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핵심세력으로 탄탄한 입지… 당 변화의 중추로 큰 역할 맡을 듯'새 정치 주역되자' 2000년 결성된 소장파 개혁모임

18대 총선을 눈앞에 둔 3월 21일, 한나라당 3선의 남경필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해 한나라당 공천 논란에 파장을 증폭시켰다. 이어 23일엔 총선 공천자 55명이 이상득 전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와 국정 불개입을 촉구, 총선전선에 충격과 함께 당청 신구파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4ㆍ9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당의 자성과 개혁의 목소리를 주도한 이들은 남경필ㆍ정두언ㆍ차명진 의원 등 당내 소장개혁파, 중량급 인사들이었다. 아울러 이른바 ‘생육신’으로 불린 55명 중 많은 후보가 18대 총선에서 생환하면서 당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됐다. .

이들 중 20명 가까운 당선자들은 8년 전인 2000년 1월, ‘새 정치의 주역이 되자’는 기치를 내걸고 하나의 모임를 결성했다.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이다.

청년 단체로 출범한 미래연대는 정계, 학계, 관계, 의료계 등에 걸쳐 300여명의 회원이 참여, 보수 성향이 강한 한나라당에 이미지 개선과 함께 신선한 바람을 불러 왔다.

그해 4ㆍ13 총선에서는 20여명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그 중 13명이 당선했다. 남경필(수원), 김부겸(경기 군포), 김성조(경북 구미), 김영춘(서울 광진갑), 박종희(수원 장안), 심재철(안양 동안), 안영근 (인천 남을), 오세훈(서울 강남을), 원희룡(서울 양천갑), 윤경식(청주 흥덕), 이성헌(서울 서대문갑), 임태희(성남 분당을), 정병국(가평·양평) 당선자 등이 그들이다.

이후 미래연대 소속 의원들은 당 정풍운동과 정치권 개혁의 중심적 역할을 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부패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당시 최병렬 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냈고, ‘오세훈 선거법’으로 상징되는 개혁입법과 정치개혁 등에 앞장섰다.

그러한 과정에서 김부겸ㆍ김영춘ㆍ안영근 의원 등이 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 전신)으로 옮겨가기도 했지만 미래연대는 여전히 한나라당 개혁그룹으로 존재했다.

2004년 이후 미래연대 소속 인사들이 분화되면서 모임이 해체됐고 그 뒤 이와 유사한 ‘새정치수요모임’이 만들어졌지만 당내 계파다툼 끝에 뿔뿔이 흩어졌다.

초창기 미래연대 회원들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맹활약했고, 이번 18대 총선에서 20명 가량이 당선되면서 이들의 행보가 정치권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래연대 사무국장을 지낸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대선의 1등 공신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청와대 ‘왕수석’으로 불릴 정도의 실세 중 실세여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 대상이다..

미래연대 남경필(가운데) 대표 등이 당 개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권영진 당선자, 남경필 의원, 황영철 당선자)

이번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에서 원희룡(서울 양천갑)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이성헌(서울 서대문갑) 권영진(서울 노원을) 정태근(서울 성북갑) 김성식(서울 관악갑) 권택기(서울 광진갑) 남경필(경기 수원팔달) 박종희(경기 수원장안) 임태희(경기 성남분당을) 심재철(경기 안양동안을)) 차명진(경기 부천소사) 정병국(경기 양평ㆍ가평) 황영철(강원 홍천ㆍ횡성) 김성조(경북 구미갑) 김정권(경남 김해갑) 조해진(경남 밀양ㆍ창녕) 등 16명의 당선자가 나왔고, 통합민주당에서는 김부겸 의원이 3선에 성공했다. 김해수(인천 계양갑) 정용대(경기 안양 만안)송태영(충북 청주 흥덕을) 후보는 상대 후보에게 근소한 표차로 석패했다.

미래연대 출신 한나라당 당선자들은 당내 세력을 양분하고 있는 친이(친이명박)ㆍ친박(친박근혜)계 핵심 및 개혁그룹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정두언ㆍ정태근ㆍ권택기ㆍ조해진 당선자 등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부터 호흡을 맞춰온 ‘안국포럼’멤버들로 18대 국회에서도 ‘이심(李心, 이명박 대통령 의중)’을 가장 충실하게 전달할 대변자로 꼽힌다. 특히 정두언 의원은 총선에서 친이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과 당내 이심의 창구 역할을 했던 이방호 의원이 낙마,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는 별도로 친이계의 맏형 같은 역할이 기대된다.

미래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권영진 당선자와 임태희ㆍ차명진ㆍ심재철 의원도 대표적인 친이 인사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권영진 당선자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은 관심밖”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서 경제 살리는 정치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김성식 당선자는 당내 대표적인 소장개혁파로 한나라당 변신에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ㆍ원ㆍ정‘ 로 상징되는 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의원은 소장개혁그룹의 대표주자에서 이제는 당 대표를 넘볼 정도의 중진으로 성장했다. 당 안팎에서는 7월 전당대회를 전제, 이들 3인의 ‘당권 도전설’‘원내대표 출마설’등이 회자되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최근 청와대를 향해 “정무라인 교체”를 주장하며 4선의 무게를 과시하기도 했다.

미래연대 공동대표였던 이성헌 당선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 인사이고 김성조 의원과 박종희 당선자도 친박계이다. 이성헌 당선자는 조기전당대회와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을 주장하면서 4ㆍ9 총선에서 분 박근혜 바람으로 박 전 대표가 당권을 거머쥘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그밖에 김정권 의원은 친이, 미래연대 공동대표를 한 황영철 당선자는 중립으로 분류된다.

집권여당이 된 한나라당 미래연대 출신들은 153명 당선자 중 소수에 불과하지만 당내 계파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일부는 독립적인 세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당의 행보와 변화에 주요 동력이 될 전망이다. 7월 전대는 미래연대 출신들의 위상과 좌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랴연대 출신들이 벌써부터 합종연횡의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한편 미래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통합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3선으로 원내대표 경선(5월 중순)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