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사람 한나라·민주당 사람 맞아?

이미지 보완 위해 정당 색깔과 다른 빈민운동가 강명순·경제 전문가 이성남 전면 배치
자유선진당 이영애·창조한국당 이용경 당선자는 전형적인 엘리트 출신
민노당 곽정숙 당선자는 장화원·장향숙 의원 이어 세 번째 장애인 금배지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자, 학력위조·공직 선거법 위반 등으로 조기 낙마 위기

4ㆍ9총선 결과 각 당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각 당의 비례대표들이 당의 색깔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인데다 최근 일부 함량미달의 비례대표들로 인해 ‘비리대표’‘전(錢)국구’‘비례대표 무용론’등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는 까닭이다.

각 당의 비례대표 당선자는 당의 간판과도 같은 존재다. 특히 ‘절대 안정 당선권’인 비례 대표 1번 후보는 소속 정당이 지향할 노선을 제시하는 방향타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각 정당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1번 후보를 선정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과연 비례대표 1번 당선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선정된 선정된 배경과 수락 이유, 앞으로 의정활동의 비전 등을 들어봤다.

■ 정당 색깔 보완할 후보 내세워

얼핏 보면 두 정당의 비례 1번 이름이 바뀐 듯하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비례대표 강명순, 이성남 당선자에 대한 인물평이다. 비례대표 1번으로 한나라당은 빈곤문제 전문가를, 통합민주당은 경제 전문가를 선택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은 부스러기 사랑나눔회의 강명순(56) 상임이사. ‘부자 정당’ 이미지를 타개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꺼내든 카드다. 총선기간 한나라당이 제시한 ‘빈곤 없는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을 제안한 사람이 바로 강명순 당선자다.

경남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그는 30여 년간 빈민 아동 운동을 해왔다. 1976년 사당3동 희망 교회에서 무료 유치원과 야간학교를 열고 빈민운동을 시작했고 빈곤 아동과 가족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1986년 부스러기선교회를 창립했다. 현재 5개 지역아동센터와 17개 지부, 403개 회원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약 9,700여명의 빈곤아동을 돕고 있다.

당선 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축하받을 일이 아니다”고 입을 열었다. 총선 이후 쏟아지는 관심과 정치 입문이라는 비판에서 오는 마음고생을 보여주는 듯했다.

“정치를 하려고 국회에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비례대표를 제시한 분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고, 당시 한나라당에서 요구한 것도 빈곤계층에 관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빈민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겠다’는 사명을 받고 죽을힘을 다해 일할 각오로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빈민운동가인 그가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수락한 이유에 대해“한나라당이 저 같은 사람을 비례 1번으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가난 한 사람을 섬기는 당의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통합민주당에서는 이성남(6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1번으로 낙점했다. 여당의 ‘잃어버린 10년’공격에 대한 대안으로 경제 전문가를 선택한 셈이다. 이 당선자는 경기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1969년 씨티은행에 입행하면서 금융계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씨티은행 재정수석으로 근무하던 중 2002년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에게 발탁돼 금감원 부원장보로 일하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했다.

그가 민주당 비례 1번으로 선정된 배경에는 강직한 성품과 부패지수 제로의 근검 성실한 공직 생활태도가 높은 평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이헌재 사단’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작 이헌재 전 금감원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 당선자를 어려워했다. 금감원에 들어가 585 컴퓨터를 386대나 주문한 일은 그의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회자된다.

이번 총선에서 그를 영입하기 위해 손학규 대표가 직접 나섰다는 말이 있지만, 그는 “3월 중순 쯤 강금실 민주당 최고위원으로부터 연락받았다”고 답했다.

“정말 정치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책이 이상하게 흐르는 거예요. 출자총액규제를 일시에 폐지하겠다고 나서는 등 경제 정책들이 모두 단기 성과주의더군요.”

그는 18대 국회 활동에 대해 “서민과 중산층의 재 도약을 위한 정책 발굴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당의 노선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봐요. 국민이 왜 싫어하는지를 알고 변해야 하는 거죠. 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서민, 중산층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유선진당 이영애 당선자, 창조한국당 이용경 당선자, 민노당 곽정숙 당선자,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자

■ 인맥으로 정치에 뛰어든 그들

자유선진당의 이영애 당선자와 창조한국당 이용경 당선자는 전형적인 엘리트 출신이다. 당의 간판인 이회창 총재, 문국현 대표와의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배경도 닮은 점이다.

자유선진당 이영애(60) 당선자는 경기여중, 경기여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사법 사상 최초로 여성 수석합격자(13회), 여성 최초 고법 부장판사와 법원장(춘천지법) 출신이다. 판사 초년병 시절 이회창 총재의 배석판사를 지낸 인연으로 선진당 입당 때부터 비례대표 1번으로 거론돼왔다.

