경제발전’이라는 경제제일주의적 기대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적잖은 흠결에도 불구하고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이 당선자를 선택했다. 이 당선자는 대선때 자주 인용하곤 했던 ‘두바이 리더십’처럼 ‘파고 깎고 세우는’ 성장중심의 경제능력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당선자처럼 목표지상주의적 지도자는 목표달성을 중시한 나머지 과정이나 절차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서, 과업 성취 못지 않게 후유증과 부작용을 수반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다. 사실 이 당선자에게 한반도 대운하는 단순히 대선공약이 아니라 이 당선자의 삶과 역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명박 리더십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운하는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현대건설 신화와 청계천 성공신화로 인해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기대심리가 높다. 다만, 대운하는 위험부담이 너무나 큰 대역사(役事)인 탓에 이 당선자가 끝까지 밀어부칠지, 아니면 적절한 명분을 찾아 급회전할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이 과정에서 이 당선자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독선적인 개발주의자’ 가 아니라 ‘역동적인 발전론자’의 모습이다.

이 당선자의 리더십을 언급할때마다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는 것은 리더십의 불안정성이다. 대선 막판까지 애를 먹였던 이회창 후보가 당초 대권 도전을 선언한 것도 이 당선자의 불안함을 이유로 내세웠다.

한나라당 경선때도 박근혜 전 대표가 집요하게 공격한 포인트도 ‘이명박 후보는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비롯한 비(非) 한나라당 진영이 대선 이후에도 18대 총선 전략을 겨냥하여 BBK 특검 정국에서 ‘당선자 사퇴론’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져 이 당선자의 불안한 이미지는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면 ‘노무현 리더십의 오버랩 현상’이 발생하여 이 당선자는 집권 초반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

따라서 이 당선자는 정파를 초월한 국익우선주의로 호평을 받고 있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처럼 정치공학적인 해법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진실된 모습을 보여 하루빨리 ‘안정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길만이 최선이다.

먼지 자욱한 자갈밭길을 헤쳐온 ‘이명박 리더십’이 바야흐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수반한 절체절명의 실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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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행정학 박사 cj02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