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우수의원 대부분 공천… 한나라당 71% 민주당 85% 수준계파 이해관계·당권 싸움에 휘말려 우수의원 탈락한 경우도

4ㆍ9 총선을 향한 여야의 공천 키워드는 ‘물갈이’다.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통합민주당은 대선 패배에 따른 침체를 벗어나 제1 야당의 위용을 갖추기 위해 각각 ‘공천 혁명’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군소 정당은 신진 인사 영입과 공천탈락자들을 흡수해 총선 전선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반면 공천 물갈이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찮다. 공천 탈락자들이 단독, 또는 신당창당이나 정치적 연대를 통해 출마에 나서는 등 반발 강도가 총선구도를 흔들 정도다.

이렇듯 공천 물갈이는 정치권에 개혁풍을 예고하기도 하지만 불공정 공천 시비에 따른 역풍은 자칫 공천 혁명의 의미를 퇴색시키며 4월 총선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개혁 공천을 주도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현역의원 상당수가 ‘물갈이’의 희생양이 됐다. 19일까지의 공천심사결과 한나라당은 현역의원 39%를 공천에서 탈락시켰고, 특히 텃밭인 영남에서는 의원 62명 중 43.5%에 해당하는 27명을 교체했다.

민주당은 141명의 현역의원 중 호남에서는 31개 선거구 중 13곳(불출마 2곳 포함)이 교체돼 물갈이 비율이 41.9%였지만, 비호남 83개 선거구에서는 13곳(불출마 5곳 포함)에서 현역의원이 교체돼 15.7%에 불과했다.

양당은 나름대로 공천의 ‘기준’을 마련하고 개혁 공천을 추진했다고 하지만 당내 계파가 이해관계와 대선 과정에서의 앙금이 작용해 곳곳에서 불공정 공천 시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의정활동을 충실하게 수행한 우수 의원들의 탈락에 그러한 시비가 집중된 양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 17대 국회 의정활동을 평가해 우수의원으로 선정, 수상한 의원들의 공천 결과는 여야를 불문하고 불거진 공천 잡음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270여개 시민단체의 1,000여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국회 감시단’이다. 지난 9년 간 매년 국정감사 기간 동안 국회의원들의 상임위와 본회의 출석, 대표 발의안 건수 등 의정활동을 중심으로 성적을 매긴다. 국정감사 현장에 매 피감기관당 2~7명의 모니터위원을 파견해 국회의원들의 출결 및 이석 현황, 질의응답 내역을 모니터링하면서 결과를 정밀 분석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물론, 이번 공천과 관련해 국감 외의 의정활동과 공천 판단의 준거가 된 개별 의원들의 사유 등 예외적인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NGO 모니터단의 의원평가 본질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는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각 당의 공천에 앞서 지난 3월 초 제17대 국회 의정활동 평가자료 및 공천관련 의견서‘를 제시했다. NGO모니터단의 공동집행윈장인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실장은“정치권의 잘잘못을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 17대 국회(2004~2007년) 의정활동을 평가해 1회 이상 우수의원으로 선정한 의원은 모두 163명으로 한나라당 78명, 통합민주당 75명, 민주노동당 4명, 자유선진당 2명, 그리고 진보신당과 무소속이 각각 1명과 3명이다.

■ 한나라당 계파 이해 작용

한나라당 우수의원 78명 가운데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과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김병호 전 의원(자유선진당)을 제외하고 공천이 확정된 의원은 54명, 탈락한 의원은 22명이다.

공천 확정자 중에는 김기현(울산남 을) 김학송(경남 진해) 김희정(부산 연제) 박순자(비례) 박진(서울 종로) 전여옥(비례) 의원 등 4년 연속 우수의원에 뽑힌 의원과 고경화(서울 구로을) 서상기(대구 북구을) 윤건영(경기 용인 수지) 이군현(경남 통영 고성)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황진하(경기 파주) 의원등 3회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의원이 대부분이다.

반면 4회 연속 우수의원상을 수상한 김명주(경남 통영 고성) 김석준(대구 달서병) 김양수(경남 양산) 김재원(경북 군위 의성 청송) 의원과 3회 우수의원으로 뽑힌 권오을(경북 안동) 엄호성(부산 사하갑) 한선교(경기 용인 수지) 의원 등은 탈락했다. 이들 중 친이명박계 김명주 의원은 정몽준 최고위원이 서울 동작을 출마로 지역구를 잃게 된 이군현 의원이 경남 통영-고성 공천을 받게 되면서 졸지에 거의 확정적이던 공천에서 탈락됐다.

김석준 의원은 우수의원 중 네번째로 많은 법안을 발의하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했음에도 친이명박계 후보에게 밀려 탈락했다. 친이명박계인 김양수 박희태(경남 남해 하동) 이성권(부산 부산진을) 이재웅(부산 동래) 정문헌(강원 속초 고성 양양) 최구식(경남 진주갑) 의원 등은 친이계 핵심 인사들의 ‘자기 사람심기’ 때문에 탈락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최구식 의원(경남 진주갑)은 “공천심사위원인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욕 때문에 탈락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반면 김재원 엄호성 한선교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근혜계여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기춘(경남 거제) 이경재(인천 서ㆍ강화을) 이인기(경북 고령 성주 칠곡) 의원 등도 친박계가 주홍글씨가 됐다는 평가다.

비례대표 의원 중 처음 공천된 고경화 나경원(서울 중구) 박순자(경기 안산단원을) 박찬숙(경기 수원 영통) 이계경(서울 송파병) 이군현 전여옥(서울 영등포갑) 진수희(서울 성동갑) 황진하 의원 등 9명 중 나경원 의원(친강재섭계), 황진하 의원(친박근혜)을 제외하고 7명이 친이명박계이다.