이 당선자는 “좌파 정권 10년의 실정을 보면서 제대로 보수주의를 지켜 갈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유선진당은 진정한 보수 이념을 천명하는 정당이다. 이회창 총재와의 오랜 인연도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에 충실한 법과 제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생명 존중운동을 해왔어요. 국회에서 생명 존엄성을 인식시키고 생명 문화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경기중과 경기고, 서울대를 졸업한 창조한국당 이용경(65) 당선자 역시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로 꼽힌다. KT 대표이사 출신으로 IT업계에서는 탁월한 능력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00년 KT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문국현 대표와의 인연으로 문 대표가 지난 해 대선출마를 선언했을 때 창조한국당 공동대표를 맡은 바 있다.

“IT가 21세기 부가가치 산업이지만 규제를 많이 받는 사업입니다. 규제를 받으며 경영을 하다보니까 평소 불합리한 정책이 많다고 생각해왔지요. 이런 생각을 정책에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KT에서 함께 일하며 알게 된 문국현 대표의 가치, 비전에 공감해서 창조한국당에 입당했습니다.”

그는 “IT산업의 경험을 살려 과학기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48) 당선자는 한나라당 장화원, 통합민주당 장향숙 의원에 이어 세 번 째 장애인 국회의원이 될 전망이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초대 상임대표직을 역임했고 광주 여성장애인 연대 이사로 활동하는 등 광주 지역 장애인 운동에 힘써온 곽 당선자는 “30여년 간 장애인 운동을 해왔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 전국을 돌며 장애인들과 만남을 가졌다.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정례화된 소통의 장을 마련해 현장의 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곽 당선자의 최대 핸디캡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 지지선언을 한 전력이다. 민노당 비례대표 1번으로 선정된 후 이 전력은 꼬리표처럼 그를 붙어 다녔다. 곽 당선자는 “비 당원 신분이었지만 당시 정치적 노선 판단에 신중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며 “민노당 동지들의 요청과 장애인 운동 활동자들의 권유로 입당했고 지금은 민주노동당 열성 당원”이라고 강조했다.

■ 말 많은 그녀 정작 말이 없네

이번 18대 총선에서 최대 화제의 인물은 단연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인 양정례(31) 당선자다. 18대 총선 결과가 발표된 10일부터 ‘최연소 당선자’로 주목을 받은 그는 허위학력과 허위경력 기재, 재산 신고 누락 등의 시비로 뉴스메이커가 되면서 단숨에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됐다. 여기에 소속 정당인 친박연대나 본인이 해명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금란여중과 선정고를 졸업하고 안양대에서 관광경영(야간)을 전공한 양 당선자는 사단법인 건풍사회복지회 연구관과 새시대 새물결 여성청년 간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관위에 신고된 ‘박사모 여성회장’ 경력이 허위로 드러났고 연세대 일반대학원 졸업(석사학위)이 특수대학원인 법무대학원 수료로 나타나 허위 경력과 학력 부풀리기 의혹을 받아왔다. 14일 당선증을 받고 기자회견을 열었음에도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우선 양 당선자가 어떤 경로로 친박연대와 연결됐느냐가 의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와의 관련설이다. 친박연대 관계자들은 양 당선자에 대해 물으면 “서 대표에게 물어보라”고 말하고 있다. 친박연대 관계자는 “비례대표 선정 때 서 대표가 ‘여성 후보감으로 박사모 여성위원장을 지낸 좋은 여성 후보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총선 전 지불한 특별 당비도 의혹 중 하나다. 기자회견에서 양 당선자는 “당이 어렵다고 해 특별 당비를 냈다. 액수는 회계처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 당비가 공천의 대가이면 공직 선거법 위반이다. 검찰은 16일 양 당선자의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사무실과 연희동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한데 이어 17일 서청원 대표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당선자가 연구관으로 근무한 건풍사회복지회의 역시 의혹에 싸여 있다. 건풍사회복지회는 서울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1996년 1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장안동의 모 어린이집(구립)을 운영했다.

그러나 복지회는 공금횡령 등 비리혐의로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어린이집 위탁 운영을 스스로 포기했다. 복지회는 양씨의 어머니인 김순애씨가 이사장을 맡아온 곳이다. 2000년 당시 건풍사회복지회 비리에 대한 민원이 접수됐고 동대문구청의 조사가 시작되자, 같은 해 11월 복지회측은 스스로 위탁계약을 포기했다.

한편, 총선 후보 재산신고에서 누락된 배우자 강 모 씨의 재산 역시 의혹에 있다. 양 당선자는 후보자 등록 때 자신과 부모 재산을 합쳐 7억 1,000여 만 원을 신고했다.

하지만 당시 양 당선자는 이미 결혼한 상태였지만 배우자의 재산을 빼고 신고해 고의 누락 의혹을 받고 있다. 양 당선자는 지난해 10월2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사법연수원 37기인 강 모(38)씨와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강 씨는 연수원을 수료한 뒤 변호사 개업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당선을 목적으로 일부러 재산 신고를 안 했을 경우 허위 사실 공포 혐의로 고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 후 양 당선자는 연락두절 상태다. 양 당선자는 계속 휴대전화를 꺼두고 있는 상태며 당 공식일정인 현충원 참배도 불참했다. 당 안팎에서는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 당선자의 ‘도중하차설’‘자진 사퇴설’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의 거취가 총선 후 또다른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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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