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 여론조사서 문국현 후보에 밀려 초미의 관심홍준표·정두언·김영우 후보 등 유리한 고지… 백성운·강승규 후보는 승리 미지수

강승규
4ㆍ9 총선이 10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총선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순항 여부와 집권여당의 위상이 결정된다. 그래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4ㆍ9 총선의 압도적 승리를 위해, 그리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거대 여당을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당ㆍ청의 속사정은 사뭇 다르다. 아니 4ㆍ9 총선을 전후해 당과 청와대의 길항관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4년 임기가 보장되는 금배지를 쟁취하는 순간 이들은 더 이상 청와대의 눈치를 보려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공천 파열음의 진원지는 바로 금배지의 이율배반성이다. 당청의 친(親)이명박(MB)계가 ‘영남 대학살’로 상징되는 무리수를 두어가면서까지 공천에 개입하려한 것도 충실한 ‘MB맨’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MB맨 중 4ㆍ9총선의 전선에서 얼마만큼, 그리고 어떤 후보가 살아오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모습도,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도 달라지게 된다. 이는 이명박정부의 국정운영과도 직결된다.

MB맨, 그 중에서도 MB의 분신들로 불리는 후보들이 4ㆍ9 총선에서 생환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는 큰 배경이다.

“재오 형이 동지적 관계라면 난 막내 동생쯤으로 대하지. MB 특유의 카리스마 있어.”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를 그렇게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은 64년 한일회담반대 시위 때 각각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과 중앙대 구국투쟁위원장으로 ‘동지’의 인연을 맺은 이래 지금까지 그러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대통령과 홍준표 의원은 고려대 선후배 관계인데다 나이도 13살이나 차이나 이 대통령이 홍 의원을 막내 동생 대하듯 한다고 했다. 그만큼 흉허물이 없을 정도로 가깝다는 얘기다. 세 사람 사이에 공통분모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라고 홍 의원은 말했다.

당시 ‘한담(閑談)’처럼 들릴 수 있는 세 사람의 관계는 그러나 많은 정치적 함의와 복선을 내포하고 있었다. 기자는 4ㆍ9 총선을 전후해 한나라당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이ㆍ홍 두 의원의 행보와 거취가 궁금했다.

이재오ㆍ홍준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다. 이 의원은 2006년 6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서 물러나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때 한나라당에 이른바 ‘이명박 사람들’을 만들어 이 대통령의 당내 진입을 수월케 하는데 십자가를 졌다. 그리고 대선에선 총괄본부장 역할을 맡아 이 대통령의 신화창조를 진두지휘했다.

사실상 친이명박계의 좌장인 이 의원은 4ㆍ9총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 의원이 4ㆍ9 총선에 전력한 것이나 공천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의심을 받은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실제 이 의원의 구상대로 4ㆍ9 총선에 소위‘이재오 사람’이 대거 출마하고 그들이 압승의 주역으로 생환, 친이(親李)계가 당권을 쥘 경우 당(黨)-청(靑)이 ‘李(명박)-李(재오)’라인으로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홍준표 의원은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경쟁했지만 대선에선 당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아 BBK 사건 등 이 대통령에 대한 범여권의 파상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막아낸 대선 승리의 핵심 주역이다.

이재오, 홍준표, 정두언, 김영우, 김해수 (시계방향)

홍 의원은 99년 15대 국회의원 시절 미국에 건너갔다가 먼저 미국에 와있던 이 대통령의 집에 머물며 우의를 다졌다. 홍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4선의 중진이 될 경우 ‘공천 쓰나미’로 당내 중진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만일 한나라당이 ‘이재오-대표, 홍준표-원내대표’체제가 된다면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 언급한 ‘당청 일체화’현실화되는 셈이다.

그러나 총선을 바로 앞둔 이ㆍ홍 두 의원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홍준표 의원(서울 동대문을)이 지지율에서 경쟁 후보인 민주당 민병두 의원을 20%포인트 이상 앞질러 당선이 점쳐지는 반면,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은 상대 후보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15~20% 포인트 가량 뒤져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의 3월 19일 조사에서 문 대표는 42.7%, 이 의원 31.7%로 나타난데 이어 한국경제신문-중앙리서치의 23~24일 조사에서는 문 대표 42.4%, 이 의원 27.5%로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MB의 또다른 분신들도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되기 전후에 인연을 맺은 이래 시장 퇴임 후엔 대선 예비캠프 역할을 한 안국포럼, 그리고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이 대통령과 동고동락을 한 후보들이다.