이렇듯 한나라당 상당수 우수의원들이 당내 계파간 이해관계에 따라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서울 중구의 박성범 의원은 ‘송파병 파동’끝에 나경원 의원이 전략공천되자 박 의원의 부인인 신은경 전 KBS아나운서가 직접 자유선진당 대변인으로 나서 출마하는 등 한나라당 공천의 복마전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 민주당은 충실 반영

통합민주당은 공천심사위원회가 당내 계파간 이해를 적절하게 차단,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에 비해 공천 후유중이 덜하다. 우수의원 78명 중 불출마를 선언한 조성태 의원과 자유선진당으로 간 유재건 의원을 제외하고 11명의 의원이 탈락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그 중 공천 혁명의 상징으로 호남 현역의원 30% 탈락원칙이 적용된 광주에서 김태홍(북을) 의운, 전남 이영호(강진 완도) 의원, 전북 이광철(전주 완산을)ㆍ채수찬(전주 덕진) 의원 등이 탈락했다. 이용희(충북 보은 옥천 영동)의원은 ‘금고 이상 실형 전력자 공천 배제’방침에 따라 발이 묶이자 자유선진당으로 옮겨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4년 연속 우수의원에 뽑힌 강성종(경기 의정부을)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김춘진(전북 고창 부안) 우원식(서울 노원을) 우제창(경기 평택갑) 이낙연(전남 함평 영광) 최인기(전남 나주 화순)의원과 3회 우수의원에 선정된 김현미(경기 고양일산을) 김효석(전남 담양 곡성 장성) 변재일(충북 청원) 오영식(서울 강북갑) 유기홍(서울 관악갑) 임종석(서울 성동을) 정성호(경기 양주 동두천) 최규식(서울 강북을) 최재천(서울 성동갑) 의원 등은 전원 공천이 확정됐다 이례적이라면 이영호 의원이 민화식 전 해남군수에게 밀려 탈락한 것이다.

2회 우수의원 중에는 이광철 의원과 여론조사문제로 낙마한 장경수(경기 안산 상록갑)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공천됐다.

김덕규(서울 중량을) 김성곤(전남 여수갑) 서재관(충북 제천 단양) 안민석(경기 오산) 오제세(충북 청주흥덕갑) 유선호(전남 장흥 영암) 이인영(서울 서울 구로갑) 전병헌(서울 동작갑) 정봉주(서울 노원갑) 정장선(경기 평택을) 조배숙(전북 익산을) 조일현(강원 홍천 횡성) 조정식(경기 시흥을) 의원 등이다.

1회 우수의원 31명 중에는 김테흥 신명(비례) 이광철 이상경(서울 강동을) 이상민(대전 유성) 이용희 장복심(비례) 장향숙(비례) 채수찬 의원 등 9명을 제외하고 모두 공천됐다.

민주당 공천에서는 친손학규계 인사들이 약진한 반면, 친정동영계는 후퇴, 친노무현계는 보합상태를 유지했다. 특히 구민주계의 몰락이 두드러졌다. 탈락 의원 중 채수찬ㆍ이상경ㆍ이용희 의원은 친정동영계이고 이광철 의원은 친노무현계이다. 그럼에도 우수의원인 정동영계 김현미 노웅래(서울 마포갑) 이강래(전북 남원 순창) 정청래(서울 마포을) 조배숙 의원과 구민주계 김효석 이낙연 의원 등은 공천됐다.

그밖에 우수의원에 선정된 민주노동당 강기갑(경남 사천) 권영길(경남 창원을) 최순영(경기 부천원미을) 의원이 총선에 나서고 단병호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진보신당 심상정 의원은 경기 고양덕양갑에,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은 충남 보령ㆍ서천에 출마한다. 무소속 임종인 의원과 최연회 의원은 각각 경기 안산ㆍ상록을과 강원 동해ㆍ삼척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홍금애 공동집행위원장
"각당 공천과정서 의정활동 대부분 잘 반영됐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의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실장은 여야의 공천결과에 대해 “각 당의 공천과정에 ‘의정활동’이 잘 반영됐다”며 “한나라당의 영남지역 탈락자 중 우수 의원이 많다. 모범적인 의정활동으로 지역에서 호응이 높은 분들인데 전략공천 때문에 희생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민단체로서는 (개입할)방법이 없다”면서 “이 분들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많은 우수의원이 공천됐다”고 설명했다.

홍금애 실장은 탈락한 의원 중 우수의원상을 세번 받은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과 엄호성 의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모두 성실한데다 엄호성 의원의 경우 법안 발의 횟수도 82건으로 압도적이며 전문성과 정치력도 갖췄다는 것. “권오을, 맹형규 의원 등도 의정활동에 충실합니다. 박희태 의원도 성실한데 다선이라고 해서 떨어진다는 건 납득이 안되요.”

반면 홍 실장은 한나라당 S의원과 민주당 S 의원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했다. 한나라당 S 의원은 상임위원들과 싸우기 일쑤고 언제나 갈등을 조장해 국민의 대표로서는 부적합하다는 것. 민주당 S의원은 상임위 활동에서 토론 대신 욕설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홍 실장은 탈락한 후보의 구명운동이나 부적절한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 계획에 대해 묻자 “낙천, 낙선운동은 하지 않는다. 17대 국회의정활동을 근간으로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들이 정치인을 뽑을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