이 대통령이 2002년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인연을 맺은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서울 마포갑), 김해수(인천 계양갑) 후보와 서울시장 재직시 MB맨이 된 백성운(경기 고양ㆍ일산갑), 정태근(서울 성북갑), 조해진(경남 밀양ㆍ창녕), 권택기(서울 광진갑), 김영우(경기 포천ㆍ연천) 후보들이다.

정두언 의원은 2001년 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이 대통령이 삼고초려 끝에 경쟁상대인 홍사덕 후보측에서 데려오면서 인연을 맺었고 서울시장 선거 승리 후 정무부시장이 되면서 확실한 MB맨이 됐다.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위해 ‘악역’을 자처했는가 하면 전략통으로 활약, 대선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았다.

4ㆍ9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용퇴를 주장하고 이재오 의원과 묘한 힘겨루기를 하기도 한 정 의원은 총선 후 MB를 대신해 당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총선에서 경쟁상대인 민주당 김영호 후보를 무난하게 이길 것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인수위 수석 부대변인을 지낸 후보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엎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캠프 기획홍보팀장을 맡은 이후 안국포럼, 경선, 대선 과정에서 줄곧 대통령의 홍보기획을 책임졌다. 강 후보는 MB 측근임을 내세워 낙후된 마포의 발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데 경쟁상대인 민주당 노웅래 후보와는 접전을 벌이고 잇는 것으로 알려져 총선에서 생환여부가 유동적이다.

김해수 후보는 이 대통령이 15대 국회의원 시절 인연을 맺은 이래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대통령을 도왔고 안국포럼에서는 조직을, 대선에서는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맡아 대선승리에 기여했다.

김 후보는 안상수 인천시장의 당선에도 기여해 지역구를 물려받는 등 MB와 안 시장을 배경으로 뉴타운 등 지역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경쟁상대인 민주당 신학용 의원과는 오차범위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의 생환 역시 남은 10일의 판세에 달렸다.

백성운 후보는 고양군수,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지내면서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부상, 안국포럼 상황실장, 대선 선대위 상황분석실장을 맡아 살림을 총괄했다. 인수위에서는 행정실장으로 대통령 취임식을 이끌기도 했다.

일산신도시에 호수공원을 만드는 등 주거환경에 적합한 인프러를 구축한 장본인으로 민주당 한명숙 의원이 경쟁 상대다. 백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한 의원에게 다소 밀리고 있으나 지역구에서의 업적과 MB측근이란 점이 유권자에게 어느정도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생환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태근 후보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홍사덕 후보를 지지했으나 선거 후 이 대통령이 부를 정도로 신뢰를 보낸 인물로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안국포럼, 대선에서 수행단장 등을 맡았다. 총선에 즈음해 공천이 확정된 민주당 손봉숙 후보와의 경쟁에서 유리해 생환이 점쳐진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 대선을 준비하면서 영입한 조해진 후보는 안국포럼, 대선에서 부대변인, 공보기획팀장을 맡아 맹활약했다. 같은 당 김용갑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공천고비를 넘긴 조 후보는 한나라당 텃밭에서의 승부여서 승리가 낙관되고 있다.

김영우 후보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은 물론 대선 과정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제전략연구소(GSI)’ 연구소 운영위원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대선공약인 한반도대운하, 나들섬 구상 등에 참여했고 각 분야 전문가를 이 대통령에게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현역인 고조홍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은데다 고 의원이 김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된다. 여론조사에서도 경쟁상대인 박균국 후보(무소속)를 10% 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택기 후보는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최고 전략가로 통했다. 대선 예비캠프인 안국포럼 초창기부터 전략통으로 활약했고 비서실 정무기획팀장을 지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임동순 후보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총선에서 생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연대의 대약진… 고대와 똑같이 26명 공천받아

4ㆍ9 총선 공천 결과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에서 연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모두 26명의 연대 출신 후보가 공천을 받아 고대 출신 후보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나라당내 연대출신의 좌장이자 공심위원으로 활동한 이방호 사무총장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게 정가 일각의 시각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표의 최측근으로 연대 출신인 유정복 의원도 일부 힘을 보탰다는 얘기도 들린다.

고대, 연대 출신 후보들 중 누가 당선돼 국회에 입성할 지가 총선의 또다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